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서상범 기자]프리미엄 브랜드로 인정받는 자동차 회사들에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바로 회사의 역사를 보여주는 제품들에 대한 집착입니다.
오래된 제품은 단순히 낡은 것이 아닌, 그 회사의 역사와 가치를 설명하는 유산이기 때문입니다.
글로벌 회사들은 저마다 그 화려한 유산을 지키는 것은 물론, 때로는 단절된 유산을 복원시키는 노력도 아끼지 않습니다.
가장 적극적인 회사는 재규어 랜드로버입니다.
올해로 창립 80주년을 맞는 재규어 브랜드는 지난 2013년 6월 독특한 부서를 출범시킵니다.
재규어 스페셜 비히클 오퍼레이션(Jaguar Special Vehicle Operation, SVO)이라는 이 부서는 고성능 차량과 개별 주문형 모델의 개발은 물론, 과거 모델의 복원을 담당하는데요.
출범 후 첫 행보는 영국의 수집가 제임스 헐(James Hull)로부터 543대의 재규어 클래식카를 인수한 것이었습니다.
거액의 인수자금보다 자사의 역사와 전통을 설명해주는 클래식 모델들의 가치를 높게 평가한 것이죠.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그로부터 한 달 후, 2013년 8월 SVO는 놀라운 모델을 공개하는데요.
바로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자동차로 평가받는 재규어 E-type의 경량 버전을 부활시킨 것입니다.
1963년 18대의 생산 계획을 밝혔던 이 모델은 여러 사정으로 인해 단 12대만이 제작돼 아쉬움을 남겼습니다. 재규어는 나머지 6대의 약속을 50년만에 지킨 것이죠.
자동차 역사의 산증인 메르세데스-벤츠도 화려한 유산을 보전하는데는 재규어 못지 않습니다.
이 회사는 1993년 메르세데스-벤츠 클래식 센터라는 시설을 출범했는데요. 특히 이 곳은 더이상 생산되지 않는 클래식 자동차의 순정 부품을 제공하는 곳으로 유명합니다.
제공하고 있는 부품수만 4만 종류가 넘으며 20년 이상 된 자동차의 부품은 물론, 부품제조 업체가 문을 닫아 더 이상 생산할 수 없는 부품들은 아예 새로 만들기도 합니다.
언뜻 수익성이라는 차원에서는 전혀 쓸모없는 일로 보일수도 있습니다. 이에 대해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 측은 “제품을 단순히 판매했다고 회사의 임무가 끝나는 것이 아니라 수십년이 지나도 동일한 상태의 성능을 유지할 수 있도록 지원해 고객에게 브랜드 충성도를 높일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아우디 역시 본사에 클래식카의 구매와 관리를 전담하는 부서를 유지하고 오래된 부품의 생산도 함께 병행하고 있죠.
BMW도 1929년도에 만들어진 최초의 BMW모델을 비롯해 BMW 자동차 역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BMW 로드스터’까지 약 125점의 자동차들이 전시된 BMW 뮤지엄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이 곳의 모든 차들은 당장 달릴 수 있도록 완벽한 상태를 자랑합니다.
이처럼 자동차 회사에게 자사의 클래식 카는 찬란한 유산이며 이 유산을 지켜나가는 것은 단순한 성능의 향상, 판매의 증대라는 가치로 매길 수 없는 브랜드 자산인 것 입니다.
그러나 우리나라 업체들의 경우는 유산을 보전하는데 다소 아쉬운 것이 사실입니다.
현대기아차를 비롯한 국산차 업체 중 자사의 올드 모델들을 전시해 놓은 박물관을 보유한 곳은 한 곳도 없습니다.
현대차가 지난해 LF쏘나타를 출시하며 전시했던 1~6세대 쏘나타 중 1세대 쏘나타를 보유하고 있지 않아 개인으로부터 잠시 빌려 전시했던 일은 유명한 일화입니다.
그러나 현대차도 브랜드의 유산에 대해 고민을 하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삼성동에 들어설 예정인 현대차의 새로운 보금자리가 완공되면 그 곳에 자사의 역사를 보여줄 수 있는 박물관 등을 마련하겠다고도 했었죠.
하지만 오래된 유산을 복원하는 작업은 하루아침에 가능한 것이 아닙니다.
현대차의 포니 박물관, 쏘나타 역사관을 위해 지금부터라도 차근차근 전통의 복고를 위한 발걸음을 내딛어야 합니다.
tig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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