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 한번에 30시간 먹통…백업 불감증의 카카오

‘역대 최장’ 카카오 서비스 장애

데이터 백업·이원화 미비 지적

‘전원차단’ 등 염두 대책도 없어

자체 데이터센터 보유 네이버

사고 당일 대부분 정상화돼 비교

카카오 서비스 장애사태가 일파만파 확산되고 있다. 17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카카오 판교아지트로 남궁훈 카카오 각자대표가 급하게 들어서고 있다. 남 대표는 15일 주말 장애사태에 대해 사과했다. [성남=임세준 기자]
카카오 서비스 장애사태가 일파만파 확산되고 있다. 17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카카오 판교아지트로 남궁훈 카카오 각자대표가 급하게 들어서고 있다. 남 대표는 15일 주말 장애사태에 대해 사과했다. [성남=임세준 기자]

카카오톡 서비스 장애는 장장 30시간 넘게 지속됐다. 1등 플랫폼이란 타이틀이 무색하게, 카카오는 ‘역대 최장 서비스 장애’라는 오명을 썼다. 전국민이 쓰는 카카오톡을 운영하고 있음에도 재난 대응 체계 및 데이터 백업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사실상 인재(人災)라는 목소리가 높다. 카카오는 서비스 신뢰도에 큰 타격을 입게 됐다.

▶1차 원인은 화재지만...백업·이원화 체계 부족 도마 위=이번 서비스 장애는 지난 15일 오후 3시 30분께 SK C&C 판교 데이터센터에서 발생한 화재가 1차 원인이 됐다. 그러나 업계 전문가들은 하나의 데이터센터에서 불이 났다고 카카오 서비스 전체가 먹통이 된 건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통상 많은 사용자가 이용하는 IT 서비스는 여러 데이터센터에 서버를 분산하는 이중화 작업이 필수다. 카카오의 데이터 백업·이원화 체계가 미비했고, 재난 대응 프로세스가 문제가 있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카카오 측은 데이터센터에서 불이 난 직후 즉시 이원화 조치를 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총 4개의 데이터센터에 데이터가 분산 저장돼 있고, 시스템도 이중화돼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데이터센터 전체 전원이 차단된 건 이례적이다 보니 예상보다 복구에 오랜 기간이 소요됐다는게 카카오측의 설명이다. 양현서 카카오 부사장은 “서버 3만 2000대가 전부 다운되는 것은 IT 업계에서 유례를 찾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저희가 예상하는 리스크 대응 시나리오가 있었지만, 화재는 워낙 예상을 못한 시나리오였기 때문에 대비책이 부족하지 않았나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판교 데이터센터에 메인 시스템이 전부 몰려있던 건 사실상 이중화가 아니라는 지적이다. 메인 서버를 여러 센터가 아닌 하나의 데이터센터에 집중시켰기 때문에 판교에서 비상상황이 발생했을 때 손쓸 방법이 없었을 것이란 주장이다.

화재가 발생하고 3분 뒤에 판교 데이터센터의 모든 전원 공급을 차단한 것이 복구를 지연시켰다는 주장도 있다. SK 측은 비상전력공급시스템도 가동하지 않았다. 말 그대로 ‘셧 다운’이 된 것이다. 이 조치가 먹통 사태를 키웠다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전력이 차단되면 입주 기업에 감당하지 못할 피해를 유발할 수 있다”며 “SK가 카카오 등 입주 기업들에게 충분한 시간을 주고 전원을 차단한 건지 확인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15일 오후 화재가 발생한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삼평동 SK 판교 캠퍼스 A동 앞에서 스마트폰 다음 애플리케이션에 오류 메시지가 표시되고 있다. 이 불로 현재 카카오톡, 포털사이트 다음 등 통신 장애가 발생하고 있다. [연합]
15일 오후 화재가 발생한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삼평동 SK 판교 캠퍼스 A동 앞에서 스마트폰 다음 애플리케이션에 오류 메시지가 표시되고 있다. 이 불로 현재 카카오톡, 포털사이트 다음 등 통신 장애가 발생하고 있다. [연합]

▶자체 데이터센터 갖춘 네이버와 비교=하지만 카카오가 전원 차단 등 ‘최악의 상황’을 염두에 둔 대응체계를 갖추지 못했다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렵다. 같은 건물에 서버를 두고 있던 네이버의 경우 일부 서비스 장애가 있었지만, 사고 당일 대부분 정상화됐다.

비상 재해복구(Disaster Recovery)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IT업계 관계자는 “미러사이트(다른 사이트의 정보를 그대로 복사해 관리하는 사이트)까지는 아니더라도, 핫사이트(비상시에 대비해 서버와 데이터 등을 미리 설치해둔 백업 사이트)가 제대로 갖춰졌으면 몇 시간 안에는 복구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러사이트’는 메인 사이트와 동일한 시스템을 하나 더 설치해 운영하는 것이라 비용이 많이 든다. 반면, 핫사이트는 비상시에 대비해 메인 사이트에 버금가는 설비와 자원을 구축해둔 백업 사이트이다. 비용 절감 때문에 데이터 백업이 효율적으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

반면, 네이버는 춘천에 있는 자체 데이터센터 ‘각’에 메인 서비스 서버를 두고 있고, 일부 서버는 판교 등에 분산한 것으로 알려졌다. 카카오 보다 효율적인 데이터 이중화를 실천했다는 평가다. 네이버는 2023년 세종에 제2데이터센터를 완공할 예정이다. 주요 서비스의 이중화와 서비스 컴포넌트 분산 배치·백업 덕에 영향이 적었다는 설명이다.

카카오는 아직 자체 데이터센터가 없다. 현재 한양대 에리카 안산캠퍼스에 첫 데이터센터를 짓고 있다. 2023년 완공이 목표다.

17일 오전 기준 카카오톡 서비스는 상당수 복구된 상황이다. 전날 오후 9시 30분 사진·동영상·파일 발송 기능도 정상화되기 시작했다. 카카오톡 서비스가 완전히 먹통이 된 지 약 30시간 만이다. 그러나 여전히 톡채널, 톡서랍, 이모티콘 검색 등 기능은 복구 중이다. 카카오는 이번 서비스 장애 관련 대응 컨트롤타워를 비상대책위원회로 전환했다. 데이터센터 화재의 원인 및 전원 공급 지연, 복구 과정 등 정확한 사실을 규명할 예정이다. 위원장은 홍은택 카카오 공동체 센터장이 맡으며, 본사와 주요 자회사의 책임자들이 참여한다.

홍은택 카카오 공동체 센터장은 “이번 사고로 불편을 끼쳐드린 점에 진심으로 사과 드리며, 현재 서비스를 정상화하는 데 총력을 다하고 있다”며 “관계 당국의 우려를 어느 때보다 무겁게 받아들이며 조사와 요청에 성실하게 협조하고, 강도 높은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함과 동시에 이번 사고로 피해를 입은 분들을 위한 보상 정책을 준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민지 기자


jakmee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