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 사각지대 결정적 단서 제공
“거기서 나오면 왼쪽에 폐쇄회로(CC)TV가 있고, 저 길 건너에도 있고~” “경찰이 알리바이를 물어보면 이렇게 답해야지~”
보안업체 차량 블랙박스에서 흘러나오는 남자의 이상한 노랫소리를 들은 서울 강북경찰서 강력팀은 수유동 새마을금고에서 7700만원을 훔친 혐의로 보안업체 A(28) 씨를 지난 8월 25일 긴급 체포했다. ‘알리바이’가 성립돼 풀려난 지 일주일 만이었다. 여자친구와 제주도 여행 중에 소환된 A 씨는 “범행 두 시간 동안 여자친구와 통화를 했다”는 ‘알리바이’를 대고 경찰서를 유유히 빠져나갔었다.
하지만 경찰이 차량에서 흘러나오는 라디오 음악에 맞춰 진행한 ‘범행 리허설’이 담긴 블랙박스를 들이밀자 A 씨는 두 손을 들 수밖에 없었다. A 씨는 결국 “여자친구를 속여 두 시간 동안 전화기를 켜놓고 범행을 했다”며 경찰에 범행 일체를 자백했다.
경찰 관계자는 “CCTV를 보여줘도 본인이 아니라고 부인하는 상황에서 블랙박스가 아니었다면 사건이 어려워질 뻔했다”고 말했다.
이 사건처럼 교통사고 시시비비를 가리기 위해 장착하는 블랙박스가 강력범죄 해결에도 혁혁한 공을 세우고 있다. 지난 5월 외제차를 훔쳐 무면허 질주를 벌이다 사고를 내고 도망간 B(17) 군 등 10대 3명도 차량 내 블랙박스 덕분에 검거할 수 있었다. 서울 송파경찰서 사고조사팀은 차량 블랙박스 안에 녹음된 B 군의 이름을 듣고 피의자를 특정, 이들을 한 달 만에 검거했다.
경찰 관계자는 “차량 내 블랙박스가 사건 해결에 도움을 주는 경우가 많다”면서, “특히 CCTV가 없는 사각지대에서는 결정적인 단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차량 내 블랙박스 장착 수는 매년 증가하고 있다. 아이나비 등 블랙박스 제조업계에 따르면 전체 차량 1900만대(6월 기준) 중 20%가 블랙박스를 장착하고 있으며 그 수도 매년 두 배씩 증가하고 있다. 업계는 블랙박스 누적판매 대수가 2010년 50만대, 2011년 100만대, 2012년 200만대로 증가했고 올해는 400만대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박병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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