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부터 매물난, 봄이사철수요에 재건축 이주수요까지 겹쳐 아우성
지난해보다 아파트 신규준공 늘어나지만 수도권은 5% 증가에 그쳐
전세난 구조적 문제, 민간임대사업 활성화 등 장단기 특단 대책 필요
연초부터 전세시장이 뜨겁다. 3월 봄 이사철까지는 두 달이나 남았는데도 전셋집을 구하려는 수요가 크게 늘어나면서 중개업소마다 아우성이다. 대기수요만 넘쳐나는데 매물은 씨가 말라 겨울 전세난이 극심한 상황이다. 한두 개 매물로 나온 전셋집도 막상 계약하려하면 월세로 바꿔 허탕치기 일쑤다.
상시 매물난에 허덕이는 서울 강남 얘기가 아니다. 강북권은 물론이고 수도권 지역도 전셋집을 구하기가 여간 어렵지 않다. 매물이 없으면 가격은 급격히 오르는 법. 잠시 주춤대던 전세보증금 오름폭이 신년 들어 재차 커지고 있다. 신학기 수요와 재건축 이주 수요까지 겹치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전세대란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더구나 우리 고유의 독특한 임차문화인 전세제도는 저금리 등 환경변화로 퇴색, 갈수록 전셋집이 줄어들 게 뻔하다. 이러다보면 전세보증금은 더욱 뛸 수밖에 없는 구조다. 민간임대시장의 활성화와 공공임대주택 확대 공급을 대안으로 꼽고 있지만 다주택자에 대한 부정적 인식과 정부 규제, 수익성 부재, 재정난 등이 겹쳐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겨울 비수기, 벌써부터 구득난, 전세금도 고공행진=서울 강남 삼호아파트에 사는 이해정(53) 씨는 요즘 전세대란을 절감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중순부터 전셋집을 구하느라 2개월째 헤매고 있기 때문이다. 재건축이 시작됨에 따라 2월까지 집을 비워야 하는데 마음만 급할뿐 매물은 구경조차 못해 더욱 안달이다. 다급한 마음에 전철 2호선 라인 강남북의 동부권을 거의 뒤지다시피했지만 허사였다.
어렵게 한두 개 전셋집 매물을 찾았지만 막상 계약하러 가면 월세로 바꿔 사라지기 일쑤다. 3억 미만(85㎡ 규모) 아파트 전세는 씨가 말랐고 전세금도 3.3㎡당 1000만원을 주지 않고는 구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털어놨다. 실제로 2012년 9월 입주한 동작구 사당동 엠코타운 1차 84㎡는 현재 5억원 선에도 매물이 없다.
겨울 전세가 이처럼 심해지고 있는 이유는 봄철 재계약을 앞두고 서둘러 전셋집을 보러 다니는 수요가 늘어난데다 강남 재건축 이주 수요가 전세 매물 선확보에 나서기 때문이다. 여기에 신학기 학군수요까지 겹쳐 요지권 매물이 씨가 마른 상황이다. 특히 이 씨 사례처럼 강남에서 대규모 재건축이 본격화, 1만3000가구의 이주 수요가 발생하고 있다. 이들이 생활권 중심 위주로 전셋집을 찾다보니 주변의 사당, 상도, 흑석, 잠실, 성동, 강북권으로 전세난이 번지는 추세다.
또 서울 도심에서 떠밀린 전세난민 수요가 수도권으로 밀려들면서 신도시 등 외곽지역에서 전세매물을 찾는 것도 만만치 않다. 이러다 보니 전세금 오름폭이 지역에 관계없이 커지고 있다.
한국감정원 자료에 따르면 지난주 전국의 아파트 전세는 0.17%가 상승, 2주 전 0.15%보다 커졌다. 72주 연속 상승세다. 2월 신규 입주물량이 다소 늘어난다지만 지역적, 생활권 단위의 선호도 커 3월 이사 성수기가 되면 전세난은 더욱 극심해질 전망이다.
▶지난해보다 완화된다지만 풀리기는 쉽지 않아=전국 전세가격 상승폭은 2012년 1.5% 수준이었으나 지난해 무려 4.7% 수준으로 뛰었다. 특히 수도권의 경우 0.4% 수준에서 6.2%대로 상승, 16배 정도의 급등장세가 연출됐다. 매매시장 침체와 전세자금대출 확대로 전세로 눌러앉는 수요가 늘어나면서 가격오름폭이 커진 것이다.
국토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매매시장 침체로 전세사용자 비용이 자가사용자 비용의 67% 수준에 머물러 전세선호 현상을 심화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주택산업연구원ㆍ국토연구원 등이 올해 전세가격이 전국 평균 1.9~3%(수도권 2.1~3%)로 지난해의 절반 수준에 머물 것으로 예상했지만 의외로 커질 수 있다. 우선 전세층의 매입세로의 전환이 어렵다는 점이다. 과거 매매가 대비 전세가격 비율이 60% 정도면 매입세로 갈아타는 성향이 강하게 나타났지만 현재는 상황이 다르다.
전세금이 급등하면서 모자라는 보증금을 대출로 충당한 상태다. 때문에 차입금이 감내할 범위를 넘어서 매입에 의욕을 보이기 어렵다. 주택에 욕심을 냈다가 파산하는 하우스푸어를 허다하게 봐온 학습효과로 인해 매입세 전환이 쉽지 않다. 지난해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 등 부동산 관련 규제 완화로 매수시장에 대한 기대심리가 커진 게 사실이다. 하지만 1월 기대심리만 좋아졌을 뿐 시장 개입까지는 시간이 걸릴 게 분명하다.
올 시장 정상화의 최대 호재인 경제회복도 마찬가지다. 경제회복이 당장 가계수입 증가로 이어지기 힘들고, 테이퍼링 등 경제환경도 여전히 불안하다. 올해 입주아파트 물량이 28만5000만여가구로 지난해보다 36.5%가 늘어나 다소 전세난 완화 효과가 있을 전망이다. 하지만 이 역시 지방 공급이 19만가구로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어 전세난이 심각한 수도권과는 거리가 멀다.
수도권 물량은 고작 8% 정도가 늘어난 9만5000가구에 불과하다. 서울의 경우 3만1000가구 수준으로, 재건축 이주 수요 1만5000가구를 감안하면 신규 공급효과는 미미한 수준이다.
▶민간임대 활성화 시급, 특단 대책 마련해야=전세난은 주택시장 구조변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KDI는 임대주택시장의 정책방향과 과제자료에서 전세에서 월세로의 수요 확대 유인요소로 소가족화ㆍ고령화 등도 월세수요를 부추기는 요인으로 지적했다.
따라서 2020년까지 월세 전환이 지속적으로 일어나 전세난은 구조적으로 계속될 공산이 크다. 현재 40% 수준에 못 미치는 월세 비중이 2018년에는 전세 비중과 동등해지고 이후 월세 비중이 커져 전세는 물론 월세 전환에 따른 특단의 대책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전월세 전환율이 6%일 때는 월세 비중이 더욱 당겨져 2017년 전세 비중과 동등해지고, 전환율이 8%일 때는 월세 전환이 지연돼 2019~2020년 월세와 전세 비중이 같아지는 것으로 추정).
이 같은 주택점유 환경변화에 순응하기 위해서는 전세난과 월세 증가에 대한 대책이 동시에 필요하다. 전세난 대응책으로는 재정난으로 역할 분담이 어려운 공공을 민간이 대신하는 방안이 절대 필요하다.
현재 총임대주택은 795만가구로 전체 가구의 45.8%(2010년 기준)에 이르고 있다. 이 가운데 공공임대가 77만가구로 전체 가구의 4.5%, 민간등록임대가 63만가구로 전체의 3.6%를 차지하고 있다. 미등록임대도 655만1000가구로 38%에 이르는 상황이다.
이를 감안하면 선진국 수준으로 공공임대주택을 확충하는 것 못지않게 민간임대사업 활성화를 위한 미등록가구의 제도권화, 세제지원 등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이유다. 아울러 여유자금을 주택시장에 유인, 시장대응력을 높이는 것이 최선이다. 외국의 임대주택 전문업체와 자금 유인도 적극 검토해봄직하다.
전세대출은 필연적으로 주택가격 대비 보증금 규모를 크게 하여 주택금융시장의 변동성을 확대시킬 위험성이 크다. 따라서 전세 중심의 금융과 세제지원의 방향 전환이 이뤄져야 한다. LTV 규제 역시 자산이 부족하고 소득이 있는 젊은 연령층, DTI 규제는 소득이 없고 자산이 있는 고령층에 제약성이 크게 나타나 연령별ㆍ소득별 신축적 운영이 필요하다. 아울러 임대수요자에 대한 권리 및 편익증진 등 서비스대책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장용동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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