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민 인정 후 국내서 20차례 범죄

출입국관리사무소 '강제퇴거' 결정

송환국에 공란…A씨 “본국 송환 우려”

재판부 “송환국 특정 안했다면 과실”

서울행정법원 전경[서울행정법원 제공]
서울행정법원 전경[서울행정법원 제공]

[헤럴드경제=유동현 기자] 국내서 각종 범죄로 실형을 선고받은 난민이 강제퇴거명령에 불복해 낸 소송에서 승소했다. 출입국관리사무소에서 송환국을 특정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서울행정법원 14부(부장 이상훈)는 난민 A씨가 대전출입국·외국인사무소 천안출장소장을 상대로 낸 강제 퇴거 및 보호명령 취소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10일 밝혔다.

A씨는 2012년 11월 국제대회 선수 자격으로 한국에 단기방문한 뒤, 이듬해 1월 난민 신청을 했다. 사유는 군인인 아버지의 실종 후 체포, 고문 등 박해 우려로 인한 공포였다. 법무부는 2014년 4월 A씨를 난민으로 인정했다.

그러나 A씨는 2013년 10월부터 폭행, 업무방해, 상해, 강제추행 등 범죄를 20회 이상 저지르고 수차례 유죄 판결을 받았다. 고령의 피해자를 여러번 폭행하거나 미성년자를 강제추행하는 등 누범기간에 범죄를 이어갔다. 2020년 4월 A씨가 폭행 등 혐의로 징역 1년 4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출소한 뒤, 대전출입국 외국인사무소는 ‘대한민국 이익이나 공공 안전 해칠 우려 있다’며 강제퇴거를 결정했다. 다만 강제퇴거명령서에 송환국은 공란으로 표기했다.

A씨는 강제퇴거명령으로 고문 받을 위험이 큰 본국(아프리카의 B국가)으로 송환될 수밖에 없어 퇴거명령이 위법하다며 소송을 냈다. 출입국관리법에 따르면 강제퇴거명령을 받은 자는 국적이나 시민권을 가진 국가로 송환을 원칙으로 한다. 다만 송환 희망 국가, 국내 오기 전 선박을 탔던 국가 등으로도 가능하다. 출입국 측은 아직 송환국이 결정되지 않은 상황이라고 항변했다.

재판부는 송환국을 특정하지 않았고, A씨에게 송환 희망국가를 묻지 않은 출입국관리소의 책임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난민인정자의 강제퇴거명령 조사 및 심사 단계에서 송환이 가능한 국가를 확인하고, 강제퇴거명령 하는 경우 강제퇴거명령서에 송환국을 기재하거나, 적어도 난민인정자가 송환될 경우 박해 또는 고문을 받을 염려가 있는 국가를 소극적으로 제외해야 한다”며 “전혀 특정하지 않았거나, 박해 또는 고문당할 우려가 있는 국가를 포함해 송환국을 특정하였다면 이는 난민법 제3조에 위반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A씨가 B국으로 송환될 경우 고문당할 위험이 존재한다고 믿을 만한 상당한 근거가 존재한다”며 “B국로는 강제송환될 수 없다. 그러나 A씨에게 교부한 강제퇴거명령서의 ‘송환국’란에서 B국이 제외된다는 취지를 기재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dingdon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