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먼라이츠워치, 한국 디지털 성범죄 조사 보고서 발표

“한국남성, 법조계는 디지털 성범죄에 관대”

“가해자들, 한국의 사회 문화적 환경서 조성”

[123r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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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신주희 기자] 국제인권단체인 휴먼라이츠워치(HRW)가 한국의 디지털 성범죄가 세계적으로도 심각한 수준이라고 발표했다. 전문가들 역시 “여성의 몸을 온⋅오프라인 플랫폼에서 거래하고 정보 공유를 위한 남성 이용자들의 상호연대의 놀이화가 만연하다”고 비판했다.

20일 이 단체는 ‘내 인생은 당신의 포르노가 아니다’는 제목의 보고서를 내고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12명과 디지털 성범죄로 극단적 선택을 한 여성의 유족들의 인터뷰 내용을 담았다.

보고서를 보면 한국에 만연한 디지털 성범죄의 이유를 “한국의 급속한 경제성장과 기술적 발전에 비해 성평등은 그만큼 빠른 속도로 발전하지 못했다”며 “그럼에도 한국 정부와 사법부의 인식이 안일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HRW에 따르면 한국에서 2008년에 발생한 성범죄 사건 중 불법 촬영 관련 사건은 585건(전체 4% 미만)이었으나, 2017년에는 불법 촬영 관련 사건이 6615건으로 11배 폭증했다.

보고서를 발표한 헤더 바 휴먼라이츠워치(HRW) 여성권리국 공동디렉터는 “한국의 사례를 주목한 것은 불행히도 한국이 해당 분야의 선두 자리에 있기 때문”이라며 “화장실이나 탈의실에 설치된 불법 카메라는 다른 국가에는 흔치 않고 촬영된 이미지들로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는 점이 우리가 한국의 사례에 집중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이 밖에도 보고서에는 디지털 성범죄 ‘생존자’들이 다양한 피해 상황 증언이 담겼다.

불법 촬영 피해자 이예린씨는 “유부남 직장 상사에게서 탁상형 시계를 선물 받아 침실에 놓았는데 그 시계는 몰카였고 실시간으로 상사는 나의 침실 모습을 보고 있었다”며 피해를 증언했다. 이씨는 온라인으로 검색을 하다가 선물 받은 탁상형 시계와 몰래 카메라라는 사실을 알고 이를 항의하자 가해자는 “그거 알아보느라 밤에 잠 안자고 있었던 거냐”고 말하기도 했다. 이씨는 “그 상사는 1심에서 징역 10월의 실형을 선고받았지만 나는 여전히 내 방이 무섭다”고 했다.

또 다른 피해 사례로는 한 대학생이 같은 여자 동기들을 상대로 몰래 촬영한 뒤 이를 폴더별로 분류해 저장해둔 것, 남자친구의 휴대전화 속에 자신을 포함해 이전에 사귄 연인들과 성관계한 사진을 몰래 촬영한 것 등이 있었다.

전문가들은 “여성의 성과 신체가 남성 커뮤니티 구성원들의 오락, 강자성의 인증수단이 됐고 이는 불법촬영 범죄영상물이 우리 사회의 일상으로 침습될 수 있었던 이유”라고 지적했다.

윤지선 세종대 교수는 이날 헤럴드경제와의 인터뷰에서 “불법 성인사이트에서 잠재적 고객을 유입하기 위해, 불법촬영물들의 사진과 영상 일부를 마치 남성 커뮤니티의 일반회원들의 게시물처럼 콘텐츠화해 페이스북, 텀블러 등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와 남성들이 주로 이용하는 인터넷 커뮤니티에 그 영상좌표를 뿌리는 방식으로 그들을 유인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고객이 불법촬영물을 직접 게시, 공유할 때 막대한 포인트나 수익을 창출할 수 있게 해주면서 단순 소비자에서 생산자의 길로 들어설 수 있는 산업적 경로가 만들어졌다”고 분석했다.

윤 교수는 “우리 사회의 불법촬영물의 게시와 공유문화는 여성대상 성착취 범죄를 남성연대의 오락 콘텐츠이자 결집수단, 강한 남성성 인증수단으로 일상화됐고 여성의 성과 신체를 교환물로 거래해 막대한 수익을 취하는 신종 디지털 성착취 산업 안으로 남성유저들을 교묘히 끌어들이고 독려하는 방식으로 진화했다”고 했다.

이어 “디지털 성착취 범죄물은 여학우나 누나, 미성년 여아친척, 엄마, 여자친구, 불특정 다수의 여성을 대상으로 디지털 성착취물을 생산하는 가해자로 진화해 나가고 있다”며 “디지털 성착취 가해자들은 급작스럽게 튀어나온 별개의 존재가 아닌, 스마트폰과 온라인 파일 공유 플랫폼의 확산, 미디어 크리에이터들의 무분별하고 여성혐오적인 콘텐츠에의 반복노출, 남성연대문화의 강화, 여성의 성과 신체에 대한 약탈교환경제라는 연계과정 안에서 연속적으로 진화하며 발생한 대한민국의 특정사회문화적 환경에 의해 조성된 존재”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