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성연진 기자]억대 연봉과 말쑥한 정장, 리포트 몇 장에 시장을 움직이는 한 마디. 시장의 브레인으로 불리는 애널리스트들의 입지가 흔들리고 있습니다. 불황에 장사없다고 스타 애널리스트도 짐을 꾸려 떠난다는 소리가 들립니다. 특히 ‘증권가의 꽃’이라 불리는 리서치센터장의 교체는 가히 충격적입니다.
리서치센터장은 한 때 연봉이 5억원 안팎에 이를 정도로 높은 몸값을 자랑했습니다. 시장이 잘 나갈 때는 스카우트 경쟁도 치열해 한꺼번에 팀 전체가 타 증권사로 옮기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었습니다.
그랬던 증권사 리서치센터가 올들어 11곳의 센터장이 교체됐습니다. 지난달에만 우리투자증권, 하나대투증권, 신영증권, KB투자증권 4곳의 리서치센터장이 자리를 내놨다고 합니다. 왜일까요?
투자자의 입장에서 리서치센터는 시장의 탁월한 분석을 내놓는 것이 제 1의 임무로 보이겠지만, 증권사의 입장은 다릅니다. 시장 족집게 뿐 아니라 그로인해 기관 자금을 유치하는 ‘영업력’이 평가의 1순위입니다.
리서치센터장들이 사실상 기관을 대상으로 하는 ‘영업맨’과 다름없다는 하소연이 나오기도 합니다.
시장이 어려우면 영업력에 대한 갈구가 더 커지게 됩니다.
지난달 중순 우리투자증권이 애널리스트 경험이 없는 박병호 홀세일영업1본부장을 리서치본부장에 임명한 것도 비슷한 맥락으로 풀이됩니다.
역으로 리서치센터장이 홀세일 임원으로 자리를 옮기기도 합니다. 지난해 말 윤석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홀세일본부장으로 자리를 이동했습니다.
하나대투증권는 지난 6월 말 계약만료로 사임한 김지환 리서치센터장의 뒤를 이어 조용준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을 영입했습니다. 2006년부터 신영증권 리서치센터를 이끌어온 조 센터장은 리서치와 기관 영업 모두 강화할 수 있다는 평가에 하나대투에서 낙점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센터장 자리가 빈 신영증권은 1일자로 미디어ㆍ레저ㆍ엔터테인먼트 업종을 주로 분석해온 한승호 애널리스트를 새 리서치센터장으로 뽑았습니다.
이로써 지난 1월 조병문 유진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이 물러난 뒤 리서치센터장이 물러난 11곳 가운데 8곳이 인력을 내부 충원했습니다. 외부 스카우트는 하나대투증권과 토러스투자증권 두 곳뿐입니다.
스카우트에 나설 만큼의 여유도 없고 그럴 만한 필요도 없다는 것 아닐까요?
이처럼 애널리스트의 최종 목적지로 여겨졌던 리서치센터장들이 흔들리면서 베스트 애널리스트의 사직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미래에셋증권에서 인터넷과 게임 업종을 담당했던 정우철 이사는 ‘바른투자자문’ 대표로 변신했고, 우리투자증권에서 스몰캡 팀장을 했던 정근해 애널리스트는 개인 사업을 위해 지난 4월 회사를 그만뒀습니다. 두 사람 모두 업계 베스트 애널리스트로 꼽히던 이들 입니다.
한 켠에선 그간 애널리스트의 몸값이 지나쳤다는 목소리도 들립니다. 일례로 한 증권사 최고경영자(CEO)는 사석에서 기자에게 “그동안 애널리스트의 연봉이 너무 높아졌다”면서 “맘 같아선 아예 계약직으로 돌리고 싶다”고 털어놓은 적도 있습니다.
이래저래 리서치센터의 수난시대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yjsu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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