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윤미 기자]1965년 한일국교정상화는 냉전질서 속에서 안보 및 경제 협력을 통한 양국의 국교정상화의 토대가 됐지만 식민지 역사에 대한 일본의 사과, 희생자들을 외면한 과거 청산으로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종군위안부’ 피해자의 청구권 문제, 일본의 수출규제와 노 재팬 불매운동, ‘반일종족주의’ 등은 이런 연장선상에 있다.

‘한일관계의 ‘65년 체제,와 한국문학’(소명출판)은 한일국교정상화 수립을 전후한 당시 60,70년대 한국 문학이 한일국교정상화를 어떻게 바라봤는지에 주목한다. 즉 한일관계를 문학으로 되묻는 작업이다.

한일국교정상화는 문단에 두 갈래 반응으로 나타난다. 일본이 돌아온다는 위기감과 또 다른 하나는 억압된 일본적인 것의 분출이다. 한 예로, 식민지 경험을 지닌 문인들에 의해 일본문학 번역·출간이 폭발적으로 늘어난다.

저자는 당시 문학작품을 두루 살피며, 해방이 됐지만 여전히 식민지 유산이 은폐돼 있는 현실, 일본에 대한 불안과 공포를 보여주는 작품에 주목한다. 그 중 하근찬의 작품 ‘일본도’, 탁월한 일본어능력을 자랑한 김소운과 이병주의 ‘관부연락선’을 집중 분석한다.

김소운은 식민지 시기 ‘조선어’시 번역을 통해 일본문단의 권위자들로부터 대단한 찬사를 받은 인물이다. 저자는 그의 최초의 역시집인 ‘젓빛의 구름’에 밝힌 문제적 발언에 주목한다. 소멸의 위기에 처한 ‘조선어’ 시를 ‘고쿠고=일본어’로 옮김으로써 조선의 시심을 보전하고자 한다는 대목이다. 즉 조선어를 제국의 지방어로, 제국의 언어체계로 흡수시키는 작업이란 얘기다. 김소운은 1965년 한일국교정상화로 친일과 반일의 혼란스런 정국 속에서, 일본을 잘 아는 ‘지일’의 영웅으로 귀환, 일본어와 한국어의 차이를 주장하는데 앞장선다.

저자는 “한국사회에 잔존하는 ‘일본어의 망령’을 비판하며 ‘한국어’와 ‘일본어’의 엄격한 구분의 필요성을 반복적으로 ‘전경화’했던 것은, 식민지 종주국의 지배언어에 충실히 동화되어 그들의 언어적 제국주의에 봉사하였던 자신의 과거를 ‘후경화’하는 것과 그 궤를 함께 하는 일이 아니었을까”고 묻는다.

이병주의 자전적 소설 ‘관부연락선’에 대한 독해는 날카롭다. 한일국교정상화로 ‘만들어진 우애의 관계’로부터 지금까지 이어지는, ‘일본은 진정 우리의 친구인가’라는 물음을 소설적 미학을 통해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박사학위논문을 단행본으로 출간한 책은 한일문학을 친일, 반일의 구도가 아닌 억눌린 기억의 층위에 주목한 점과 종래 한국문학평론이 놓친 것들을 끌어내 새로운 읽기를 시도한 점이 눈길을 끈다.

‘한일관계의 ‘65년 체제,와 한국문학’/정창훈 지음/소명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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