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만에 400만 돌파 흥행질주…‘설국열차’요나역 고아성

‘괴물’때 중학생이던 배우 이젠 21세 어엿한 대학생으로 7년만에 봉준호·송강호와 호흡

“대본도 안보고 출연 결정 美개봉후 해외활동 계획도”

많이 컸다. 훌쩍 컸다. ‘괴물’ 때 14세 중학생이던 배우 고아성은 이제 21세 어엿한 여대생(성대 사회과학부3)이 됐다. 7년 만에 봉준호 감독 그리고 배우 송강호와 다시 만나 ‘설국열차’를 찍었다. ‘설국열차’는 지난달 31일 개봉해 6일까지 역대 최단기간인 7일 만에 관객 400만명을 돌파했다. 1300만명을 동원한 흥행대작으로 데뷔하고, 세계적 할리우드 스타가 즐비한 글로벌 프로젝트에 출연했다. 한국영화에서 가장 영리한 이들로 꼽히는 감독, 배우와 ‘큰 물’에서 놀아서 그럴까. 영화가 승승장구하고 있는 5일 만난 갓 스물 여배우의 생각과 말은 깊고 스마트하고 큼직했다.

“미국 에이전시 몇 군데에서 연락이 왔어요. 미국에서 개봉하면 소속사를 결정하고 해외활동도 병행할까 하는데, 송강호 선배의 말씀대로 할리우드는 배우의 최종 목적지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스포츠는 나라별로 실력을 겨룰 수 있어도, 문화는 우열이 없으니까요. 배우로서 다양한 무대에서 경험을 하고 싶어요.”

2009년 초, 봉 감독은 송강호와 고아성을 불러 ‘빙하기에 영구엔진을 가진 열차가 인류 마지막 생존자를 싣고 달린다, 머리칸으로 올라갈수록 상류층이다, 꼬리칸 사람들이 혁명을 일으킨다’는 내용의 영화를 할 것이라며 같이 하자고 제안했다.

고아성은 “아직까지 없는 영화인가 싶을 정도로 친숙하면서도 신선한 내용이었다. 원래 좋은 글이나 이야기는 듣고 나면 다 알고 있는 것 같은 내용을 전해주는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시나리오도 보지 않고 출연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고아성은 극중 빙하기를 달리는 열차에서 태어난 ‘트레인 베이비’로, 열차의 보안설계자인 남궁민수(송강호 분)의 17세 된 딸이다. 반란군이 굳게 닫혔던 문을 열고 앞칸으로 나아가는데, 아버지는 말 그대로 ‘열쇠’를, 고아성이 분한 요나는 인류의 미래를 쥐고 있다.

영화 '설국열차' 배우 고아성. 박해묵 기자/mook@heraldcorp.com
영화 '설국열차' 배우 고아성. 박해묵 기자/mook@heraldcorp.com
‘괴물’에서 소녀였던 고아성이 21세의 어엿한 여배우로 봉준호 감독, 송강호와 다시 한번 만나 대작 ‘설국열차’를 찍었다. 박해묵 기자/mook@
영화 '설국열차' 배우 고아성. 박해묵 기자/mook@heraldcorp.com 영화 '설국열차' 배우 고아성. 박해묵 기자/mook@heraldcorp.com ‘괴물’에서 소녀였던 고아성이 21세의 어엿한 여배우로 봉준호 감독, 송강호와 다시 한번 만나 대작 ‘설국열차’를 찍었다. 박해묵 기자/mook@

어엿하게 큰 고아성을 봉준호는 마땅히 ‘동료’로서 대우했다.

고아성은 “제가 까마득히 어리지만 소통의 문을 활짝 열어놓고, 거리낌없이 상의했다”고 말했다.

고아성은 자신의 역할뿐 아니라 영화 전반에 아이디어를 많이 냈다.

“ 요나의 아버지는 한국인이지만, 자신은 열차에서 태어나 국적도 없고 자유분방한 인물이에요. 여러 나라의 언어를 조금씩, 그러나 완벽하지 않게 하는 소녀죠. 그래서 모든 언어가 뒤섞인 ‘짬뽕 영어’, 한국인이 듣기에 이상한 한국어로 대사를 했죠.”

반란군의 죽음을 지켜보는 요나의 표정은 ‘슬픈 일이지만 내 상관할 바 아니다’는 뉘앙스를 갖고 있을 것이라고 봉 감독에게 제안한 것도 고아성이다. 극중 상류칸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교사의 ‘임신’ 설정도, 꼬리칸으로부터 때마다 줄자로 키를 재 적당한 체격의 아이들을 차출해가는 초반 내용에 맞춰 후반부에 줄자로 양복 재단을 하는 장면을 넣은 것도 고아성의 아이디어다. 이쯤 되면 머릿속까지 ‘봉준호의 세계’를 구현한 배우라 할 만하다.

“예전에는 ‘괴물’의 고아성, ‘공부의 신’의 고아성이라고 불렸는데, 이제부터는 제 이름 하나만으로 책임을 져야 하는 배우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30대에 봉 감독과 송 선배가 인정해주는 배우가 되고 싶습니다.”

고아성의 차기작은 김려령 작가(완득이)의 ‘우아한 거짓말’을 원작으로 한 동명의 영화다.

이형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