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택진, 김범수, 이해진은 한국 IT벤처의 과거이자 현재다. 엔씨소프트, 네이버, 한게임은 1990년대부터 2000년대에 이르기까지 게임ㆍ인터넷 분야의 혁신을 선도했고, 현재 모바일에서 활약하는 대다수의 IT 벤처기업들이 엔씨소프트 출신, NHN 출신일 정도로 인재 사관학교로서의 역할도 해냈다.
▶게임업계 맏형,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올해 1분기 엔씨소프트의 실적 중 눈에 띄는 부분은 ‘리니지’다. 출시 15년 된 장수 게임 리니지는 지난 해 660억 원의 매출을 달성, 엔씨소프트의 매출호조를 견인했다. 외산게임이 장악한 국내 온라인 게임 시장에서 엔씨소프트는 리니지로 국내 게임산업의 자존심을 지키고 있으며, 이 엔씨소프트의 수장이 바로 김택진 대표다.
국내 게임업계의 자존심을 세우며 신화를 쓰던 김 대표는 지난 해 김정주 NXC 회장에게 8000억 원 상당의 지분을 매각하며 한차례 내홍을 겪었다. 내부구조조정으로 김 대표의 도덕성이 논란이 됐다. 그러나 스스로 자신을 상징하던 엔씨소프트 1대주주 자리에서 내려온 이후에는 모바일과 글로벌로 눈을 돌려 새로운 영역으로 진출하고 있다.
김 대표는 최근 게임의 본고장인 북미ㆍ유럽에서 엔씨소프트의 미래를 걸었다. 길드워2는 북미에서 300만 장의 판매고를 올리며 지난 해 4분기 1190억 원의 매출을 달성했고, 올해는 공상과학 게임인 ‘와일드스타’도 북미 지역에서 출시할 예정이다. 올해 북미에서 출시될 유일한 신작인만큼 김 대표의 승부수가 북미에서 ‘리니지’ 때와 같은 효력을 발휘할 지 지켜볼 일이다.
▶네이버로 한국인의 삶 바꾼 이해진 의장, 이제 글로벌이다= 최근 NHN은 글로벌ㆍ모바일 기업으로 거듭나고 있다. 지난 1일 라인은 글로벌 가입자 1억5000만 명을 확보하며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고, 모바일 SNS ‘밴드’도 1000만 다운로드를 돌파하며 토종 브랜드의 자존심을 세우고 있다. 이미 국내 모바일 시장은 카카오 천하가 됐음을 인지한 이해진 의장의 선견지명이 ‘내수 기업’이었던 네이버를 ‘글로벌 회사’ 대열에 합류하게 했다.
물론 검색 시장을 장악하고 모바일에까지 진출하다보니 안팎의 비난도 많다. 지난 13일부터 공정위는 네이버를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지목하고 현장조사를 시작했으며, 최근 패션SNS를 출시하면서 소형 벤처기업의 시장까지 침범한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그럴수록 이 의장은 ‘벤처정신’을 강조한다. 이 의장은 지난 3월 사내강연에서 “삼성에서 편하려고 이직했다는 직원의 말에 억장이 무너졌다”며 직원들에게 벤처로 돌아갈 것을 당부했다. 이 의장은 지금까지 그랬듯 모바일 시장에도 빠르게 적응하고 있다. 웹 시장에서는 국내 시장에만 머물던 네이버를 모바일을 통해 글로벌 기업으로 올려놓을지 이 의장의 결정이 주목된다.
▶동지에서 경쟁자로, 한게임 출신 김범수 의장, 카톡으로 벤처신화 쓰다= “항구에 머물러 있는 배는 언제나 안전하다, 안전했기 때문에 NHN을 떠났다.” 김범수 카카오 의장은 지난 2011년 카카오라는 회사를 들고 5년만에 공식석상에 나타나 NHN 퇴사의 변을 이같이 밝혔다. 이후 카카오톡이라는 새로운 제품으로 국내 IT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고 회사는 불과 1년만에 대한민국에서 ‘삼성보다 유명한 회사’가 됐다.
카카오톡은 국내에서 모바일메신저를 의미하는 고유명사가 됐다. 지난해 출시한 게임하기 덕분에 카카오는 6년만에 흑자를 달성했고, 애니팡, 드래곤플라이트 등 직원이 10명도 채 안되는 작은 기업이 100억 이상의 매출을 올렸다. 기회의 장(場)을 제공한 장본인은 김범수 의장이다.
김 의장은 향후 상생 키워드로 모바일 생태계의 왕좌 자리를 굳건히 할 예정이다. 최근 출시한 카카오페이지를 통해 카톡은 콘텐츠유통 플랫폼이라는 신사업을 개척하고 있다. 김 의장은 카카오페이지 론칭 행사에서 “수익을 내는 100만 개의 기업을 발굴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류정일ㆍ서지혜 기자/ryu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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