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한 마리가 유리병 속으로 들어갔다. 병 주둥이가 좁아 손을 넣을 수 없고, 병을 깨뜨릴 수도 없다. 그렇다면 새를 잡을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지난 14일 김명환 철도노조 위원장을 비롯한 노조 지도부 13명이 전원 경찰에 자진출석했다. 은신을 시작한 지 29일 만이다. 철도노조는 이날 오전 민주노총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자진출석 의사를 밝혔으나 출석과정은 마지막까지 진통을 겪었다.
경찰이 건물을 에워싸고 현관 앞까지 진입하자 지도부는 자진출석을 미뤘다. 한때 경찰과 노조원 간에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문제는 민주노총 건물 앞에서 경찰차까지 10여m 거리를 지도부가 어떤 ‘모양새’로 이동하느냐였다. 노조는 “자진출석 의사를 밝혔으니 당당히 두 발로 걸어 나가겠다”는 입장이었지만, 경찰은 “건물 밖으로 나오는 순간 체포하겠다”며 팽팽히 맞섰다. 결국 6시간여 동안 줄다리기 끝에 경찰은 경찰차까지의 동선 거리를 줄여 노조와 합의에 성공했다.
하지만 “자수하려는 이들을 강제로 끌고 가겠다는 것은 망신 주기에 지나지 않는다” “경찰이 그동안 실패를 만회하기 위해 체포작전에 급급했다”는 시민들의 불평도 터져나왔다. 엄격한 법집행도 중요하지만 민주노총에 섣불리 진입할 수도 없는 경찰이 되레 ‘유리병 입구’를 가로막았다는 지적이다.
경찰은 노조 지도부 검거 과정에서 숱한 문제점을 드러냈다. 민주노총 강제 진입이란 무리수를 두고도 수배자를 단 1명도 검거하지 못했고, 수색영장 없이 체포영장만으로 공권력을 투입해 위법성 논란이 일기도 했다. 노조 간부들이 감시망을 뚫고 민주노총 건물을 빠져나가는 등 ‘구멍’을 드러내기도 했다.
마지막 자진출석 과정까지도 경찰 대응이 성숙했다고 보긴 어렵다. 자진출석이라는 명분을 주는 대신 신병확보라는 실익을 챙기는 게 합리적이지 않았겠냐는 의견도 나온다. 서둘러 이들에 대한 수사에 착수하고 법정에 세우는 게 급선무다.
철도노조 지도부는 결국 백기를 들고 투항했다. 그러나 길고 긴 숨바꼭질에서 경찰은 승리한 걸까. 여러 생각이 든다.
김기훈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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