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검찰총장 시절, 검찰이 야당에 고발을 사주했다는 의혹이 수사로 이어질 전망이다. 아직 진위공방이 이어지고 있으며, 실체를 밝히는 과정이 쉽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사실로 드러난다면 윤 전 총장은 법적인 유무죄 판단과는 별개로,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한다.
이번 의혹은 탐사보도매체 ‘뉴스버스’ 보도를 통해 세상에 알려졌다. 언론계 종사자로서 이 같은 사안이 나오면 쫓아가기가 버겁다. 최초 보도 언론사가 제보를 통해 인지한 사안을 상당 시간 공을 들여 취재한 내용을 단시간에 같은 수준으로 검증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첫 보도가 나온 직후 여권은 이 기사에 열광했다.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가 대표적이다. 최 대표는 뉴스버스의 ‘윤석열 전 검찰총장 고발 사주 의혹’을 왜 다른 언론들은 보도하지 않느냐고 일갈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도 이 의견에 찬성한 뒤 ‘MBC 말고는 제대로 보도하지 않는다’고 불평했다. 하지만 사실과 다르다.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윤석열 고발’ 검색어를 넣으면 기사가 얼마나 많은지 알 수 있다. 실제 첫 보도 직후 지상파뉴스와 주요 신문은 대부분 톱 기사로 다뤘다.
탐사 보도는 후속 보도하기가 어렵다. 단순 발생 기사야 공식 공보 라인을 통해 진위를 판단하기 쉽지만 특정 매체가 정보를 확보한 채 기사를 쓰는 사안은 그렇지 않다. 사안이 중요하다면 일단 인용 보도를 하고 추후 상황을 보거나 첫 보도와 별개로 후속 취재를 이어가야 한다.
그런데 여당이 만든 ‘언론법 개정안’을 보자. ‘별도의 충분한 검증 절차 없이 복제·인용 보도한 경우’ 고의 또는 중과실이 있는 것으로 추정하는 규정을 신설했다. 이 규정을 이번 고발 사주 의혹 사건에 대입해보자. 공개된 사건 당사자들은 의혹을 부인하고 있고, 첫 보도를 한 매체는 핵심 취재원의 신상을 보호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여당에서 내놓은 법안대로라면 ‘뉴스버스에 따르면’이라는 식의 인용 보도를 했다가는 징벌적 손해배상 책임을 부담할 수 있다. 언론사가 제보를 받은 언론사와 동일한 정보를 수집하기 전에는 이 사안을 보도하는 데 제약이 따르는 결과를 가져온다.
언론은 수사기관이 아니기에 의혹 제기 단계에서 사안의 면모를 완벽하게 증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취재 과정에서 필요한 검증을 거쳤다면 최종적으로 사실과 다르더라도 합리적인 의혹을 제기한 것을 비난할 수 없다. 이번 사안도 마찬가지다. 만에 하나 수사를 통해 고발 사주 의혹의 실체가 밝혀지지 않거나 사실과 다른 점이 판명나더라도 언론의 문제 제기는 나름의 근거를 갖춘 것이고 기사 가치가 충분하다.
조 전 장관과 최 의원의 반응만 보더라도 여당의 언론법 개정안이 잘못된 것이라 불평하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 여권에서는 2년 전 조 전 장관 수사 때는 언론 보도가 100만건이 넘는다고 불평했다. 하지만 실제 보도량은 3분의 1도 되지 않았다. ‘기사가 너무 많다’고 했던 쪽에서 이번에는 ‘왜 보도에 소극적이냐’고 질타한다. 지금은 여당이고, 국회에서도 과반이 넘는 다수당이지만 이 상황이 영원할 수는 없다. 유리하다고 생각해서 설계한 제도가 스스로의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
jyg9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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