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아미 기자] 2014년은 장기 불황의 늪에서 빠져 있던 국내 미술계가 모처럼 활기를 띤 한해였다. 그 중심에는 단색화가 있었다. 단색화(1970∼80년대 단색을 주조색으로 한 미술운동) 1세대 대표작가 이우환, 박서보, 정상화, 하종현 등의 작품이 재조명받기 시작하며 국ㆍ내외 아트페어와 경매시장에서 수십억대 가격에 거래되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국립현대미술관이 개관이래 처음으로 관장이 개인 비리로 직위 해제되고 검찰 수사를 받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올해 뜬 인물, 진 인물을 통해 미술계 10대 뉴스를 돌아봤다.
<뜬 인물>
1. 이우환=단색화 열풍을 이끈 핵심에는 한국 현대미술의 거장 이우환(78)이 있었다. 5월 서울옥션 홍콩경매에서 이우환의 1975년작 주홍색 ‘선으로부터’가 18억885만원에 낙찰되면서 올해 국내 미술품 경매 최고가를 기록했고, 11월 소더비 뉴욕 경매에서는 이우환의 1976년작 ‘선으로부터’가 216만5000달러(23억7000만원)에 낙찰되며 그동안 뉴욕에서 거래된 이우환의 작품가 중 최고액을 기록했다. 지난 6월에는 아시아 작가 두번째로 프랑스 파리 근교 베르사유궁에서 개인전을 갖기도 했다.
2. 조민석=건축가 조민석이 지난 6월 이탈리아에서 열린 제‘14회 베니스 비엔날레 국제 건축전’에서 최고 영예인 황금사자상을 받는 쾌거를 이뤘다. 조민석이 커미셔너를 맡은 한국관은 남북한의 건축 100년을 조망한 전시 ‘한반도 오감도’를 선보여 세계 건축계로부터 주목을 받았다. 한국관이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황금사자상을 받은 것은 미술전(홀수해)과 건축전(짝수해)을 통틀어 이번이 처음이었다. 조민석은 베니스 비엔날레 전시 총감독이었던 세계적인 건축가 렘 콜하스의 제자이기도 하다.
3. 이현숙 국제갤러리 회장=이현숙 국제갤러리 회장이 세계적 권위의 인터넷 미술 매체 아트넷(Artnet)이 선정하는 ‘미술계의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100명’ 명단에 한국인으로서는 유일하게 이름을 올렸다. 이 회장은 줄리안 오피, 도널드 저드, 로니 혼 등 세계적인 명성의 작가들을 국내에 소개하는 한편, 해외 유수의 아트 페어에 꾸준히 참가해 양혜규, 이수경 등 국내작가들을 소개하는 활동을 펼쳐왔다. 또 해외 유수 아트페어와 경매시장에서 한국의 단색화 열풍을 불러 일으키는 데도 큰 기여를 했다.
4. 김창일=한국의 ‘괴물 컬렉터’ 김창일 ㈜아라리로 회장이 건축가 김수근의 원서동 공간 사옥을 매입해 미술관으로 탈바꿈시킨 ‘아라리오 뮤지엄 인 스페이스’를 지난 9월 개관했다. 또 10월에는 제주도에 버려진 건물들을 개조한 미술관 3곳을 동시에 여는 등, 35년에 걸쳐 미국, 유럽, 아시아 등 전세계 미술관과 갤러리에서 사들인 3700여점의 미술품을 대중과 공유할 수 있는 장을 열었다. 내년 1월 동문 쪽에 추가로 오픈할 뮤지엄 1곳을 더하면 총 5곳의 개인 뮤지엄을 소유하게 되는 셈이다.
5. 노순택=평택 대추리, 제주 해군기지 등 한국 현대사 갈등의 현장을 파고 들었던 다큐 사진작가 노순택(43)이 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 작가상’을 받았다. 사진작가로는 처음 후보에 올라 최종 수상의 영예까지 안게 돼 미술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당시 심사위원단은 노순택이 “사회적·정치적 이슈를 다루면서 카메라의 본질과 사진작가로서의 존재의 의미를 고민하며, 성취도가 높고 현장의 격렬함에도 우리의 인식을 뒤트는 유머감각이 뛰어난 점이 인상깊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진 인물> 1. 정형민=정형민 국립현대미술관장이 자신의 제자와 전 부하직원을 학예연구사로 부당 채용한 사실이 감사원 감사에서 적발돼 10월 직위 해제됐다. 정 관장은 지인 2명의 서류 전형 채점 결과를 조작하도록 부당하게 지시하고 면접 위원도 아니면서 면접 시험장에 들어가 이들이 합격할 수 있도록 개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정 관장은 2개월 정직 처분을 받아 사실상 임기가 종료됐다. 1969년 국립현대미술관이 개관한 이래 관장이 개인 비리로 직위 해제되고 검찰 수사까지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2. 홍송원=화랑가 ‘은둔의 딜러’, ‘재벌가 화상’으로 악명 높은 홍송원 서미갤러리 대표가 지난 9월 또다시 구속됐다. 이번엔 동양그룹이 빼돌린 미술품을 대신 팔아주고 이중 일부 판매대금을 넘겨주지 않은 혐의였다. 삼성가 등 재벌가 인사들과의 두터운 인맥을 바탕으로 그림 장사를 해 왔던 홍 대표는 그동안 재계의 비자금 조성이나 탈세의 창구로 수차례 거론돼 왔다. 2011년 오리온 그룹의 비자금 세탁에 관여한 혐의로 구속된 데 이어 3년 만에 또다시 철창신세를 지게 되면서 검찰과의 악연은 계속됐다.
3. 이용우=짝수 해를 맞아 9월 광주를 시작으로 전국 곳곳에서 비엔날레가 개막했다. 창설 20주년을 맞은 제10회 광주비엔날레는 제시카 모건 영국 런던 테이트 모던 큐레이터가 총감독을 맡아 ‘터전을 불태우라’(Burning Down the House)라는 주제로 전시를 기획했다. 그런데 광주비엔날레 본행사에 앞서 개막한 특별전에서 박근혜 대통령을 풍자한 홍성담 작가의 걸개그림 전시가 유보되면서 작가들의 참여 철회가 잇따르는 등 파행이 계속되다 끝내 이용우 광주비엔날레 대표가 사퇴하기에 이르렀다.
4. 천경자=천경자 화백은 2003년 뇌출혈로 쓰러진 이후 10년동안 생사조차 확인되지 않고 있지 않지만 천 화백을 둘러싼 잡음은 계속됐다. 지난 6월 천화백의 딸 이혜선(70)씨는 천 화백의 작품을 토대로 제작된 아트상품의 저작권 위반을 놓고 국내 대형화랑인 갤러리현대와 갈등을 빚었다. 대한민국예술원은 천 화백의 근황이 확인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예술원 회원인 천 화백에게 지급하던 수당을 잠정 중단했고, 딸 이씨는 되레 예술원측에 천 화백의 회원 탈퇴를 통보해 논란을 빚었다.
5. 김흥수=추상과 구상의 조화를 꾀하는 ‘하모니즘’ 창시자인 원로화가 김흥수 화백이 지난 6월 9일 노환으로 별세했다. 43살 연하의 제자 고 장수현(1962∼2012) 김흥수미술관장과 부부의 연을 맺어 화제를 모으기도 했던 김 화백은 95세의 나이에도 붓을 놓지 않고 열정적으로 작업해 온 한국 근현대미술의 거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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