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 농산물, 국제상황 유가
통제하기 어려운 변수인데…
일시적 판단 속 확대재정 고집한 정부
[헤럴드경제=홍태화 기자] 고물가가 이어지는 가운데 확대재정 기조가 계속되고 있다. 당장 6일부터 11조원에 달하는 현금이 직접 시중에 풀린다. 농축수산물과 유가 등 공급 측면에서 물가상승세가 안정되지 않은 상황 속에서 결정된 정책방향이다. 유동성이 풀리면서 수요측면에서도 상방압력이 거세질 가능성이 생겼다.
기획재정부는 앞서 물가 상방요인을 일시적 공급차질로 봤다. 농축수산물은 날씨, 유가는 국제상황이 대표적인 상승요인으로 지목됐다. 우리나라 정부가 단독으로 통제하기 어려운 변수지만, 곧 사라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러나 두 품목은 8월에도 상승세를 지속했다.
8월 물가는 지난해 같은달과 비교해 2.6%가 올랐다. 5개월째 물가안정목표치인 2%대를 상회했다. 특히 농축수산물 기여도가 높다. 8월에는 전년동월대비 7.8%가 올랐다. 5월엔 12.1%, 6월엔 10.4%, 7월엔 9.6%였다. 기여도로 보면 8월 물가상승률 중 24.6%를 농축수산물이 끌어올렸다. 식료품 비용 비중이 소득에 비해 비교적 큰 서민계층에 치명적이다.
공급 측면에서 상승세가 계속되는 가운데 계절적 요인이 큰 품목을 제외한 ‘근원물가’(농산물·석유류 제외지수)는 1.8%까지 높아졌다. 유동성이 갑작스럽게 풀리면 공급과 수요 두 방향이 모두 물가상방 압력으로 늘어날 수 있다. 확대재정 기조가 인플레이션 방아쇠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정부는 추석 전 방역과 경제라는 선택지 속에서 일단 경제 쪽에 무게 중심을 뒀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3일 수도권 등 4단계 지역 식당·카페 영업시간을 밤 9시에서 10시로 연장하는 등 거리두기 완화책을 발표했다.
반면, 추석 전 민생대책으로 강조하는 국민지원금은 대다수 국민에게 동등하게 살포된다. 국민 88%에게 1인당 25만원 돌아가는 형식이다. 총 규모 11조원 가량이 시중에 풀린다. 취약계층을 직접 겨냥하지 않았다. 한국은행이 금리 인하를 단행하는 모습과도 대조적이다.
물가는 식료품을 중심으로 상승하고 있지만, 오는 현금은 무차별적으로 지급된다. 물가가 서민을 직접 때리는 가운데 재정 정책은 시중에 전체적으로 유동성을 공급하는 셈이다.
정부는 추석 전 서민들 고통경감을 위해 국민지원금은 필수적이라는 입장이다. 이억원 기획재정부 1차관은 “코로나 위기 장기화에 따른 국민들의 어려움을 덜어드리고 자영업자‧소상공인 등 지역경제 활성화 지원 노력의 일환”이라며 “신청과 지급 과정에서 국민 불편을 최소화하고 신속한 집행이 될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th5@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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