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명품 무기체계가 세계시장에서 인정받고 있다. K9 자주포, 천궁-Ⅱ 등의 수출로 2021년 방산수출이 70억달러(약 8조3000억원)를 넘어서는 기염을 토했다. 이는 방산 수출 규모가 수입을 넘어선 최초의 성과라 할 수 있다.
한국의 방위산업은 세계적인 기술 수준의 첨단 무기체계 개발 도전을 통해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발사와 고체추진 발사체 시험 발사 등에 성공했고 KF-21 시제기 출고 역시 눈앞에 두고 있다. 또한 레드백 장갑차와 K2 전차, FA-50 경공격기 등 지상, 해상, 공중을 아우르는 다양한 첨단 무기체계들이 유럽, 동남아, 중동, 호주 등에서 러브콜을 받고 있다.
50년 전 해외 방산강국으로부터 중고 무기체계를 넘겨받아 사용하고, 기술도면과 부품을 수입해 조립 생산하던 수준에서 이제는 첨단 무기체계와 핵심기술을 자체 개발하며 세계 방산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국회와 정부, 산업계·학계·연구소 등의 자주국방을 향한 갈망과 노력 덕에 우리 방위산업은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뤘다. 이제 우리는 세계시장에서 퍼스트 무버(시장 선도자)로 나아가기 위해 또 한 번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올해 초 강은호 방위사업청장은 “2년 이내에 방산기술력 세계 5위, 방산수출 200억달러 달성”이라는 도전적 목표를 제시했다.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선결조건은 무엇일까. 무엇보다 방위사업 계약과 관련한 법과 제도적 토대가 선진국형으로 변화해야 한다.
현행법 제도상 방위사업은 ‘방위사업법’을 토대로 하는 ‘사업관리’ 분야와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국가계약법)’을 따르는 ‘계약관리’ 분야로 나뉜다. 하지만 국가계약법은 건설 산업과 구매 등 일반 공공조달에 적합한 법이다보니, 계약이행의 위험성과 사업수행 난도가 높은 방위사업의 특성을 온전히 반영하기 어렵다.
특히, 보편적인 기술 기반의 일반물자를 조달하기 위한 국가계약법의 최저가입찰 제도는 국민의 생명과 직결되는 최첨단·고성능·고품질의 무기체계 개발을 위한 적정가격 보장을 제한하는 요소로 평가된다.
또 연구개발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는 시행착오가 ‘성실수행 ’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제도적 뒷받침이 진행되지 않으면 방위사업청과 기업 간 소송 등 행정력 낭비는 물론 사업 지연까지 초래될 수 있다.
방위사업청은 이러한 문제를 인식하고 계약상대자인 업체와 정부에서 지정한 협력업체 간의 귀책문제를 조정하는 등 다양한 제도개선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그러나 근본적으로는 국가계약법이라는 큰 틀에서 행정규정의 개정만으로는 도전적 연구개발을 유도하기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이제는 세계시장을 선도하는 핵심기술과 무기체계를 개발할 수 있도록 방위사업의 특성이 반영된 별도의 새로운 계약법이 필요하다. 그동안 국회와 언론, 업계에서도 방위사업에 특화된 별도의 계약법 제정에 대한 요구가 지속해서 제기돼 왔다. 특히 2021년 국정감사에서 민홍철 국회 국방위원장은 “국가계약법은 방위사업의 특성이 적용된 법률이 아니다”며 “최저가 입찰제도, 자기책임의 원칙 위배 등 측면에서 방위사업 관련 계약 특례법을 빨리 제정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창업과 스타트업이 세계에서 가장 활발한 이스라엘에는 ‘다브카(DAVCA)’ 문화가 있다. 히브리어로 ‘그럼에도 불구하고’를 뜻하는 이 말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이스라엘의 창업 정신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우리도 도전적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방위사업만의 별도의 계약법을 조속히 마련해 세계 5대 방산강국으로 진입하길 기원한다.
나상웅 한국방위산업진흥회 상근부회장
ra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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