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민상식 기자]“구룡마을 재개발 방식이 일부 환지(煥地) 방식으로 채택되면 국민이 낸 세금 지원 없이 은행의 융자를 받아 우리의 힘으로 집을 마련할 생각입니다.”

서울 강남구 개포동 567번지 일대에 위치한 서울의 대표적인 무허가 판자촌 구룡마을. 이 마을에는 현재 1150가구 2300여명이 살고 있다.

유귀범(63) 씨는 이 마을 주민 80%가량이 소속된 주민자치회 회장으로서 14년째 마을의 궂은일을 도맡아 하고 있다.

유 회장은 사업에 실패한 후인 지난 1992년 당시 친구가 살고 있던 구룡마을에 단돈 200만원을 들고 오게 됐다. 달리 갈 곳이 없었던 그는 이곳에 정착했지만 마을이 낙후돼 있는 것을 보고 1993년부터 청년회를 조직해 길을 포장하는 등 여러 환경개선사업을 진행했다. 그사이 현재 고등학교에 재학중인 딸이 구룡마을에서 태어나기도 했다. 1999년부터는 주민자치회장에 선출돼 현재까지 마을을 이끌고 있다.

유기범 구룡마을 주민자치회장. 박해묵 기자/moo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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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룡마을은 시급히 개발돼야 합니다. 주민생활 개선이 시급하기 때문이죠. 그동안 무허가 판자촌이라 전기, 상ㆍ하수도 등 주요 기반시설이 없었어요. 이 마을에 주민등록이 발부된 것도 2011년 5월부터였습니다. 그전에는 주민등록이 없어 애들을 학교에 보낼 수가 없었어요. 재개발 계획이 세워진 후로는 당장이라도 무너질듯한 집을 전혀 수리할 수 없는 힘든 상황입니다.”

구룡마을 개발은 강남구가 2008년 자연녹지였던 구룡마을 일대를 도시개발구역으로 지정하고, 2011년 서울시가 공영개발안을 확정하면서 본격화됐다.

하지만 최근 서울시와 강남구가 개발방식을 두고 갈등을 벌여 재개발 사업이 끊임없이 지연되고 있다. 서울시가 공영개발에 환지 방식을 도입해 재개발하겠다고 하자 강남구가 이에 반발한 것.

강남구는 환지방식을 도입하면 대토지주들이 막대한 개발이익을 얻는다며 공영개발을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서울시는 공영개발을 하게 되면 초기에 막대한 자금이 들어가고 현 거주민 1150세대가 재정착하지 못하고 또다른 무허가 판자촌을 만들수 있어 환지방식으로 거주민을 재정착 시키겠다는 방침이다.

현재 구룡마을 주민들은 1만평을 매입해 현재 400여 가구가 33㎡(10평)씩 등기를 마쳤다. 그러나 돈이 없어 매입대금을 지급하지 못하고 대토지주가 신탁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유기범 구룡마을 주민자치회장. 박해묵 기자/moo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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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의 갈등이 계속되는 사이 지난달 30일 구룡마을 주민과 토지주 및 관련 단체들은 유 회장의 주도로 감사원에 강남구청에 대한 국민감사를 청구했다.

유회장은 “서울시가 주장하는 환지방식으로 재개발이 되면 일부 토지를 토지주가 개발할 수 있게 됩니다. 토지주는 20년가량 행사하지 못했던 재산권을 행사하게 되고, 구룡마을 거주민들은 ‘집’이 생기게 됩니다. 환지방식으로 개발이 이뤄지면 대토지주가 1만평의 토지를 무상양도하기로 약속했습니다. 물론 이 땅에 지을 아파트 건축비는 토지를 담보로 가구당 1억원 가량의 은행 융자를 얻어 20년 분할 상환한다는 계획입니다.”

이어 “자본주의 국가에서 우리만을 위해 세금을 쓰라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대토지주와 거주민이 상생방법을 찾아 국민부담 없이 강남의 무허가 판자촌을 잘 꾸미겠다고 하는데 강남구청이 결사반대하는 것은 내년 6월 구청장 선거를 앞두고 민주당인 박원순 시장과 각을 세워 공천을 따기 위한 전략입니다. 이는 구청장이 구민을 위한 행정을 해야 하는데 자신만을 위한 행정을 하고 있는 것 입니다.”

하지만 재개발이 환지방식으로 정해져도 넘어야할 산은 또 있다. 토지주들이 주민에게 넘기기로 약속한 땅을 주지 않을 경우다.

“토지주가 약속을 지키지 않을 경우에는 마을 주민들은 모두 나서 또 한번 싸울 것입니다. 그러나 주민들은 대토지주들이 약속을 지킬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