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박수진 기자] 재계의 총본산인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재계의 오늘’을 가늠할 수 있는 바로미터다. 경제민주화 입법 공세와 기업을 대상으로 한 전방위적 사정 바람이 휘몰아치면서 전경련의 어깨도 움츠려든다. 회원사인 기업들이 ‘몸 사리기’에 나서면서 전경련 회원사로서의 활동도 자연스레 소극적이기 때문.
전경련 회장단의 면면을 살펴봐도 위축된 재계의 현실이 바로 나타난다. 전경련 회장을 맡고 있는 허창수 GS그룹 회장과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 정준양 포스코 회장 등 20명의 부회장 등 총 21명으로 이뤄졌다.
하지만 21명의 회장단이 한 자리에 모인 모습을 수년 째 볼 수 없다. 특히 올해는 대기업을 중심으로 불어닥친 사정 바람과 경영 부실 여파로 위기에 처한 기업이 많아지면서 해당 기업 총수들이 자의반 타의반으로 전경련 활동을 사실상 중단한 상태다. 공식적으로 회장단은 21명이지만 실제 활동하는 구성원은 6~7명 뿐이다. 실제 가장 최근에 있었던 9월 회장단회의에는 허창수 회장, 이준용 대림 회장, 박영주 이건산업 회장, 김윤 삼양 회장, 류진 풍산 회장, 장세주 동국제강 회장, 이승철 전경련 상근 부회장 등 참석 인원이 7명에 불과했다.
일단 최태원 SK그룹 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현재 재판이 진행 중으로 활동이 불가능하다. 유동성 위기로 역대 최악의 위기 상황에 놓인 STX그룹의 강덕수 회장은 지난달 회장단 회의 직전 부회장직에서 물러나겠다며 직접 사임 의사를 밝혔다.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도 최근 그룹 유동성 위기를 겪으면서 4년간 맡아온 전경련 한국ㆍ미국 재계회의 위원장직에서 물러났다. 부회장직에 대한 사퇴의사는 밝히지 않았지만 사실상 활동이 어려운 상황이다. 강 회장과 현 회장은 격월로 열리는 전경련 회장단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온 대표적인 인물이기도 하다.
이외에 이건희 삼성 회장, 정몽구 현대차 회장, 구본무 LG 회장, 김준기 동부 회장 등도 경영 활동 등 여러가지 이유로 회의 불참 사례가 잦다. 박용만 두산 회장은 대한상의 회장을 겸직하면서 전경련 활동에 집중하기가 사실상 어려워졌다.
전경련 관계자는 “전경련은 순수한 재계 단체로, 경영 악화 등 각 기업이 처한 문제가 회원사로서 단체 활동에 영향을 미칠 것은 전혀 없다”고 했다. 하지만 기업이 느끼는 부담과 고충은 그 이상이다. 전경련 회원사인 한 기업 임원은 “요즘 같은 시국에는 최대한 조용히 지내는 것이 상책이다. 이런 상황에서 누가 앞에 나서서 목소리를 내려고 하겠나”라고 했다
전경련은 내년 2월로 예정된 총회에서 강덕수 STX그룹 회장 등 사임의사를 밝힌 일부 부회장들에 대한 연임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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