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슬기 기자] #1. 직장생활 5년 차인 신미희(가명ㆍ32) 씨는 얼마 전 TV를 보다가 불안감에 휩싸였다. ‘2060년에는 국민연금 기금이 모두 소진된다’는 뉴스를 보았기 때문이다. 우연히 펼쳐 든 신문에는 ‘국민연금 용산 투자 1300억 손실’이라는 기사가 큼지막하게 실려있었다. 신 씨는 “직장생활을 하는 5년 동안 착실히 보험료를 내왔는데 자칫 잘못하면 내가 낸 돈조차 돌려받지 못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 불안했다”고 말했다.

#2. 가족들과 함께 미국 이민을 준비 중인 이정호(가명ㆍ43) 씨는 최근 청천벽력같은 소리를 들었다. 외국 영주권을 취득하거나 해외에 거주하게 될 경우 그동안 낸 국민연금을 돌려받지 못한다는 소문이었다. 당혹감과 억울함에 빠져있던 신 씨는 국민연금공단에 직접 사실을 확인하고 나서야 비로소 안도 할 수 있었다.

1988년 1월 도입된 국민연금은 올해로 시행 26년 차를 맞았다. 사람으로 치면 대학 졸업반, 어엿한 성인이 된 셈이다. 하지만 그 긴 시간도 국민연금에 대한 오해를 풀기에는 부족했던 모양이다. ‘2060년 기금이 소진되면 연금을 받을 수 없다’는 잘못된 정보부터 ‘외국으로 이민을 하면 그동안 낸 보험료를 돌려받을 수 없다’는 출처 없는 ‘카더라’까지 국민들의 불신을 불러일으키는 소문은 여전히 무성하다. 국민연금을 둘러싼 소문 중 과연 진실은 무엇이고 거짓은 무엇일까. 국민연금에 대한 오해와 진실을 짚어봤다.

국민연금 보험료를 성실하게 내온 이들을 불안하게 만드는 대표적인 오해는 ‘기금이 고갈되면 나중에 연금을 받지 못한다’는 것. 얼마 전 마무리 된 ‘제3차 국민연금 재정계산’ 결과 2060년에는 기금이 모두 소진되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불안감은 더욱 증폭됐다. 이에 대해 국민연금공단은 “국민연금은 기금이 소진되어도 국가에서 책임지고 지급한다”며 “2007년 연금법이 개정되면서 기금소진 시기 역시 2047년에서 2060년으로 13년이 연장된 것처럼, 여러 가지 상황에 따라 결과는 달라질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저출산ㆍ고령화로 인해 보험료 납부자는 감소하고 수혜자는 늘어나는 것이 기금소진의 가장 큰 이유인데, 연금 지급은 국가의 생존이 달린 문제로 이미 오래전 연금제도가 도입된 서구에서도 정부 보조, 부과방식으로 연금을 지급하고 있으니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반면 ‘국민연금 가입자는 자신이 낸 보험료보다 연금을 더 많이 받게 된다’라는 소문은 진실인 것으로 확인됐다. 국민연금공단 관계자는 “국민연금은 현재 소득의 9%를 보험료로 내고 2028년 이후부터 소득대체율 40%를 보장하는 것으로 돼 있다”며 “연금 수령액을 계산할 때는 가입기간 동안의 물가상승분을 반영하고, 연금을 받는 중에도 통계청에서 고시한 전국소비자물가변동률만큼 매년 연금액을 인상해 지급한다”고 설명했다.

경제상황이 어려워지면서 ‘형편이 어려우니 그동안 납부한 국민연금 보험료를 돌려받고 싶다’는 사람이 늘고 있다. 하지만 단지 형편이 어려워졌다는 이유로는 보험료를 일시금으로 반환받을 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령, 장애, 사망 등으로 생활이 어려워졌을 때 본인 또는 유족에게 연금을 지급해 생활을 안정시킨다는 운영취지와 맞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이 국민연금공단 측의 설명이다. 다만 외국으로 이민을 하게 됐을 경우에는 납부한 보험료에 이자를 더해 일시금으로 돌려받을 수 있다. 해외거주 여권을 취득하거나 영구영주권(임시 또는 조건부 영주권 제외)을 취득한 뒤 가까운 지사에 청구(해외 우편청구 가능)하면 된다.

구직자나 이직 준비자를 떨게 했던 ‘국민연금을 미납하면 4대 보험이 적용되는 회사에는 취업할 수 없다’는 정보는 단순한 루머에 불과했다. 간혹 취업 서류로 국민연금 가입증명서를 제출하라는 회사가 있지만, 이는 가입증명서에 이전 사업장의 이력이 포함되기 때문에 ‘경력증명서’로 활용하기 위한 것일 뿐이라는 것이다. 물론 가입증명서에 ‘미납내역’이 표기되지도 않는다. 하지만 기업이 개인 신용평가 정책으로 국민연금 미납 여부를 따진다면 불이익을 받을 수도 있다. 국민연금공단 관계자는 “국민연금에서는 새로 취업한 업체의 사업주에게 근로자의 이전 사업장 미납내역을 통지하지 않을뿐더러, 사업주도 이전 사업장의 납부이력을 조회할 수 없다”고 했다.

‘빚을 졌을 경우 채권자가 채무자의 연금을 압류할 수도 있다’는 소문에 대해서도 국민연금공단은 “그렇지 않다”고 못 박았다. 국민연금은 노후생활의 기본적 수단으로 국가가 보장하는 연금급여이므로, 이를 받을 권리를 압류하거나 담보로 제공할 수 없도록 국민연금법에 명시돼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연금을 받고 있는 은행계좌는 타인에 의해 압류될 수 있기 때문에 공단 측은 국민연금 급여지급 전용계좌인 ‘안심(安心) 계좌’를 이용하는 것을 추천했다. 물론 안심계좌를 이용하지 않더라도 압류된 연금지급계좌에 대해 ‘압류명령취소신청’ 또는 ‘압류명령범위변경신청’을 함으로써 월 150만원 이하의 금액을 압류대상 금액에서 제외시킬 수 있다.

국민연금공단 관계자는 “이 외에도 직장에서 퇴사해 소득이 없는 경우에는 납부예외 신청을 할 수 있는 등 국민연금을 보다 유연하게 이용할 수 있는 정보가 많이 있다”며 “잘못된 소문은 바로잡고 국민에게 도움이 되는 정보를 더 널리 알릴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이슬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