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국내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가 처음으로 2000명을 돌파했다. 한국에서 코로나19를 종식시킬 백신의 전량 확보는 요원하기에 코로나19 장기화는 불가피해 보인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코로나19 장기화의 가장 큰 원인으로 백신 확보의 양극화 현상을 꼽고 있다. 전 세계 인구의 53%를 차지하는 고소득·중상위소득 국가들은 세계 백신의 83%를 확보한 반면, 전 세계 인구의 47%를 차지하는 저소득·중하위소득 국가들은 고작 17%의 백신밖에 확보하지 못했다고 한다. 캐나다는 1인당 10.4회 분량의 백신을 확보한 반면, 아프리카에는 단 1회분의 백신도 확보 못한 국가가 널려 있는 것이다.
전 세계가 백신 확보에 혈안이 된 이 시점에서 유엔 산하 기후변화 정부 간 협의체(IPCC)는 수십 년 안에 백신 대신 다른 것이 부족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다름 아닌 식량이다. IPCC는 2019년 8월에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고 지속 가능하게 식량을 생산하지 않을 경우 수십 년 안에 식량안보 위기가 올 것이라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또 최근에는 지구 평균 온도가 산업화 이전보다 1.5도 상승하는 시점이 기존 예상이었던 2050년이 아니라 2040년까지로 앞당겨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렇게 되면 식량안보 위기는 더 가속화된다.
기후 변화로 인한 식량안보 위기는 이미 소비자들의 가계부에서 찾아볼 수 있다. 지난해부터 집중호우와 태풍 등 기상 이변 상황이 반복된 데다 코로나19 사태까지 겹쳐 세계 곡물 생산량이 급감했다. 그 결과, 국제 농산물 가격은 작년 8월부터 현재까지 지속해서 오르며, 극심한 애그플레이션(agflation) 현상까지 우려되고 있다. 현재 세계 농업시장은 소수의 대농(大農)이 장악한 상태다. 따라서 식량 부족 문제가 국제적으로 심각해질 경우 이들 대농이 절대적인 주도권을 가지게 된다. 국제토지연합(ILC)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농가의 1%에 해당하는 대농들이 전 세계 농지의 70%를 확보한 반면 농가의 84%를 차지하는 소규모 농가들은 전체 농지의 12%밖에 보유하지 못했다. 공교롭게도 오늘날 단 12개 국가가 전 세계 코로나 백신시장의 독점적인 공급자가 된 상황과 비슷한 것이다.
올해 세계 각국에서 초대형 가뭄·화재 등이 연이어 발생하고 있다. 따라서 내년 농업시장의 공급 상황은 더 악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의 식량자급률은 쌀을 제외하면 고작 13%에 불과하다. 지난 4월 한국 정부는 국제 곡물 가격 상승에 대응해 ‘수입 확대’ 방침을 결정했다고 밝혔지만 기후 변화로 생산량이 줄어드는 것은 전 세계적 현상이어서 수입을 늘려 식량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식량이 상품으로 인식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식량은 모든 인간이 누려야 할 가장 근본적인 권리이기도 하다. 시장이 아닌 정부가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는 이유다.
코로나19 백신은 한 번 맞으면 6~8개월 정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식량은 하루라도 없으면 위험한 상황을 초래한다. 세계 5위의 식량수입국인 한국은 자체적으로 지속 가능한 식량 생산 시스템을 구축함과 동시에 식량안보 위기의 근본 원인인 기후위기에도 적극 대응해야 할 것이다.
이창표 그린피스 생물다양성 캠페이너
pils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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