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윤미 기자]#A씨는 지금 직장생활이 행복하지 않다. 처음엔 그렇지 않았는데, 불필요한 감정소모가 많아지고 주도적으로 자신의 일을 해나가기보다 의미없이 반복되는 일 속에서 성장은 커녕 일하는 의미마저 잃었다. 그러다보니 일의 의미를 가치보다 연봉에만 두게 됐다. 일을 하는 이유가 오로지 돈벌이 수단이 된 것이다.
이런 사례는 주위에 적지 않다. 일을 통해 스스로 성장하고 인정받고 싶은 게 인지상정인데, 일을 할수록 불행하다면 그만둬야 할까?
실리콘밸리의 인재 산실로 불리는 스탠퍼드 디스쿨(D. school)의 최고 명강의로 꼽히는 ‘당신의 인생을 디자인하라’의 주인공, 애플 디자이너 출신의 빌 버넷과 데이브 에번스 교수는 일하는 삶을 바꾸고 싶다면 먼저 생각을 바꾸는 법을 배우라고 말한다.
둘은 내로라하는 명문대생들조차 자신의 진로를 정하지 못하고 무엇을 하며 살아야 할지 고민하는 모습을 보고, 사회에 첫 발을 내딛기 전 학생들이 일하는 목적과 삶의 의미를 찾는데 도움을 주자고 의기투합, 이 강의를 만들었다.
강의를 바탕으로 내놓은 공저 ‘일의 철학’(웅진씽크빅)은 전작 ‘디자인 유어 라이프’가 다소 개념적인 것과 달리, 각자의 현실적 조건 속에서 생각을 재구성하는 법을 알려주는 실천편격이다.
한 예로, 어떤 경우에도 피드백이 없는 ‘또라이’ 상사 때문에 인정받지 못하는 느낌이 들고, 힘들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저자에 따르면, 핵심은 문제를 해결 가능한 최소 조치 단위로 재구성하는 것이다. 상사가 긍정적인 피드백을 제시하는 법이 없다면 다른 구성원이나 존경하는 다른 사람에게 업무를 인정받는 법을 찾든가, 회사문화가 본래 그렇다면, 한계를 받아들이고 직장 외부에서 에너지를 쏟는 것도 방법이다. 말하자면 피드백과 인정을 받을 방법은 많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긍정적인 해결방법은 호기심이라는 디자이너의 사고방식을 채택하는 것이다. 상사에게 품고 있는 부정적인 에너지가 어디서 오는지 자신을 살피는 것이다. 그런 성찰의 과정에서 문제 극복 뿐 아니라 성장의 기회도 얻을 수 있다.
단순히 돈만 좇는 일을 하며 지쳐버리지 않도록 돈과 의미, 자아실현의 균형을 맞추는 믹서 보드법도 눈길을 끈다. 훌륭한 음향 기술자가 화음과 소리, 느낌을 찾기 위해 믹서 보드를 사용, 적절한 균형을 찾아내듯이 자신의 가치관에 따라 돈과 영향력, 자기표현의 슬라이더를 적절히 조정해 삶의 균형을 찾는 유용한 방법이다.
책은 취업과 이직, 퇴사 고민부터 효율적인 업무처리, 소통법 등 직장인들의 고민에 명쾌한 해법을 제시한다. 또한 코로나 뉴노멀시대에 요구되는 리더십과 조직관리, 소통의 문제로 고민하는 리더들을 위한 힌트도 들어있다. 애플과 스냅챗 같은 기업의 디자이너는 어떻게 고객에게 기쁨을 주고 그들을 만족시키는 놀라운 서비스를 제공하는지도 소개해 놓았다.
일하는 삶에 대한 종합 바이블이라 할 만한 책은 문제해결을 위한 생각법과 프로세스를 구체적으로 제시한 게 돋보인다.
이윤미 기자
일의 철학/빌 버넷, 데이브 에번스 지음,이미숙 옮김/갤리온
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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