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수급-유동성-지표 등 제시하며 ‘고점론’ 재강조

“수급 불안 없고, 과거 경제위기 후 큰폭 조정 경험”

[헤럴드경제=이해준 기자]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8일 부동산 시장불안에 사과하면서도 주택수급·유동성·가격지표·전문가 견해 등을 동원해 부동산 시장의 조정 가능성을 조목조목 제기했다. 시장 참여자들에 대해서도 추격매수보다 진중한 의사결정을 할 때라고 강조했다. 홍 부총리가 그동안 수차례 제기했던 가격 ‘고점론’을 재강조한 것으로, 현실에서 어떻게 나타날지 주목된다.

홍 부총리는 이날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해 국민께 드리는 말씀’을 통해 “올해 초 어렵게 안정세를 찾아가던 주택과 전세 가격이 4월 이후 수도권을 중심으로 다시 불안한 모습을 보이는 데 대해 저를 비롯한 관계장관 모두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다시 고개를 숙이면서도 가격 조정 가능성을 제기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이 28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부동산 관계부처 합동브리핑을 하며 '국민께 드리는 말씀'을 발표하고 있다. 이날 브리핑에는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과 은성수 금융위원장, 김창룡 경찰청장이 함께 참석했다. [연합]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이 28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부동산 관계부처 합동브리핑을 하며 '국민께 드리는 말씀'을 발표하고 있다. 이날 브리핑에는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과 은성수 금융위원장, 김창룡 경찰청장이 함께 참석했다. [연합]

홍 부총리는 먼저 주택 공급과 관련해 “과거 10년 평균 주택 입주물량이 전국 46만9000호, 서울 7만3000호인 반면 올해 입주물량은 각각 46만호, 8만3000호로 평년 수준을 유지하는 만큼 결코 부족이 있는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금까지의 공공택지 지정실적 등을 바탕으로 볼 때 2023년 이후에는 매년 50만호 이상씩 공급된다는 점도 감안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수요 측면에서도 “지난해 33만 세대가 늘어났던 수도권 세대수가 금년 1~5월간 작년의 절반인 7만 세대 증가에 그치고 있다”며 수급 요인만이 가격 상승을 이끄는 원인은 아니라고 분석했다.

그는 특히 “투기수요, 불법거래가 비중있게 가격상승을 견인하는 상황하에서는 주택가격이 지속적으로 오를 수 없다”며 그동안 수차례 제기했던 가격조정 가능성도 “단순히 직관에 의해서가 아니라 과거 경험, 주요 지표, 외국사례, 국내외 전문기관들의 우려를 말씀드린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구체적으로 “과거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서울아파트 등 주택가격이 -9~-18.2%의 큰 폭 가격조정을 받았다는 점, 지금 아파트 실질가격, 주택구입 부담지수, 소득대비 주택가격 비율 등 가격 수준·적정성을 측정하는 지표들이 최고수준에 근접했거나 이미 넘어서고 있다”고 말했다.

향후 유동성 공급 축소 가능성도 제기했다. 그는 “국제결제은행(BIS) 등 국제기구에서도 과도하게 상승한 주택가격의 조정가능성을 지적하고 있다”며 “특히 한국은행이 연내 금리인상 가능성을 시사하는 가운데 우리 금융당국은 하반기 가계부채관리를 강화하고 대외적으로 미 연준(Fed)의 조기 테이퍼링(유동성공급 축소)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는 것이다.

홍 부총리는 전문가들의 의견도 제시했다. 그는 “지난달 22일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부동산 관련 학과 교수 및 연구원, 기업인, 금융인 전문가 패널 100명(응답률 74%)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94.6%가 현 주택가격 수준이 고평가되었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그는 “부동산시장 안정은 우리세대 뿐만 아니라 미래세대를 위해서도 반드시 이루어내야 하고, 그래서 지금 가장 절박하고 최우선적 정책과제”라며, “지금은 불안감에 의한 추격매수보다는 향후 시장·유동성 상황, 객관적 지표, 전문가 의견 등에 귀 기울이며 진중하게 결정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hjl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