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우리는 4차 산업혁명과 디지털경제, 첨단 산업 경쟁과 기술패권, 저탄소경제로의 이행 등 산업 흐름의 변화를 당면하면서 단순히 제품과 업종이 아닌 막대한 투자와 국가 차원의 지원이 필수적인 경제 패러다임의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눈에 띄는 변화를 맞는 자동차산업을 예로 들면 전기동력차, 자율주행차, UAM 등 타 산업과의 경계가 희미해지고 생존을 위한 혁신이 강요되고 있다.

이에 세계 각국은 정부 주도로 전략을 세워 대응하고 있다. 독일은 지난 2010년대부터 일찌감치 ‘제조 4.0’ ‘스마트 서비스 세상’ 등 산업혁신 전략을 시행하며 기술개발과 규제개혁뿐 아니라 혁신친화적 금융, 노동·시민사회 참여까지 포괄하고 있다. 프랑스도 비슷한 시기에 국가산업위원회를 만들어 국가 수준의 산업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전통적으로 국가 개입을 지양해왔던 미국조차 ‘메뉴팩처링 USA’로 대변되는 첨단 제조업 육성방안을 마련해 국가 주도의 제조업 르네상스 전략을 추진 중이다.

우리 정부도 2019년 ‘산업 대전환 콘퍼런스’, 2021년 ‘탄소중립 산업 대전환 전략’을 비롯해 지난 4월 11일 ‘산업 대전환을 위한 초격차 프로젝트’ 등 지속적인 대책을 발표하며 맞춤형 전략 수립을 도모하고 있다. 이렇듯 산업의 고도화는 날로 가속화되고 있으나 우리 노동법은 여전히 70년 전 산업화 초기의 모습을 유지한다. 열악한 당시 상황으로 인해 근로자 보호를 위한 정부 개입 위주의 초기 노동법이 1인당 국민소득이 3만5000달러에 달하고 선진국형 사회안전망이 구비된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다.

정부 개입 위주의 노동법 체계는 열악한 근로조건과 사회안전망의 부재, 근로자의 기본권이 간과되던 시기에는 효과적이었다. 그러나 근로조건의 개선이 이뤄지고, 사회안전망이 갖춰진 지금은 노동 경직성을 야기해 우리 경제의 고질적인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노동경직성으로 인해 외국인 투자기업의 투자는 감소 추세이며 국내 기업도 최근 매년 300억 달러 이상을 해외에 투자하고 있다.

선진국의 경우 우리와 달리 정부 개입이 아닌 노사 자율 합의를 우선한다. 근로시간을 살펴보면 미국은 제한이 없으며, 일본은 연 단위 연장근로 제한이 있으나 노사 합의로 이를 초과할 수 있도록 돼 있다. 독일도 최대 1일 10시간으로 제한한 근로시간을 법정했으나 노사 합의 시 예외를 인정한다.

일하는 방식과 형태는 다양화됐고, 근로조건이 상당 부분 향상됐으며 근로자의 권리가 두텁게 보호돼 최근에는 근로자에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표현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우리도 산업 대전환기를 맞아 일률적이고, 정부 개입 위주의 획일적인 노동법 체계를 노사 자율에 위임하는 방향으로 전환해야 한다.

이에 따라 우리 정부도 노사 자율을 존중하는 노동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그 첫 단추인 근로시간 개혁안은 근로자 동의를 전제로 다양한 일하는 방식과 직무·직종의 다양성을 반영하도록 선택권을 부여하는 것이 핵심이다.

산업 대전환기, 급변하는 환경 변화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노사가 자율적으로 기업 환경에 맞는 적절한 근로조건을 만들 수 있도록 노동법이 규범적 인프라로서 역할을 해야 한다.

강남훈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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