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형석 기자]“내 입에서 나오는 것이라곤 ‘와’라는 외마디뿐. 기껏 더 말해 봤자 ‘와아아아아아아아아!’라고나 할까. 그러면서도 마음속으로는 내가 보고 있는 것을 이해하고 아주 특이한 경험에 대한 비유를 찾느라 분주히 애쓴다. 이런 것과 비슷하다. 한참 동안 정신없이 유리창을 닦다가 어깨 너머로 돌아보니 아래로 뉴욕의 도시 경관이 생생하게 펼쳐지고 맨해튼의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에 매달려 있는 자신을 발견하는 순간 머리로는 내가 우주로 나아가고 있음을 알지만 그 광경은 너무 충격적이다. 우주복을 입고 있으면 맛, 냄새, 감촉을 느끼지 못한다. 들리는 소리라고는 자신의 숨소리와 헤드셋으로 들려오는 몸을 벗어난 목소리들뿐. 외따로 상자 속에 갇혀 맡은 과제에 몰두하다가 고개를 들면 광활한 우주가 사정없이 얼굴을 갈긴다. 시각적으로 압도적이다. 시각 말고는 다른 어떤 감각도 우주의 이 냉혹하고도 원초적인 아름다움이 엄습해 오리라는 것을 경고해 주지 못한다.”

우주 비행사가 경험한 첫 우주 유영의 순간이다. 그 주인공은 바로 20년간의 훈련과 4천 시간에 이르는 우주 체류로 유명한 캐나다출신의 전직 우주비행사이자 국제우주정거장 사령관 크리스 해드필드다. 영화 ‘그래비티’를 본 후 “압도적인 비주얼”이라는 찬사와 함께 주연배우 샌드라 블록의 속옷 차림 등 비과학적인 오류를 지적해 다시 한번 화제가 된 그가 자전적 에세이가 최근 국내에 번역 출간됐다. ‘우주비행사의 지구생활 안내서’(크리스 해드필드 지음, 노태복 옮김, 더 퀘스트)이다.

이 책은 저자가 아홉살에 품었던 우주비행사라는 불가능한 꿈을 실현해가는 도전의 여정을 그리는 동시에, 우주비행사의 일상과 우주탐사 프로젝트의 실제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다. 특히 우주왕복선 발사, 우주유영의 감동, 긴박감 넘치는 위기 대처 사례 등 영화 ‘그래비티’로 일반인의 더욱 관심이 높아진 우주 비행과정과 우주 체류 경험담을 풀어놓았다.

해드필드는 국제우주정거장에서 2336번 지구 궤도를 도는 동안 SNS로 경이로운 지구의 사진과 우주비행사의 일상을 담은 교육용 동영상을 공유하며 유명해졌다. 사령관 임기 동안 수많은 과학 실험을 지휘하고 비상 우주유영을 감독했다. 결정적으로 화제가 된 것은 우주정거장에서 데이빗 보위의 1969년 곡 ‘스페이스 오디티’를 부르는 영상을 찍어 유튜브에 공개하면서부터다. 이 영상은 ‘최초의 우주 촬영 뮤직 비디오’가 됐다.

‘우주비행사의 지구 생활 안내서’는 지금까지의 인류 중 지구와 지구위의 삶으로부터 가장 먼 곳에 떨어져 있던 이가 전하는 ‘지구위의 삶’에 대한 성찰과 이야기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