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사일 배치를 강행하면서까지 일촉즉발의 군사적 도발 움직임을 나타냈던 북한의 내부 기류가 미묘한 변화를 보여주고 있다. 여전히 강경한 기미가 풀어지지 않고 있는 가운데서도 중국을 통한 대화 중재를 받아들이려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는 것이다. 의도적인 양면 술책이라기보다는 한계상황에서 스스로 혼선을 겪는 듯 한 모습이다. 전례 없이 위기지수를 높여 놓는 바람에 마땅한 국면전환이 어려운 처지에서 가까스로 출구를 찾아가는 양상이다.

북한의 당초 의도는 한반도에서 군사적 긴장 분위기를 한껏 고조시켜 남한 사회에 불안감을 조성하는 데 있었다. 이를 이용하여 대화 제의를 이끌어냄으로써 경제적 보상은 물론 자신에 대한 국제사회의 제재 결의를 벗어내려는 뜻이었다. 하지만 일단 우리 정부로부터 대화 제의를 받아내고도 그것을 거부한 것이 북한 지도부로서는 중대한 실책이었다. 더욱 많은 것을 얻으려는 속셈이었으나 여의치 않게 된 것이다. 미국과의 직접 대화도 벽에 부딪치고 말았다.

북한이 중국과 접촉을 시도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는 것은 그런 배경에서다. 일부 해외 언론에서는 북한이 이미 중국과 대화하겠다는 방침을 전달했다는 얘기도 보도되고 있다. 동해안에 배치된 북한의 병력 일부가 철수하기 시작했다는 관측도 마찬가지다. 비핵화 협상은 결코 없을 것이라던 입장이 누그러지는 듯 한 언급도 발표되고 있다. “조선반도의 비핵화는 예나 지금이나 우리 군대와 인민의 의지”라는 국방위의 성명이 바로 그것이다.

그렇다고 강경 분위기가 꺾인 것도 아니다. 앞서의 병력 철수 움직임과는 달리 오히려 스커드 미사일 발사차량 2대를 동해안 지역에 추가 배치했다는 혼재된 소식도 전해진다. 지난주 개성공단 입주기업 대표들의 공단 방문을 불허한 데 이어 22일로 예정됐던 중소기업계 대표단의 방문도 거절된 상태다. 개성공단은 벌써 열흘여 전부터 북한 근로자들이 출근하지 않음으로써 조업중단 사태가 계속되는 중이다.

우려되는 것은 이처럼 북한 내부의 신호가 엇갈리는 가운데 자칫 돌발적인 긴급사태가 벌어지지나 않을까 하는 점이다. 결국 인민군 창건일(25일)과 한ㆍ미 독수리 연합훈련이 끝나는 이달 말까지는 북한의 동향을 면밀히 주시할 필요가 있다. 정부는 사태가 완전히 해결되기까지 주변국들과의 긴밀한 협조로 북한의 도발을 억제해야만 한다. 군사적 긴장상태가 북한에 대해서도 결코 유리하지 않다는 사실을 명백히 주지시켜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 전제가 한반도 비핵화에 있음은 물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