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 ‘은밀하게 위대하게’ 이어 개봉예정 ‘동창생’ ‘용의자’ 까지 분단현실 다룬 영화 새트렌드로
‘탈북자 액션스릴러’가 한국영화 특유의 분단영화에서 새로운 경향으로 떠올랐다. 전형적인 설정과 공식을 가진 하나의 ‘장르’가 됐다. ‘베를린’에서 ‘은밀하게 위대하게’와 ‘동창생’을 거쳐 개봉 예정작인 ‘용의자’까지 이어지는 유행이다. 주인공은 간첩 혹은 탈북자다. 북한으로부터 탈출했거나 결국은 버려진다는 의미에선 크게 다를 것이 없는 처지의 인물들이다.
올해 4편의 분단 소재 영화가 보여준 공통점은 먼저, 김일성과 김정일, 김정은으로 이어지는 최고지도자의 3대 세습과 권력 이양 과정에서 주인공이 북한 권력층 내부의 세력 다툼에 휘말린다는 것이다.
가장 최근작인 ‘용의자’(24일 개봉)에서 주인공인 ‘지동철’(공유 분)은 북한 최정예 전투요원 출신으로 해외(홍콩) 공작에 투입됐다가 돌아가지만, 김정일 사후 김정은으로의 권력 승계 과정에서 숙청의 위기에 처하고, 아내와 딸까지 잃자 탈북한 인물이다.
‘베를린’에선 하정우가 연기한 표종성이 그랬다. 그는 홍콩에서 암약하는 북한 최고 첩보원이었지만, 내부 권력투쟁으로 인해 적대세력에게 ‘배신자’로 몰려 쫓긴다. 김정일 사후 김정은으로의 세습 과정에서 북한 권력층 내부의 암투는 미사일 밀수출과 김정일의 은닉 계좌 처리를 둘러싼 갈등으로 표현된다.
‘은밀하게 위대하게’에서 남한 바보 청년으로 위장한 북한 간첩 ‘동구’(김수현 분)나 ‘동창생’에서 탈북 고교생으로 신분을 속인 ‘명훈’(최승현 분)의 비극을 그렸다. 두 주인공 모두 북한 권력층 내부 강경파에 의해 주도된 대남공작의 최고 요원으로 길러지지만, 김정은 집권 후 남북관계의 변화에 따라 제거 대상으로 몰린다.
북한 권력층 내의 다툼이 남한의 대북 이해관계 및 첩보당국(국정원)의 내부 갈등과 맞물린다는 점도 하나의 공식이 됐다. 여기서 국정원은 정부의 대북 정책에 따라 강경파와 온건파가 대립하고, 임무와 입장이 다른 각 부서가 충돌하며, 개인적 야망을 앞세우는 간부가 음모와 비리를 서슴지 않는다. ‘용의자’에서는 심지어 국정원과 기무사 요원들이 주도권을 다툰다. 때로 돈과 권력을 위해 남북 권력층이 ‘내통’과 ‘협잡’을 하기도 한다. 이해에 따라 ‘남-북’ ‘남-남’ ‘북-북’ 사이에 각 분파가 ‘이합집산’을 거듭하는 가운데, 애꿎게 희생되는 것이 주인공과 그 가족들이다.
여기에 첨단의 액션을 더하면 작품이 완성된다. 특히 기억이 삭제된 채 국가로부터 버려진 미국 첩보요원의 활약을 그린 맷 데이먼 주연의 ‘본’ 시리즈의 강력한 영향이 두드러진다. 장비 없이 맨몸으로 도시 구조물을 돌파해가는 ‘파쿠르’식의 움직임과 과장되기보다는 간결하고 빠른 격투, 좁은 거리와 골목에서의 차 추격전은 ‘본’ 시리즈의 트레이드마크이다. ‘베를린’에서 ‘용의자’까지 분단 소재의 한국영화가 공통적으로 지향한 액션 스타일이다. ‘용의자’는 격투와 차 추격전에서 대단한 박진감과 완성도를 보여준다. 국가 첩보조직의 지휘본부가 도시 곳곳에 있는 CCTV 카메라를 통해 주인공의 일거수일투족을 ‘생중계’로 지켜보며 펼치는 추격 작전도 이제는 한국 첩보액션 영화에서도 보편적으로 쓰이는 방식이 됐다.
분단의 비극과 그것을 치유하려는 노력은 한국영화가 가진 상상력의 젖줄 중 하나가 돼왔다. 전후 60년대 ‘전쟁영화’와 ‘반공 드라마’에서 만남과 통일의 지향을 담은 ‘휴먼 드라마’나 ‘휴먼 코미디’를 거쳐 이제는 ‘탈북 액션스릴러’까지 한반도의 정세를 반영한 분단영화의 변화와 흐름이 주목된다.
이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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