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회갈색 염색으로 안정감 심어줘
이낙연 안경착용 예리하고 선명함 어필
정세균 가르마없애 연장자 이미지 탈피
윤석열 밝은색상 정장으로 친근감 강조
홍준표 트레이드 마크 빨간색과 거리둬
최재형 부드러운 헤어로 딱딱함 벗어내
후발주자들 선명성 강조 존재감 부각
대한민국의 다음 5년을 좌우할 대선이 단 6개월 여 앞으로 다가오면서, 여야 대권 주자들의 ‘스타일 전쟁’도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패션, 머리 색깔, 헤어 스타일까지 이들의 변신은 모두 유권자들의 선택을 받기 위한 전략의 일환이다. 자신이 걸어온 길과 업적·능력을 소개하고 국가경영 비전·정책·공약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는 일도 중요하지만, 겉으로 드러나는 ‘매력’으로 유권자의 호감을 사는 건 그에 못지 않게 중요하고 때로는 더 어려운 일이다.
실제 미국 캘리포니아대(UCLA) 심리학과 명예교수 앨버트 메라비언이 지난 1971년 발표한 ‘메라비언의 법칙’에 따르면 한 사람이 상대방으로부터 받는 이미지는 시각이 55%, 청각이 38%, 언어가 7%로 구성된다. 상대방에게 호감 또는 비호감을 느끼는 데 있어서 그가 하는 말의 ‘내용’이 차지하는 비중은 단 7%에 불과하단 것이다. 시각적인 모습과 목소리는 우리가 상대방으로부터 받는 이미지를 거의 대부분 좌우한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장은 “대선주자들의 이미지 변신을 단순한 외모 꾸미기 정도라고 본다면 큰 착각”이라며 “스마트폰, 자동차를 살 때 성능이 아니라 디자인을 보고 고르는 세상”이라고 설명했다. 최 원장은 “이제는 정치 공학의 시대가 가고 정치 심리 시대”며 “TV토론에서 유권자들이 후보들의 논리력, 실력을 보는 것 같지만 사실은 인간적 매력을 보고 감성적으로 판단하는 부분이 훨씬 더 크다”고 했다. 대선 주자들이 평소 소탈한 모습의 사진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업로드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는 것이다. 그들은 어떻게 변신하고 있을까. 여야 주요 후보들의 분주한 이미지 변신 전략을 알아봤다.
▶‘안정감 부각’ 이재명, ‘이미지 컨설팅’ 받은 尹 = 먼저 더불어민주당 내 지지율 1위를 달리는 이재명 경기지사는 안정감을 부각한 스타일링을 추구한다. 지난해 가을 1위 주자로 부상하면서 바꾼 ‘회갈색’ 머리는 어느새 이 지사의 트레이드 마크가 됐다. 성남시장 시절, 2017년 대선 민주당 경선에 나설 때는 젊고 저돌적인 이미지를 보여주기 위해 머리를 검게 염색했다면, 이제는 1위 주자다운 ‘중후하고 부드러운’ 이미지를 주기 위해 회갈색으로 염색을 하는 것이다. 다소 거칠고 투박했던 싸움닭같은 이미지가 사라진 모습이다. 대선 캠프가 공식적으로 꾸려지기 전부터 그를 돕던 한 측근 의원은 “경선이 시작하기 전 이 지사의 머리 색깔을 어떻게 할 것인가를 놓고 측근들 간 갑론을박이 벌어지기도 했다”고 전했다. 이 지사는 의상도 안정감과 무게감을 드러내는 짙은 색 양복과 넥타이를 고수하고 있다.
국민의힘 내 지지율 1위 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최근 들어 밝은 색상의 정장을 즐겨 입으며 친근감을 강조하는 모습이다. 윤 전 총장은 원래 어두운 색의 정장을 선호했다. 일상복으로는 여름에는 반팔 와이셔츠, 겨울에는 경량 패딩을 즐겨 입었다. 패션보다는 편안함을 따진 것이다. 윤 전 총장 측은 “몸에 딱 맞는 밝은 톤의 옷을 통해 더 이상 ‘아재(아저씨)’ 이미지에 갇히지 않으려고 한다”고 했다. 윤 전 총장은 지난 3월 헤어라인 시술도 받았다. 이달 초에는 한 대학 교수에게 이미지 컨설팅도 받았다. 그는 말을 할 때 고개를 좌우로 지나치게 돌리는 일명 ‘도리도리’ 버릇, 다리를 벌리고 앉아있는 이른바 ‘쩍벌’ 자세, 말머리에 습관처럼 “마”라고 하는 습관 등 자신의 이미지 전반에 대한 조언을 구하고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안경으로 예리함 강조’ 이낙연, 트레이드 마크 ‘빨간색’과 거리 두는 洪 = 1위를 따라 잡아야 하는 2위권 주자들도 변신에 분주하다.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는 5선 국회의원에 당 대표, 국무총리 등을 거친 경륜에서 나오는 무게감을 내려놓고, 보다 선명하고 경쾌한 느낌을 주기 위한 시도를 하고 있다. 기존의 ‘엄근진(엄중·근엄·진지)’ 이미지를 보완하는 차원이다. 기존에 다니던 ‘이용원’이 아닌 ‘미용실’에 가서 머리를 손질한다. ‘트렌디’한 모습을 보여주기 위함이다. 의상도 최근 패턴이 들어간 밝은색 옷을 여러 벌 마련했다. 지난 11일 TV토론회부터는 안경을 착용해 인상을 바꿨다. 이 전 대표 캠프 관계자는 “조금 더 예리하고 선명한 이미지를 강조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캠프 홍보팀의 2030 여성 보좌진들이 수시로 이 전 대표를 모니터링을 하고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고 한다.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은 트레이드 마크였던 빨간색과 거리를 두고 있다. 그의 빨간색 사랑은 각별했다. 붉은 넥타이만 수십 개에, 내복과 속옷까지 빨간색이라는 뒷이야기가 나올 정도였다. ‘레드 준표’라는 별명도 얻었다. 그런 그가 최근 하늘색 넥타이를 즐겨 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홍 의원은 한 라디오 방송에서 “주변 사람들이 너무 고집스럽다고 넥타이 색을 바꾸라고 해 바꿨다”며 “국민이 싫어하는 것은 하지 않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홍 의원은 눈썹 문신을 해왔지만, ‘앵그리버드’라는 말로 희화화될 조짐이 일자 이제는 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법조인·엘리트·아저씨 이미지’ 털고 ‘젊고 친근함’으로 어필 = 국민의힘 주자인 최재형 전 감사원장은 최근 백발을 어두운 빛으로 염색하고 퍼머도 했다. 각진 검은 테 안경을 내려놓고 보다 연한색의 둥그런 테 안경을 썼다. 가끔은 앞머리를 ‘요즘 스타일’에 맞춰 위로 세우기도 한다. 최 전 원장의 고민은 노안(老顔)이다. 그는 윤 전 총장보다 4살 더 많지만, 그동안엔 흰 머리와 각진 안경 탓에 나이가 더 들어보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제는 판사 출신 특유의 딱딱한 이미지도 털어내려 한다. 최 전 원장 측은 “최 전 원장의 젊고 유한 이미지를 위해 딸이 각별히 조언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정세균 전 총리도 민주당 6명의 후보들 중 가장 연장자인 점을 고려해 ‘젊고 활력 넘치는’ 이미지를 보여주기 위해 공을 들이고 있다. 이전엔 메이크업 없이 방송에 임했지만 이제는 촬영 전 메이크업을 받고 머리 가르마를 없애는 등의 시도를 하고 있다. 정 전 총리 캠프 관계자는 “머리 스타일이나 의상이 주는 영향이 적지 않더라”며 “2030 청년층에게 더 어필하고 더 친근하게 느껴지기 위해 신경을 쓰고 있다”고 했다. 정 전 총리는 운동복 차림에 선글라스를 끼고 유튜브 영상에 등장하기도 했다.
국민의힘 유승민 전 의원의 패션에는 청바지가 연관어로 따라온다. 그가 주축이 된 개혁보수 세력이 변화와 혁신을 보여줄 상징물로 청바지를 택했기 때문이다. 유 전 의원을 구심점으로 한 새로운보수당이 공식 출범되는 날 참석자들의 드레스코드도 청바지였다. 유 전 의원은 최근 장소에 따라 ‘노타이’ 차림에 캐주얼 정장도 즐겨 입는다. 특유의 엘리트 이미지를 털고 대중 정치인으로서의 친근감을 부각하려는 패션이다.
▶선명성 강조하며 존재감 부각하는 후발주자들 = 민주당 내 대표적인 ‘강성개혁’ 이미지의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예비경선에서 흰색 정장을 주로 입었지만 본경선부터는 파스텔톤을 자주 입으며 부드러움을 부각했다. 다만 개혁공약 발표나 기자회견에서는 여전히 흰색 또는 검은 정장을 즐겨 입으며 선명한 이미지를 잃지 않으려는 모습이다.
원희룡 전 제주지사는 최근 이른바 ‘부캐 놀이’에 한창이다. 부캐(부캐릭터)는 평소 모습이 아닌 새로운 모습으로 행동할 때를 가리키는 신조어다. 원 전 지사는 얇은 테 안경에 흰색 와이셔츠 차림으로 취재 내용을 전달하는 ‘원희봉 기자’, 화려한 셔츠에 면바지를 입은 아이돌 연습생 ‘희디’, 빨간 뿔테 안경에 ‘올백’ 머리를 한 ‘희룡부동산 사장’ 등으로 변신해 국민에게 다가가고 있다. 중앙 정치 무대에서 벗어나 제주지사를 역임하는 동안 힘 쏟지 못한 전국적 인지도를 높이려는 시도로 분석된다.
유일한 1970년대생으로 민주당 후보들 중 가장 젊은 박용진 의원은 노타이에 활동적 패션을 자주 뽐낸다. 전형적인 여의도 정치인 복장이 아닌, 스니커즈와 세미 정장 등으로 스타일을 바꿔 자신이 가진 ‘젊은 주자’ 장점을 더 부각하는 전략을 택한 것이다. 김두관 민주당 의원도 최근 정장보다는 캐주얼 복장 시도를 많이 했다. 정장을 입을 때도 푸른색 계통에 패턴이 들어간 셔츠, 서로 다른 색상의 상·하의 스타일 등 보다 밝고 활력있는 이미지 구축에 애를 쓰는 모습이다.
배두헌·이원율 기자
badhone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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