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명 독립영화 감독의 뚝심이 할리우드 흥행 메이커들을 꺾었다. 노부부의 사랑을 담은 다큐멘터리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감독 진모영ㆍ제작 아거스필름)가 ‘인터스텔라’, ‘엑소더스: 신들과 왕들’을 제치고 박스오피스 1위에 올라선 것. 이 기세라면 역대 한국 독립영화 최고 흥행작인 ‘워낭소리’(293만 명)의 흥행 기록마저 넘볼 만 하다.

‘님아…’의 흥행에서 눈길을 끄는 점은 20대 관객들이 압도적이라는 점이다. 영화 관계자들은 당초 40~50대 관객층을 염두에 뒀지만, 20대 관객층이 전체의 절반에 달한다. 젊은 관객들이 그 부모에게 표를 끊어주며 관람 행렬이 꼬리를 물고 있다는 분석이다. 스타 배우도 화려한 볼거리도 없는 이 영화의 흥행 저력은 뭘까.

조미료를 더하지 않아도 음식 맛이 좋으려면 ‘재료’ 그 자체가 훌륭해야 한다. 마찬가지로 이 영화 또한 소재 자체의 힘이 9할이다. 노부부는 카메라의 존재를 잊은 듯 꾸밈 없는 일상을 보여준다. 봄이 오면 서로에게 들꽃을 선물하고, 외출할 때면 고운 빛깔의 커플 한복을 나란히 입고 손을 맞잡는다. 잠에서 깬 할아버지는 말 없이 할머니의 머리카락을 쓰다듬고, 할머니는 달래무침을 맛있게 먹는 할아버지를 따뜻한 눈빛으로 바라본다. 노부부의 에피소드에 살을 더 붙여 가공했거나, 전문 배우들이 등장했다면 감동은 반감됐을 터. ‘판타지’에 가까운 이들의 한결같은 사랑이 ‘실재’라는 점에서 관객들은 위안을 받는 것이다.

진모영 감독은 각각 98세, 89세였던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집에서 1년 넘게 머무르며 촬영했다. 그가 노부부의 이야기를 카메라에 담겠다고 결심한 건 소소한 에피소드가 계기였다. 할아버지는 지난 76년 간 밥상 앞에서 ‘맛 없다’는 타박을 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 ‘맛있으면 많이 먹고, 맛이 없으면 조금 덜 먹으면 될 일’이었다. 할아버지의 무심한 듯 간결한 답변은 진 감독의 마음을 흔들었다.

어쩌면 여기에 모두가 꿈꾸는 ‘변함 없는 사랑’의 해답이 있는 지 모른다. 노부부의 사랑은 저절로 지켜진 게 아니다. 상대에 대한 배려와 양보 없인 불가능한 일이었다. 할아버지는 귀찮은 내색 없이 할머니가 들어간 화장실 문 앞을 지키고, 할머니는 쇠약해진 할아버지의 짜증을 군말 없이 받아준다. 영화는 ‘저 노부부처럼 살고 싶다’는 감상에 그칠 게 아니라, 사랑을 지키기 위해선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 또한 일러준다.

이혜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