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민상식 기자]폭행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50대 남성이 법정에 나오지 않은채 알코올 중독 치료 병원에 입원하고는 반년 간 자유로운 생활을 누린 사실이 알려졌다. 법원은 이 피고인에 대해 수차례 구인장을 발부했지만 경찰은 그가 입원한 사실을 알면서도 신병확보 노력을 게을리한 사실도 드러났다.

19일 서울 북부지법과 경찰에 따르면 최모(54)씨는 지난해 7월 술에 취해 한국마사회 강북 지점에 들어가려다 보안직원과 몸싸움을 벌이다가 현행범으로 체포돼 7시간에 걸친 경찰 조사를 받고 풀려났다.

최씨는 그 다음 달 폭행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지만 이후 재판에 출석하지 않았다. 일정한 주거지도 없는 그는 이후 행방이 묘연했다. 공판에 최씨가 다섯 번이나 출석하지 않는 동안 법원은 수차례 구금ㆍ구인 영장을 발부해 최씨를 체포하도록 했다.

경찰이 경기도 성남의 최씨 주민등록지에 찾아갔지만 그를 찾지 못했다. 그러던중 지난해 10월 경찰은 “최씨가 알코올중독 치료를 위해 서울 도봉구의 한 병원에 입원해 치료받고 있다”는 동생의 진술을 확보했다.

그러나 경찰은 최씨의 소재를 파악하고도 잡지 못했다. 경찰관들은 지난달 공판에도 최씨가 나타나지 않자 해당 병원을 찾았지만 허탕을 치고 “최씨가 외출 중이라 찾을 수 없었다”고 보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최씨는 낮에는 볼일을 보러 외출하는 경우가 많았으나 밤에는 병원에 돌아와 잠을 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병원 관계자는 “최씨가 현재 이 병원에 입원 중”이라며 “종종 외출해도 밤에는 돌아온다”고 말했다.

법원은 이에 이달 6일 또다시 구인장을 발부했다. 그러나 이후에도 열흘이 넘도록 최씨는 병원에 머물며 자유로이 생활하다 지난 17일 밤에야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이 최씨를 구인하려는 노력을 조금만 더 기울였다면 최씨가 반년 동안 법질서를 비웃으며 재판을 거부하지 못했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경찰도 억울한 심정을 내비치고 있다. 가뜩이나 업무에 치이는데 ‘가욋일’인 구인 업무에 시간을 많이 할애할 수 없다는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그 동안 수차례 병원을 찾아가도 수배자는 그때마다 외출 중이었다”며 “고유의 수사 업무가 아닌 구인ㆍ호송 등의 업무만 하루에 10건 이상 들어와 인력이 부족하다”고 해명했다.

그는 “다음 공판까지는 꼭 구인을 하기로 검찰과 약속을 한 상황이었다”며 “이번에 최씨를 붙잡아 앞으로 재판 일정에는 차질이 없게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