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차계약 관계는 당사자 사이 신뢰가 기초”

“계약갱신 요구 당시 연체돼 있지 않아도 거절 가능”

대법원. [헤럴드경제DB]
대법원. [헤럴드경제DB]

[헤럴드경제=박상현 기자] 임차인이 3개월 이상 밀린 월세 중 일부를 나중에 냈더라도, 임대인이 임대차 계약 갱신을 거절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이기택 대법관)는 상가 임대인 A씨 등이 임차인 B씨를 상대로 제기한 건물명도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7일 밝혔다.

대법원은 임대차계약 기간 중 어느 때라도 차임이 3기분에 달하도록 연체된 사실이 있다면, 임대인이 계약갱신 요구를 거절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반드시 임차인이 계약갱신요구권을 행사할 당시에 3기분에 이르는 차임이 연체돼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취지상 임대차계약 관계는 당사자 사이의 신뢰를 기초로 하므로, 종전 임대차 기간에 차임을 3기분에 달하도록 연체한 사실이 있는 경우에까지 임차인의 일방적 의사에 의하여 계약관계가 연장되진 않는다”고 설명했다.

상가임대차법상 임대인은 ‘3회 이상 차임 연체’ 시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 다만, 임차인이 3회 이상 밀린 연체 차임을 전부 혹은 일부만 갚은 상태에서 ‘3회 연체 이력이 있다’는 이유로 계약 갱신을 거절할 수 있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상가임대차법은 임대인이 임대차계약 갱신을 거부할 수 있는 사유로 ‘임차인이 3회분의 차임액에 해당하는 금액을 연체한 사실이 있는 경우’로 규정한다.

2016년 7월 B씨는 한 상가 건물을 소유한 A씨 등과 임대차계약을 맺었다. 2018년 8월까지인 계약 기간 중 B씨는 2017년 4월과 5월, 8월분에 대한 월세를 연체했다. 2017년 9월 B씨는 8월분에 대한 월세를 지급하며 밀린 월세는 3개월 치가 아닌 2개월 치로 줄어들었다. 하지만 A씨 등은 임대차계약 만료 3개월 전인 2018년 5월 ‘B씨가 3기의 차임액에 해당하는 월세를 연체한 사실이 있다’며 계약 갱신을 거절했다.

1심은 A씨 등이 ‘3기 차임 연체 사실’을 이유로 계약 갱신을 거절한 이상, 기간 만료로 계약이 종료된 것이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항소심도 “임차인이 임대차기간의 어느 시점에 3기 이상의 차임을 연체한 사실이 있었다면 그 후에 연체했던 차임을 지급했다 하더라도, 임대인은 임차인과의 계약갱신을 거절할 수 있다”며 같은 판단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