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1월 누적 수도권 아파트 증여 비중 8.7%
전년 대비 거래량 줄었지만…비중은 확대
거래 위축에도 다주택자 증여 움직임 여전
다주택자 거래 유도 필요하다는 목소리에
여야 대선후보 나란히 양도세 중과 유예 추진
“증여성 거래 규제 등 보완책 필요” 의견 나와
[헤럴드경제=김은희 기자] 지난해 수도권 아파트의 증여거래 비중이 역대 최고 수준으로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전반적인 거래 위축에도 세금 부담을 느낀 다주택자가 매도 대신 증여를 선택하는 움직임이 계속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극심한 거래 침체를 풀기 위해 여야 대선후보가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증여성 거래에 대한 규제가 동반되지 않는 한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를 완화한다고 해도 이들이 적극적으로 보유주택을 매도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5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 11월까지 수도권의 아파트 증여거래는 총 4만2177건으로 전체 거래의 8.7%를 차지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2020년 7.3%보다 1.4%포인트 늘어난 수치로 역대 최고치다. 지난해 1~11월 증여거래 자체는 2020년(5만6051건)과 비교해 줄었지만 전체 거래량이 47만5919건에서 30만9986건으로 크게 감소하면서 비중이 확대된 것이다.
대상을 전국으로 넓혀도 흐름은 비슷하다. 지난해 11월까지의 누적 아파트 증여거래는 7만3205건으로 2020년(9만1866건)보다 적지만 비중은 5.8%에서 6.6%로 확대됐다. 부동산 보유세 가산시점인 작년 6월 이후 줄었던 증여거래량이 4분기부터 다시 오름세를 보이고 있는 만큼 12월 통계까지 더하면 증여 비중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의 다주택자에 대한 과세 강화 영향으로 아파트 증여는 늘어나는 추세다. 2020년 통계 집계 가장 많은 증여거래량을 기록한 데 이어 1년 내내 거래가 부진했던 지난해에는 증여 비중이 크게 오르는 양상을 보였다.
다주택자가 매도 대신 증여를 선택할수록 재고 주택시장에서의 물량 확보는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특히 최근 거래절벽이 심화되면서 활발한 거래를 위해 다주택자의 잉여주택 출회가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정책연구실장은 “가격이 조정되고 매물이 있다고 해도 거래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안정화된 견고한 시장으로 수렴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수급이나 가격 뿐 아니라 거래가 적정 수준에서 자유롭게 이뤄지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여야 대선후보가 나란히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한시 유예를 추진하면서 거래 활성화를 강조한 것도 같은 차원이다. 일각에선 정책 일관성을 저해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지만 거래량 회복을 위해선 긍정적인 기여를 할 것이라고 업계는 분석한다.
김성환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다주택자가 물량을 내놔야 실질적으로 수요자가 시장에 진입할 수 있다”며 “다주택자의 수익실현을 인정할 것이냐의 문제가 있지만 다주택자 양도세가 완화되면 시장에 물량이 나온다는 게 지금까지의 연구 결과”라고 설명했다.
다만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완화를 통해 거래량 증가 효과를 거두려면 증여성 거래를 규제하는 등의 보완책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증여세가 양도세 대비 부담이 적은 데다 증여 수증자가 주택을 5년 후 매도하면 취득가액이 증여시점을 기준으로 책정돼 양도세를 낮출 수 있다. 가구 분할의 방법으로 1가구 1주택의 혜택을 볼 수도 있다. 양도세를 낮춰도 증여성 거래를 선택할 유인이 많다는 의미다.
서영수 키움증권 연구원은 최근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영향평가’ 보고서에서 “2019년 12·16 대책에서 추진한 6개월간 한시적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의 경우에도 10년 이상 보유 세대가 여타 세대와 달리 매도를 크게 늘렸다는 증거는 찾아보기 어렵다”며 “다주택자의 증여성 거래를 규제해 허점을 해소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