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준성( 경희대 국제대학원 객원교수ㆍ미국변호사)

지난 달 13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강원도 삼척시 주민투표 결과에 대한 논란이 일었다. 원자력발전소 유치 반대의견이 84.97%로 나왔기 때문이다. 원전유치 당시 정부가 제시했던 96.9%의 서면동의서 작성비율과는 상반된 결과이다. 원전유치 입지선정 시, 주민의견 수렴절차의 투명성 및 적법성 논란이 불거졌다.

삼척 주민투표의 법적효력에 대한 야당과 정부의 입장차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 주민투표 전제조건의 존재여부이다. 야당은 삼척시의회가 2010년 원전유치 신청안을 주민투표 조건부로 통과시켰기 때문에 유효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산업통상자원부은 당시 전제조건으로 명시되지 않았기 때문에 무효라는 입장이다. 둘째, 주민투표의 대상범위이다. 야당은 원전개발은 주민복리에 관한 자치사무라고 주장하나, 정부는 신규원전의 입지 및 건설에 관한 사항은 국가사무로 주민투표 대상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이 같은 입장차는 국가기관과 지방자치단체 간의 관할권 다툼에서 비롯된다. 헌법상 지자체의 자치권의 범위는 법령에 의해서만 형성 또는 제한된다. 헌법재판소는 국가기관의 법령제한을 광범위하게 허용하는 입장을 취한다. 물론 불합리하게 자치권의 본질적인 내용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라는 단서가 붙는다. 지방행정이 중앙행정의 일부로 간주되어 국가적 감독 및 통제가 폭넓게 허용되는 것이다.

지방자치제도가 발전된 미국은 우리와 다른 접근방식을 취한다. 연방법이 주법을 우선하는 연방법 우선원칙(preemption)은 제한적으로 적용된다. 미국 원자력법은 원자력규제위원회의 독점권한을 원전 건설 및 운영 또한 핵물질 처리로 엄격히 제한한다. 미국 연방대법원은 연방정부가 원전 건설 및 운영에 대한 방사선 안전 측면을 기술적으로 규제하고, 주정부는 수요조사, 안전성, 비용 등의 기타사항에 대한 결정권을 갖는다고 판결했다. 주정부가 경제적인 사유로 원전 개발을 지연 또는 중지시킬 수 있는 상당한 권한을 가진다고 판시했다.

미국과 달리, 국내법은 지자체가 원전개발을 지연 또는 중지할 수 있는 법적권한을 부여하지 않는다. 우선 신규원전 예정지역 지정고시 해제신청을 할 수 없다. 전원개발촉진법상에는 해제조항이 없고, 전원개발사업 실시계획에 대한 산업통상자원부장관 승인만 받으면 도로법, 하천법 등의 17개 법령 인허가를 모두 취득한 것으로 간주하기 때문이다. 또한 지방자치법 제11조는 고도의 기술을 요하는 원자력 개발 등을 국가사무로 규정한다. 기술규제와 경제규제로 이원화하는 미국과 달리 국가사무로 획일적으로 규제한다. 국가사무의 범위가 지나치게 광범위하게 해석된다.

지자체뿐만 아니라 지역주민도 원전유치 거부권을 실질적으로 행사할 수 없다. 첫째, 주민 의견수렴 절차는 형식적인 요식행위에 불과하다. 설명회 및 공청회는 합법적으로 생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원개발촉진법의 설명회는 1회, 원자력안전법의 공청회는 2회 이상 개최 또는 정상진행을 실패하면 생략 가능하다. 둘째, 선거관리위원회를 통한 국가정책에 대한 주민투표를 발의할 수도 없다. 신규원전 관련업무는 국가사무로 적용대상에서 제외되기 때문이다. 반면 국가기관은 주요시설 설치 등 국가정책 수립에 관하여 주민투표 실시를 지자체에 요구할 수 있다. 일방통행식 정부정책은 주민들의 극심한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전북 부안군 원전수거물 관리시설 유치사업이 백지화된 후, 중ㆍ저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시설 유치지역 선정과정에 대한 특별법 제정으로 주민투표 실시가 의무화됐다.

신규원전 입지선정과 관련된 지역주민의 거부권을 보장하기 위한 법률개정이 필요하다. 첫째, 전원개발촉진법과 원자력안전법의 주민의견 청취 및 수렴절차에 주민투표 실시를 의무화하는 조항을 신설해야 한다. 둘째, 주민투표법 제7조 제2항의 주민투표 제외사항에서 국가사무 조항을 삭제해야 한다. 원전안전에 대한 지역주민의 불신과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을 줄이기 위한 대체에너지 개발에 총력을 기울일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