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거리에서 전기차를 흔하게 볼 수 있다. 그중에는 현대 ‘아이오닉5’, 기아 ‘EV6’ 등 국산 전기차도 있어 반갑다. 처음 핀란드에 왔던 재작년엔 전기차 관련 소식을 정부 정책이나 언론 기사 위주로 접했다. 그런데 최근엔 고유가 영향으로 실제 전기차를 선택하는 소비자가 크게 늘고 있다.
전동화 트렌드는 신차 등록 데이터로도 확인된다. 불과 3년 전인 2019년 승용차 신규 등록차량 가운데 가솔린, 디젤 등 내연기관차 비중이 80%에 달했으나 2021년에는 40%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반면 2021년 신규 등록 승용차 중에서 충전할 수 있는 자동차 비중은 30%를 넘어섰다.
핀란드 정부와 기업은 전동화 트렌드에 대응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샌드빅(Sandvik), 댄포스(Danfoss), 폰세(Ponsse) 등 핀란드 중장비기업은 전동화와 디지털화를 적용한 제품개발에 적극적이다. 또 유럽 내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EV 충전 플랫폼을 운영하는 스타트업이 등장하고, 자동차 위탁생산업체인 발멧오토모티브(Valmet Automotive)는 신규 EV 배터리 플랜트를 완공하고 생산을 개시했다. 가장 인상적인 것은 핀란드가 전기차에서 생산원가 비중이 제일 높은 배터리 소재 밸류체인 개발 및 구축에 뛰어든 점이다. 핀란드는 니켈, 코발트, 리튬 등 배터리 광물자원을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핀란드 정부의 배터리 전략의 핵심은 1차 광물 생산(Mining)이 아니다. 저탄소 배출과 에너지 효율적인 가공(Refining), 그리고 배터리 소재 재활용으로 이어지는 배터리 케미컬 밸류체인 완성에 있다. 유럽이 아닌 글로벌 기준으로 핀란드 니켈 매장량은 1~2% 수준으로 미미하며, 코발트 광물도 자체 생산보다 수입에 크게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핀란드 정부의 배터리 전략을 가장 잘 보여주는 곳이 솟카모(Sotkamo)광산이다. 핀란드 광업회사인 피니시미네랄그룹(Finnish Minerals Group)에서 미생물을 이용해 탄소 배출과 에너지 사용량을 획기적으로 줄인 제련소와 황산 니켈, 황산 코발트 등 배터리 케미컬 플랜트까지 일관 생산라인을 구축했다.
이뿐만 아니다. 독일 바스프사는 핀란드 중서부 하르야발타에 니켈제련소를 운영하는 회사와 협력해 연간 40만대의 전기차를 생산할 수 있는 전구체 플랜트를 건설하고 있다. 또 ‘하얀 황금’으로 불리는 리튬 광산의 개발과 수산화리튬 일관 생산 프로젝트도 피니시미네랄그룹에서 추진하고 있다.
배터리 소재 생산뿐만 아니라 EV 배터리 재활용기술에 대한 연구·개발도 활발하다. 핀란드 에너지사 포르툼(Fortum)은 배터리 소재를 최대 95%까지 회수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으며, 내년 완공을 목표로 하르야발타지역에 재활용 플랜트를 건설하고 있다.
핀란드는 전기차 트렌드에 대비해 일찍부터 배터리 케미컬 밸류체인 구축에 많은 공을 들여왔다. 한국의 배터리 관련기업들이 핀란드에 관심을 둬야 하는 이유다. 양국 간 배터리 소재 관련 기술 협력으로 전기차 시대가 더욱 빠르게 다가오길 기대해본다.
박현성 헬싱키무역관장
and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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