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영상 기자]“너, 놀이공원 가 봤어?”
40여년전 동네 친구가 제게 한 말입니다. 가난한 저로선 당연히 못가봤지요. 그 친구는 놀이공원에 가 봤다며 입에 침을 튀며 제게 자랑했습니다. 저로선 대단히 부러웠죠. 먹고 힘든 시절, 놀이공원에 갔다온 집은 일종의 부잣집이었습니다. 그 친구로부터 놀이공원에 대한 자세한 얘기를 들으려고 삥 둘러 앉아 한마디 한마디 귀 기울였던 기억이 납니다. “나도 언젠가는 꼭 가봐야지”하는 생각을 하면서 말이죠.
왜 이런, 그렇게 즐겁지만은 않은 옛날 기억을 꺼낼까요?
국내 놀이공원의 대표주자, 에버랜드가 19일로 누적 입장객 2억명을 돌파했다고합니다. 에버랜드는 개장 첫해 약 88만명이 방문한 이후 1983년 1000만명, 1994년 5000만명, 2001년 1억명을 넘겼으며, 1억명 돌파 후 12년 만에 누적 입장객 2억명을 돌파한 것입니다. 1976년 ‘자연농원’으로 개장한 이후 만 37년4개월 만에 달성한 쾌거로, 간단치 않은 숫자입니다. 아시아 토종 테마파크로선 최초의 기록이라고 합니다.
전세계 테마파크 수는 현재 대략 400여개로, 디즈니와 유니버설 계열의 글로벌 테마파크를 제외하면 누적 입장객 2억명을 돌파한 테마파크는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특히 아시아에서는 디즈니 계열인 도쿄 디즈니랜드만이 지난 1997년 입장객 2억명을 돌파했을 뿐, 유니버설 스튜디오 재팬(USJ)과 홍콩 오션파크는 각각 2012년과 2011년에 누적 입장객 1억명을 기록한 바 있습니다.
이 기록을 얘기하는 것은 저도 10명 분은 해당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저도 에버랜드에 10번 정도, 아니 그 이상은 갔을 겁니다. 대한민국 국민 중 에버랜드 한번 안가본 사람이 있을까요? 그런 점에서 이 기록은 우리 국민의 발자취와도 같습니다.
성인이 된 지금, 에버랜드 놀이기구 타라고 하면 손을 내저을 사람이 많을 것입니다. 특히 더운날 에버랜드를 가자고 하면 손사래의 강도는 더 세지겠지요.
아마 우리가 어른이 돼서 그럴 것입니다. 놀이기구를 처음타던 즐거운 충격은 다 잊어버린 것이죠.
아마 이젠 먹고 살만해져서 그럴지도 모릅니다. 놀이공원 많이 가봤고, 재미있는 곳 많이 가봤으니 어린애도 아닌 이상 거기에서 즐거움은 느끼지 못하는 것이지요. 그래서 아마 에버랜드에 가는 어른들이라면 아이들 때문에, 아니면 시골에서 오신 부모님 때문에 사역(?)을 감수하는 것이겠지요.
하지만 옛날을 생각해 보세요. 에버랜드는 우리의 꿈이었습니다. 꼭 에버랜드가아니더라도 서울대공원 등 수많은 놀이공원엔 우리의 소박한 꿈과 희망이 담겨 있었죠. 가난한 때 놀이공원에서 쓰는 돈도 부담됐을때, 어디 쉽게 갔었습니까? 그러니 놀이공원에 간다는 것은 1년 열심히 벌어, 특별한 날 가는 곳이었지요.
그래서 특히 청소년들에겐 놀이공원은 꿈과 희망의 대상이었고, 소망을 키워가는 소중한 장소가 돼 왔던 것입니다.
이제 놀이공원을 가는 것은 특별한(?) 것은 아닌 것이 됐지만, 옛날의 소박한 꿈을 떠올릴때 놀이공원은 그 중심에 있음을 잊지는 말아야 겠습니다.
다시 에버랜드 얘기로 돌아가죠.
누적 입장객 2억명 돌파는 에버랜드의 부단한 노력의 결과인 것 같습니다. 국민들에게 친구가 돼 오면서도 꾸준히 변신을 시도한 결과물이죠.
흥미로운 것은 에버랜드의 파워엔 ‘창조’가 숨어 있어 보입니다. 창조경제 시대에 앞서 ‘창조’를 끊임없이 시도했다는 최근의 평가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사실 에버랜드는 늘 변화해왔습니다. 놀이공원과 동물원을 한군데 결합한 테마파크로 시선을 끌었고, 이에 만족하지 않고 인공 파도풀을 갖춘 국내 최초 워터파크 ‘캐리비안 베이’(1996년), 나무로 만든 롤러코스터 ‘T 익스프레스’(2008년), 수륙양용 사파리 ‘로스트 밸리’(2013년) 등 창조적 관광상품을 개발해왔습니다. 특히 장미축제(1985년), 튤립축제(1992년) 등 계절별로 차별화된 테마 축제를 펼치는 등 시대에 민감한 소비자 니즈에 부단히 다가섰습니다.
이 같은 노력에 힘입어 에버랜드는 2006년 포브스지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환영받는 테마파크’ 4위에 선정됐고, 최근 캐리비안 베이는 CNN이 뽑은 세계 12大 워터파크로 국내에서는 유일하게 뽑히기도 했습니다.
37년간 서민들과 함께 해온 에버랜드는 앞으로도 고객 서비스 업그레이드와 함께 ‘창조’를 문화 관광상품에 접목하는 데 진력할 예정입니다. 당장 에버랜드는 2억명 돌파를 기념해 23일까지 2명 자유이용권을 5만원에 파는 할인 이벤트를 한다고합니다.
에버랜드 얘기를 한참 하다보니 저도 소년이 된 것 같습니다. 가고 싶어도 가지 못했던 곳, 결혼후 아이를 낳고는 아이에게 꿈과 추억을 안겨주기 위해 1년에 몇차례라도 갔던 곳. 그 곳에 제 젊은날의 흥분된 기억 한쪽이 자리잡고 있기 때문입니다. 아마 대부분 독자들도 그럴 것입니다.
40여년 가까이 서민에 꿈과 희망을 안겨준 에버랜드. 에버랜드는 제 친구였습니다. 아니, 누구나의 친구였죠. 다만 어른이 되면서 잊고 있던 친구 말이죠.
언제 시간을 내 지금은 훌쩍 커 버린 아이 손을 잡고 옛 기억을 더듬으며 곳곳을 걸어다니고 싶습니다. 그런데 어쩌죠? 커버린 아이가 쉽게 따라 나설지는 모르겠네요. 뭔가 유혹할 당근(?)을 개발해야 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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