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ㆍ강대한 인턴기자] ‘국정원 선거 개입 사건’으로 기소된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이 재판에서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검찰 기소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8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부장 이범균) 심리로 열린 원 전 원장에 대한 첫 공판준비기일에서 원 전 원장 측 변호인은 “공소 사실을 전부 부인한다”고 밝혔다.
변호인은 특히 원 전 원장의 ‘댓글 지시’ 혐의를 하나로 묶어 선거개입(공직선거법 위반)과 정치개입(국정원법 위반) 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검찰은 당초 원 전 원장의 ‘댓글 지시’에 대해 공직선거법 위반과 국정원법 위반의 ‘상상적 경합’ 관계로 기소했다. 상상적 경합이란 하나의 행위가 여러 범죄에 해당하는 것을 말한다. 이 경우 해당 행위가 하나라는 점이 전제돼야 한다. 댓글 지시 중 얼마만큼이 정치개입이고 얼마만큼이 선거개입이라 자신할 수 없는 검찰로서는 전체를 하나로 뭉뚱그려 놓는 것이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변호인은 “공소사실 중 정치개입과 선거개입의 시기 및 댓글 수 등 내용이 다르다”며 “상상적 경합이 될 수 있느냐”는 질문을 던졌다.
재판부 역시 변호인 측의 의문에 공감하며 “댓글 찬반 중 정치개입 1711회와 선거개입 1281회인 점으로 볼 때 두 가지 혐의가 상상적 경합이라면 (1711회에서 1281회를 뺀) 나머지는 어떻게 되느냐”며 “공소장 변경도 검토해 보라”고 밝혔다.
검찰이 이러한 요구를 받아들여 상상적 경합 주장을 철회한다면, 원 전 원장의 지시 중 어느 부분이 정치개입이고 어느 부분이 선거개입인지를 명확히 구분해 입증해야 한다는 부담이 생긴다. 때문에 앞으로 이 부분과 관련한 법리 논쟁이 재판에서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변호인은 또 “검찰이 18대 대선에 관해 기소하면서 2010년 1월 이후 지방선거, 국회의원 재보선 등을 모두 나열했다”며 “대선에 한정했다면 낙선시키려 한 대상이 문재인 후보인지, 이정희 후보인지도 밝혀달라”고 요구했다.
변호인의 거듭되는 질문에 검찰 측은 한마디 제대로 된 대답도 내놓지 못한 채 “질문하지 마시고 말씀을 하시라”며 방어적 태도만 보이기에 급급했다.
원 전 원장은 지난해 대선을 앞두고 국정원 직원들이 인터넷에 특정 후보를 지지ㆍ반대하는 댓글 수천 건과 댓글에 대한 찬반 표시를 올리도록 지시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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