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거안정 전력 기울이겠다며, 서울 재개발·재건축 규제 여전

서울시 새해예산안서도 과거 도시재생 관련예산만 집중 증액

안전진단·초과이익 환수·분양가상한제 등 규제 완화 외면

[헤럴드경제=최정호 기자] 주택 공급에 속도를 낸다. 하지만 주택난의 근원지인 서울과 수도권은 아니다. 지난 3일 문재인 대통령의 신년사 중 주택정책 관련 부분의 골자다.

모처럼 주택 가격이 하향 안정세에 접어들었지만 서울과 수도권의 만성적인 주택 부족 현상은 여전히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주택폭등 진앙지 서울 외면한 정부…요원한 서울 내 집 마련 [부동산360]
천정부지로 치솟은 아파트값과 아파트에 집중된 규제, 재개발 규제 완화 정책 등이 맞물리면서 빌라에 매수세가 붙고 가격도 많이 올랐다. 사진은 남산에서 바라본 시내 빌라의 모습. [연합]

4일 서울시 등에 따르면 지난해 마지막 날 극적으로 시의회에서 통과된 서울시 새해예산안 중 주택 관련 부분은 애초 서울시 제출안보다 크게 삭감됐다. 오세훈 시장이 공약으로 추진 중인 상생주택 시범사업 관련예산은 41억원에서 1억5000만원으로 줄었고, 신림동 등에서 신속통합기획과 함께 적용될 예정이던 ‘지천 르네상스’ 관련예산도 대부분이 삭감됐다.

그나마 최근 지역 주민으로부터 큰 호응을 받는 신속통합기획 관련예산은 서울시 제출안 대비 10억원가량 늘었다. 동시에 박원순 전 시장의 도시재생뉴딜사업은 외면받는 현장 분위기와 달리, 100억원 가까이 증가했다.

지난 10년간 도시재생이라는 이름으로 막혔던 재건축 및 재개발 활성화를 통해 서울 주택 공급을 늘리겠다는 구상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90%를 장악한 시의회의 예산심사 과정에서 가로막힌 셈이다.

지난 3일 문 대통령의 새해 시정연설에서도 이 같은 분위기를 엿볼 수 있다. 문 대통령은 주택정책 실패에 대한 사과는 생략하고 “마지막까지 주거안정을 위해 전력을 기울여, 다음 정부에까지 어려움이 넘어가지 않도록 하겠다”면서도 바로 “수도권 집중 현상을 극복하기 위한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최근 5년간 집값 및 전셋값 폭등의 진앙인 서울과 수도권의 재개발을 억제하고, 대신 지방을 발전시켜 인구분산을 통해 궁극적으로 서울 집값을 잡는다는 과거 부동산정책 기조에서 한 발도 벗어나지 않은 것이다.

주택폭등 진앙지 서울 외면한 정부…요원한 서울 내 집 마련 [부동산360]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의 모습. [연합]

실제 현 정부의 정책 기조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2·4 부동산공급대책, 그리고 올해 ‘부동산시장 안정방안’을 통해 서울 도심 재개발 물량 공급을 약속했지만 정작 현장에서 요구하는 안전 진단,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분양가상한제 등은 여전히 외면하고 있다. 서울과 수도권 재건축·재개발에서 정부 주도의 공공기획이 외면받고, 대신 민간 중심의 서울시 신속통합기획에 관심이 몰리는 이유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 수석위원은 “서울은 나대지가 부족하기 때문에 재건축·재개발 등의 방식으로 신규 주택 공급을 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라며 “실제 공급까지 이어지려면 재정비사업의 핵심인 분양가와 관련된 청사진이 보완되고, 행정적 지원이 체계적이고 촘촘하게 진행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주택폭등 진앙지 서울 외면한 정부…요원한 서울 내 집 마련 [부동산3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