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 10년 만이다. 영화 ‘지구를 지켜라’로 개성 만점 연출력을 인정받은 장준환 감독이 ‘화이: 괴물을 삼킨 아이’로 돌아왔다. ‘문소리의 남편’으로도 유명한 장준환 감독이 김윤석, 여진구를 앞세워 만든 ‘화이’는 제작 단계부터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지난 9일 개봉한 화이‘는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임에도 불구하고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다. 김윤석과 여진구의 탁월한 연기력과 조진웅, 장현성, 김성균, 박해준의 열연이 관객들에게 제대로 통한 것이다. 내용적으로도 완벽했다. ‘괴물’을 삼킨 자와 삼켜진 자의 이면을 그려내며 깊은 여운을 남겼다.
# “‘화이’ 각색, 만만하게 볼 게 아니더라”
‘화이’는 장준환 감독이 직접 쓴 작품이 아니다. 때문에 각색과정을 거쳐야 했고, 그 과정은 굉장히 힘들었다. 액션, 스릴러 장르기 때문에 손을 많이 안 봐도 되겠다는 생각은 단순한 착각이었다.
“처음에는 시나리오가 굉장히 장르적이고 영화적이라 조금만 손 보면 될 줄 알았어요. 그런데 막상 들어가보니 굉장히 어렵더라고요. 사람의 드러내기 싫은 부분을 건드리는 영화잖아요. 교복을 입은 소년이 총격을 하는 걸 ‘자극적이고 멋있게’ 접근하면 이 영화는 굉장히 위험할 것 같았어요. 혼자 답을 찾으려고 노력했는데 결과적으로 보니 답을 찾는 게 참 바보같은 짓이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화이’에는 피 튀기는 잔인한 장면들도 속속들이 있지만 굳이 두 눈을 가릴 일은 없다. 오히려 묘한 통쾌함과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
“드라마 안에 액션이 얽히니 그렇게 느껴지는 것 같아요. 화이와 아빠들간의 이야기, 그리고 괴물로 얼마나 더 변해 가는지에 대한 스토리가 있으니까요. 처음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는 어디서 본 듯한 느낌들이 많이 있었어요. 그런데 이렇게 이야기를 모아 놓고 보면 색다른 느낌이 나더라고요. 그런 게 또 제가 하고 싶었던 부분들 중 하나였죠. 대중들과 함께 공감하고 호흡할 수 있는 장르를 조금씩 뒤틀어 놓으면 색다른 맛이 나더라고요.”
# “여진구, 전통적인 남성성 느껴진다”
비록 흥행은 실패했지만 그의 전작 ‘지구를 지켜라’는 수준 높은 SF 걸작으로 관객들에게 여전히 호평 받고 있다. 장준환 감독의 색깔이 강하게 묻어나는 ‘지구를 지켜라’와는 달리 ‘화이’는 좀 더 대중적이다. 일부 혹자는 “‘지구를 지켜라’와는 달리 상업적이다”라고 평하기도 했다.
“오히려 저한테는 칭찬인 것 같아요. 원래 제가 본 시나리오 자체가 세련되고 자극적이었어요. 사실 각색 작업을 하면서 이 영화가 더 진중하고 무게감을 가져야 된다고 생각했거든요. 너무 잔인한 이야기로만 전개되면 관객들도 불편함을 느낄 것 같았어요. 떳떳하고 당당할 수 있는 진정성을 배가 시키려고 노력했죠.”
김윤석과 여진구의 조합은 영화에서 빛을 발했다. 여진구가 김윤석의 존재감에 묻히지 않을까 우려의 시선도 있었던 것이 사실. 그러나 여진구는 김윤석과의 호흡에도 절대 밀리지 않는 연기력을 과시했다.
“여진구 군은 연기를 접근하는 데 있어 순수해요. 자신의 기교나 해온 걸로 덤비지 않죠. 캐릭터를 분석하는 능력과 자신의 것으로 흡수하는 능력이 굉장해요. 그 인물 자체로 접근하니까 좋은 선배들의 에너지를 흡수해 자신의 것으로 토해내죠. 사실 여진구 군을 잘 몰랐어요.(웃음) 사람들의 주목을 꽤 받았던 친구인 것만 알고 있었죠. 그런데 이번에 작업해 보니 요즘 사람들이 갈구하는 ‘전통 남성성’ 같은 게 느껴지더라고요.”
‘화이’에서 단연 돋보이는 장면은 여진구의 병원 액션신, 그리고 여진구와 다섯 아빠의 추격 신, 총기 액션이 대표적이다.
“액션 같은 경우는 너무 화려하게 보이지 않으려고 애썼죠. 그런 것보다 액션 안에서 드라마를 절대 놓치지 않아야 된다고 생각했어요. 단지 주인공을 멋있게 보이기 위해서, 또는 관객들을 자극하려고 하는 액션은 자제하자고 생각했죠. 액션이 너무 다양해서 준비하는 데 힘들기는 했죠. 액션을 위한 액션은 하지 말자는 철칙을 지켰는데도 재미있게 잘 나온 것 같아서 만족합니다.”
# “눈에 들어오는 배우? 내 심리치료가 우선”
영화는 여진구와 다섯 아빠 외에도 화려한 캐스팅이 돋보인다. 특별 출연한 박용우, 이경영, 문성근 등 충무로에 내로라하는 배우들의 총집합이 조화를 이뤘다.
“다들 너무 좋으신 분들이죠. 용우 씨는 주인공 급이신데 작품에 참여하고 싶다고 하셨어요. 그런데 촬영해 보니 박용우 씨의 색다른 면이 보이더라고요.(웃음) 조진웅 씨도 이번에 새로운 캐릭터를 통해 정말 많은 걸 보여줬죠. 비록 두 시간 짜리 영화지만 그 안에 많은 이야기들이 숨겨져 있어요. 그런 것들을 잘 느끼시면 훨씬 더 껄끄럽지 않은 영화가 될 것 같아요.”
이번 영화를 통해 여진구의 다양한 모습을 이끌어낸 장준환 감독은 요즘 눈에 들어오는 배우가 없냐는 말에 “내 심리치료가 우선이다”라며 웃어 보였다.
“홍보일정이 끝나면 심리 치료를 받아야 할 것 같아요. 하하. 다음 작품은 어떻게 할까라는 생각을 최대한 안 하려고 해요. 일단 ‘화이’가 더 잘됐으면 하죠. 우리 삶에 내재된 괴물들을 봐 왔듯이, 누구나 괴물을 키우고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그냥 자극적인 영화로 보이지 않기 위해 끝까지 팠던 것 같아요.”
사진 황지은 기자 hwangjieun_@ 양지원 이슈팀기자 /jwon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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