전통산업-신산업 간 갈등 사례 불거져
글로벌 리걸테크 급성장 추세와 역행
로톡 광고 현행법 위반 없지만 규제
디지털전환 물결이 생활과 산업 전반으로 번지고 있다. 와중에 전통산업과 신산업의 갈등 사례도 속속 등장한다. 택시, 숙박, 디지털음원 시장 등이 그렇다. 정부가 개입해 갈등을 중재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업계 간 ‘제로섬 게임’ 양상이 돼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IT 분야에서 파생된 ‘리걸테크’도 이 수순을 밟는 중. IT가 접목돼 법률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타트업과 산업으로 범위가 확장된 리걸테크는 2000년대 초반 IT붐과 맞물려 처음 등장했으나 제대로 뿌리를 내리진 못했다. 최근 관련 플랫폼이 잇달아 나오며 제2의 붐을 기대해볼 수 있게 됐다.
하지만 국내 리걸테크 업계의 사정은 순탄치 않다. 지금까지 법률서비스와 정보를 독점해오던 기존 플레이어들과 경쟁이 현실화되며 시장 중첩이 문제가 된 것.
논란의 중심엔 현행 변호사법이 있다. 이는 변호사가 아닌 자와의 동업·알선 등을 금지하고, 변호사와 비변호사 간 동업 및 이익분배 역시 제한한다. 리걸테크가 분명 유망한 법률서비스인듯 한데 투자자들에겐 크나 큰 리스크다. 벤처투자사(VC)들은 이같은 불확실성에 실행을 주저하고 있다.
기존 법률시장과 리걸테크 간 충돌은 현실화되는 모습이다. 최근 법률서비스 플랫폼 ‘로톡’을 운영하는 로앤컴퍼니는 대한변호사협회의 ‘변호사광고에 관한 규정’에 대해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했다. 청구인단에는 현직 변호사 60명도 참여했다. 현 변호사법이 변호사의 광고와 관련, 공공성을 이유로 일부 제한하고 있는데, 로톡의 온·오프라인 광고를 제한하는 것은 과잉금지 원칙에 위배된다는 것.
변호사단체가 이처럼 로톡을 견제하는 이유는 일종의 ‘선빵’. 업계 매출 1위 업체를 규제함으로써 리걸테크 업계에 경고장을 날리는 의도로 해석된다. 로톡처럼 변호사 키워드광고를 운영하고 있는 네이버에는 별다른 제재를 가하지 않는 점도 이런 의도를 뒷받침한다는 게 업계 얘기다.
로톡의 케이스는 기존 법률서비스 시장이 리걸테크 업계에 진입장벽을 쉽사리 열어주지 않을 것이란 전망을 던진다. 하지만 법률시장의 흐름은 빠르게 온라인으로 넘어가는 추세다. 한해 소송 건수가 50만건에 달하는데, 이 중 대다수가 소액 혹은 단순 송사일 뿐이다. 고도의 법률서비스를 요하지 않는 소송이다.
여기에 해마다 수 천명의 변호사들이 법률시장으로 쏟아진다. 사건 수임을 위해 자신을 홍보하고 고객을 유치하는 것은 시장경제 논리로는 당연한 일이다. 그것이 법의 테두리 안에서 허용되는 수준이라면 더 더욱 그렇다.
리걸테크 회사를 운영하는 한 변호사는 “미국은 리걸테크 기업이 1100개에 달한다. 법률 소비자들은 자신의 상황에 맞는 상담을 받을 수 있다”며 “대체 뭣이 더 법률서비스 시장의 확대에 도움이 되겠느냐”고 반문했다.
유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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