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서병기 기자]지금 당신 옆에 있는 사람과 통(通)하나요? 방송에서도 소통 강화 프로그램이 인기다. 가족과 친구 등 가장 많은 대화를 나누는 사람과 소통이 안된다면 그것처럼 괴로운 일도 없다.
KBS ‘대국민 토크쇼 안녕하세요’는 일반인이 자식의 고민, 부부의 고민, 가족의 고민, 친구와 회사 등 우리 주변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진솔한 고민을 털어놓아 소통부재로 인한 사람 사이의 벽을 허물려고 하는 프로그램이다. 방송 3주년을 맞았는데도 동시간 시청률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지금까지 출연한 일반인 수만도 700명에 육박한다.
정육점 사장이라는 직업 때문에 매번 결혼 반대에 부딪힌다는 30대 남자, 생활비를 안주는 남편 때문에 고민이라는 주부, 남편이 물건을 버리지 않아 고민인 아내, 개그맨 박준형을 닮은 외모 때문에 사람을 만나는 것 자체가 두렵다는 주인공, 여자친구가 휴대폰 검사는 기본이고 심지어 CCTV ‘애플’로 온종일 자신을 감시한다는 20대 남자, 주말마다 집을 나가 축구에 올인하는 엄마 때문에 고민인 딸 등 출연자의 고민은 천차만별이다.
좀 더 엽기적인 고민도 있다. 다 큰 남동생의 은밀한 부위까지 만진다는 누나 이야기, 아내가 턱수염부터 젖꼭지 털까지 왕창 다 뽑아내 고민이라는 새 신랑의 사연, 가족을 깨무는 남편이 고민이라면서 심지어 아들의 성기도 깨문다는 아내의 이야기 등 이상한 고민도 있다.
하지만 하나밖에 없는 아들 종구가 2년째 자신과 말을 하지 않는다는 무언가족(無言家族)의 고민을 해결해준 것은 ‘안녕하세요’의 큰 성과로 꼽힌다. 종구 군은 “엄마 때문이 아니다. 고교시절 친구를 잘못 사귀었다. 그 친구가 나를 못살게 굴고 억압해 1년간 고통을 겪었다”면서 “수능을 보고 집에 있었는데, 날 훈계하는 엄마에게서 그 애의 모습이 보였다”고 말했고, 엄마는 “정말 미안했다. 엄마가 아들의 고통을 몰랐다. 엄마가 관심을 좀더 가졌으면 이렇게까지 안됐을텐데…”라며 눈물을 흘렸다. 학교폭력으로 엄마에게 마음의 문을 닫았던 종구는 방송에서 엄마와 화해해 시청자를 눈물 나게 했다.
과거에는 ‘안녕하세요’ 같은 프로그램은 출연자 섭외가 어렵다. 남에게 보여주지 말아야 할 집안의 치부가 드러난다며 출연을 꺼렸다. 미혼여성의 경우 혼사가 막힌다고 했다. 하지만 이제는 그런 것은 전혀 문제가 안된다. 오히려 당당하고 진술하게 고민을 털어놓으면 ‘호감도’까지 생긴다. 이상한 이야기도 솔직하게 말하면 현실적인 이야기라며 공감대가 이뤄진다. 게다가 신동엽 이영자 컬투 등 재기 넘치는 MC가 일반인 출연자가 편안하게 이야기할 수 있도록 자리를 깔아준다.
EBS ‘달라졌어요’ 시리즈도 대표적 소통 강화 프로그램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부모, 부부, 고부, 부자(父子), 직장상사와 직원 등 가장 기본적인 인간관계에서 서로 막힌 소통을 뚫어주고 심리를 치유하는 솔루션이 공감을 이끌어내고 있다. 출연자로서는 가족끼리 서로 싸우는 모습을 전국민에게 공개하는 일은 부담스럽기는 하지만, 소통이 막혀있는 상태에서 쉬쉬 하며 방치하다가는 곪아터진다는 사안의 심각성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변할 것 같지 않은 당사자가 개선의 기미를 보이는 ‘기적’ 같은 상황을 목격하면서 비슷한 처지에 있는 ‘고민 가족’ 시청자도 해결의 희망을 갖게 된다.
우리사회의 핫이슈를 새로운 시각으로 전달하는 재미있는 교양쇼 MBC ‘컬투의 베란다쇼’도 알고 보면 원활한 소통을 위한 프로그램이다. 20일 방송된 ‘욱하는 사회’는 폭행ㆍ방화ㆍ살인의 50%가 ‘홧김에’ 일어나는 범죄라며 마음의 화를 한 번에 날려버릴 확실한 방법을 알려주고, 화병퇴치 댄스도 소개했다. 진짜 남편이나 아내가 기분나쁘지 않도록 하는 ‘오피스 스파우즈(오피스 배우자) 행동 가이드라인’도 제시해 좋은 반응을 얻었다. 직장인의 일중독과 칼퇴근 등의 문제도 짚어봤다.
MBC ‘아빠 어디가’도 가족 구성원 중에서 가장 소통이 부족한 아빠와 아이 간 소통을 도와주는 프로그램이다. 출연자인 김성주는 “만약 ‘아빠 어디가’가 없었다면 일 때문에 민국ㆍ민율이와의 추억과 경험이 별로 없었을 것”이라면서 “민국이에 대해 많이 알게 되니 서로 대화할 거리도 많아지고, 아내와의 대화까지도 잘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서병기 선임기자/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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