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백신 접종을 완료했다. 나와 가족의 건강을 위해서였다. 그리고 나로 인해 주변에 피해를 입히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조만간 부스터샷(추가 접종)도 접종할 계획이다.
지난해에 백신을 접종할 때만 해도 백신 접종이 완료되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도 극복할 것이라고 믿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백신 접종자에 대해서도 이른바 돌파 감염이 상당수 발생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독감 같은 ‘엔데믹(풍토병)’이 우리 곁에 등장한 것이다. 평생 마스크를 쓰고 다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절로 한숨이 나왔다.
언제부터인가 식당에 들어갈 때 QR 체크인을 하는 것이 아주 자연스러워졌다. 그런데 새해 들어 개인 정보 하나가 추가로 공개되고 있다. “접종 완료 00일 경과”라고 뜨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부스터샷 접종할 날을 예측할 수 있어 편하다는 생각이 들지만 이는 단순한 편의 제공이 아니다. 앞으로 부스터샷을 접종하지 않으면 일상생활에 여러 가지 제약이 뒤따르기 때문이다.
섣부른 ‘위드 코로나’로 인해 확진자 수가 7000명이 넘자 정부는 지난해 12월 특별 방역대책을 발표하면서 노래연습장과 영화관, PC방 등 다중이용시설을 이용할 때 미접종자나 접종 완료 이후 180일이 지난 사람에 대해 ‘방역 패스(접종증명·PCR음성 확인)’를 실시하기로 했다. 백화점과 대형 마트에 대해서는 이달 10일부터, 학원이나 독서실 등 교육시설에 대해서는 3월부터 적용된다. 사실상 정부가 온 국민을 상대로 백신 접종을 강제한 셈이다.
주변에 백신 접종하지 않은 지인들이 있다. 한 명은 몇 년 전에 암 수술을 받고 백신 후유증이 우려되어 접종하지 않았고, 또 한 명은 1차 접종 후 후유증에 시달려 2차 접종하지 않았다. 또한 백신 후유증이 걱정되어 미성년자인 자녀들에 대해서는 접종시키지 않겠다는 학부모들도 있었다. 대신 그들은 마스크와 손 씻기 등 방역수칙을 더욱 철저히 지키고 있다고 했다.
우리 헌법은 자유민주주의를 채택하고 있다. 국가가 내 자유에 개입하기 위해서는 목적이 정당해야 하고, 국가가 선택한 수단이 목적을 달성하기에 적절해야 하며,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가장 최소한의 수단이야 한다. 그리고 목적을 통해 달성되는 공익과 제한되는 자유와 권리가 균형을 이루어야 한다. 또한 합리적 이유 없이 불리하게 차별받지 않을 권리가 있다.
그렇다면 정부가 추진하는 ‘방역패스’가 과연 위와 같은 대원칙을 충분히 준수하고 있는 것일까. 모든 국민에게는 자기 운명을 결정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 그런데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26일 기준 백신 접종 이상 반응 의심 신고 중 사망 건수는 무려 1552건이다. 그렇다면 기저질환이 있거나 백신 후유증을 겪은 국민에게 백화점 출입을 금지하면서까지 생명을 담보로 백신 접종을 강제하는 것이 타당할까. 또한 밀폐된 실내 시설에 사람이 밀집할 때 방역상 위험이 있어 백화점과 대형 마트 이용을 제한한다면서 종교시설을 허용하는 기준은 무엇이며, 지하철은 방역상 안전한가. 미접종자로 인해 확진자가 증가하는 것처럼 정부가 책임을 돌리려는 의도로 보는 것은 지나친 해석일까.
때마침 법원이 정부의 ‘방역패스’에 제동을 걸었다. 백신 미접종자라는 특정 집단의 국민에 대해서만 학원 등의 시설 이용을 제한하는 것은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이유가 없다는 취지로, 학원이나 독서실을 방역패스 의무적용 시설로 포함시킨 부분의 효력을 정지한 것이다.
우리 국민은 정부가 강제하지 않아도 이미 83%가 넘는 접종률을 기록하고 있다. OECD 국가 중 1위다. 자유 제한이라는 손쉬운 카드를 꺼내는 정부보다 자발적으로 방역에 대응하는 국민의 수준이 훨씬 높다. 정부는 학원 등 교육시설뿐만 아니라 생필품을 구입하기 위한 장소인 백화점과 대형 마트에 대해서도 방역패스 적용시설에서 제외해야 한다.
김한규 전 서울지방변호사회장
poo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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