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학회 학술대회서 쏟아진 제언
부총리급 규제개혁부 설치 과감한 개혁
기업혁신 촉진할 세제개혁·금리정책을
불만·불신·불안…우리 사회는 지금 ‘3不’
좋은 일자리 지속가능한 창출 선결과제
“규제개혁 요구가 들어오면 해당 부처 공무원이 일차적으로 검토하고 위원회에 상정하는데 어떤 공무원이 자기 부처 밥그릇을 깨뜨리겠습니까?”
“취업과 내 집 마련, 자녀교육, 노후를 생각하면 한국은 여전히 ‘불안’합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 40일을 앞두고 31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공동 학술대회 현장. 이날 국내 사회과학 분야를 대표하는 한국경영학회·한국경제학회·한국정치학회·한국사회학회 소속 교수들은 새 정부를 향해 강도 높은 주문을 던졌다. 특히 정부의 과도한 규제가 한국 경제성장률 하락 최대 요인으로 지목돼 이를 개선하기 위한 쓴소리가 쏟아졌다. 규제의 근본 틀부터 완전히 바꾸고 과감한 개혁을 위해 부총리급의 ‘규제개혁부’를 설립해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다.
1084명의 학회원(교수, 전문가 등)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한국 경제의 성장률이 하락하는 최대 원인으로 ‘정부의 과도한 규제에 따른 민간기업의 혁신 유인 감소’(31%)가 꼽혔다. 이어 ‘인구구조 변화에 따른 생산성 감소’(21%), ‘노동시장 경직성에 따른 생산요소 배분의 왜곡’(16%) 순으로 분석됐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으로 ‘기업 혁신을 촉진할 세제개혁 및 금리정책’(30%), ‘창조형 인적 자본 축적을 위한 재산권 보장 및 교육제도 개혁’(28%), ‘노동시장 안전망 확보와 더불어 기업고용의 유연성 증대’(16%) 등의 정책 제안이 나왔다.
특히 규제개혁과 관련 이경묵 서울대 교수는 주제발표에서 “새로운 규제를 만들려는 공무원들은 매우 많지만 규제를 없애는 것을 자신의 본업으로 하는 사람은 거의 없기 때문에 규제가 늘 수밖에 없다”고 지적하며 “현재 포지티브식 규제에서 포괄적 네거티브로 근본 틀을 바꾸고, 부총리급의 규제개혁부를 설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재열 서울대 교수는 우리 사회를 ‘3불(三不)’ 사회로 규정했다. 눈높이에 비해 현실은 ‘불만’, 과거 경험에 비춰 믿을 곳 없는 ‘불신’, 취업과 내 집 마련, 자녀교육, 노후를 생각하면 ‘불안’이라는 것이다. 이 교수는 “이전 정부의 정책을 부정하거나 뒤집는 차별화만으로는 곤란하다”며 “장기적 목표를 제시하고 오케스트라 지휘자 같이 지금 시작하지 않으면 안 되는, 필요한 우물을 파는 리더십이 필요한 때”라고 밝혔다.
박기백 서울시립대 교수는 “우리나라의 복지지출이 외국에 비해 낮은 것은 사실”이라며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공공사회복지지출 비율은 12.2%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중 네 번째로 낮고, 복지 증진을 위한 재원은 항구적인 지출이므로 증세가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윤석열 정부가 추진해야 할 정책의 중요도를 물어, 우선순위를 정한 결과에 따라 중점 추진과제 7가지도 소개했다.
첫 번째는 ‘좋은 일자리의 지속 가능한 창출’이었고, 다음은 ‘미-중 경쟁시대에 적합한 외교정책 추진’이었다. 다음으로 ‘경제안정을 위한 가계부채 관리’ ‘범죄로부터 안전한 사회 만들기’ ‘출산율 저하 및 인구 고령화 대응 정책’ ‘공교육 내실화’ ‘청년·청소년의 다양성 존중과 삶의 기회 증진’ 순이었다.
한상만 한국경영학회장은 이날 학술대회 취지와 새 정부 출범 의미에 대해 “대한민국이 지난 60년 동안 고도성장을 통해 G10 선진국에 진입했는데 이번 신정부는 대한민국이 선진국으로서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국정목표와 국가전략을 수립하는 첫 번째 정부로서의 의미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은 “팬데믹 극복 기대감으로 2022년을 시작했지만 지정학적 리스크 확대로 원자잿값과 환율 상승, 공급망 불안 등으로 국가적 어려움이 커졌다”며 “현재 이슈들은 민관 모두 단독의 힘으로 대응하기 힘든 형태로, 정부와 경제계가 긴밀하게 소통하고 대책을 함께 세워가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국가미래전략과 지역균형발전은 따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기업활성화 등은 지역규제를 풀고 지역특색을 살리는 정책과 어우러져야 한다”며 “동시에 한국은 여전히 정치적 갈등, 반기업정서 등 장애 요소로 사회발전 측면에서 미흡하기 때문에 경제계 노력과 함께 정치권, 시민사회에서도 화답해 모두에게서 능동적인 행동변화가 생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태일 기자
killpas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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