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심리학회가 발표한 ‘2011 한국인의 행복지수’에서 여성의 행복지수는 62.7점으로 남성(60.9)보다 2점 가까이 높았다. 한국에서는 여성이 남성보다 더 행복하다고 느끼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한국심리학회는 “여성들은 여권신장과 여성들의 사회 참여로 20대를 제외하고는 30∼60대 노인까지 고르게 높은 점수를 기록했지만 남성들의 경우 20∼30대를 제외하고는 여성들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뚜렷하게 낮은 점수를 기록해 한국 남성들의 행복지수에 적신호가 들어왔다”고 분석했다.
무한경쟁으로 인한 스트레스와 경제 불황으로 인한 고용불안 및 해고의 위협, 미래가 불투명할수록 가중되는 가족부양의 책임감 등이 ‘남성성의 위기’를 초래하고 있다. 직장인으로서, 아빠로서, 자식으로서, 동료ㆍ친구로서 남자들이 느끼는 이러한 위기감이 대중문화속 남자의 신파로 재현되고 있으며, 이 ‘남자의 신파’가 천만영화의 예외없는 흥행공식으로 자리잡고 있다.
1968년 북파공작원들의 실화를 바탕으로 했던 첫 천만영화 ‘실미도’는 시대가 버리고 권력이 짓뭉갠 남성들의 비극을 다뤘다. 남성들끼리의 경쟁과 갈등, 연대와 우정을 다뤄가던 드라마는 끝내 시대가 용납하지 않는 주인공들의 장렬한 최후로 결말을 맺는다.
한국전쟁을 배경으로 한 ‘태극기 휘날리며’는 형제의 신파였으며, 연산과 두 광대를 주인공으로 한 ‘왕의 남자’는 남성들끼리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그린 삼각관계 멜로드라마였고, ‘괴물’은 변희봉-송강호로 이어지는 ‘아빠의 신파’였다. ‘아빠의 신파’는 ‘해운대’와 ‘7번방의 선물’에서도 이어졌다.
‘남자의 신파’는 미국 할리우드 영화가 영웅의 성공담을 그리는 것과는 달리 한국 대중문화 콘텐츠가 주로 ‘희생자들의 패배담’을 그리는 경향과도 맞물린다. ‘7번방의 선물’은 태어나면부터 장애를 갖고 있어 지능이 6살에 멈춘 중년의 남자다. 그는 ‘천형’같은 장애로도 모자라 세상의 오해를 받아 감옥에 가고, 결국은 억울한 죽음을 맞는다.
‘광해’는 가짜 왕이 된 천한 광대가 주인공으로 결국은 성군의 꿈을 이루지 못하고 왕위에서 쫓겨난다. ‘실미도’의 주인공들은 ‘김일성의 목을 따고 사형에서 풀려난다’는 목적을 이루지 못하며 ‘태극기 휘날리며’에선 결국 형이 동생을 구하지 못한다. ‘괴물’의 아빠는 딸을 살리지 못한다. 한국영화에서 세상을 구원하는 영웅은 없다. 잘 생기고, 돈 많고, 지적인 능력이 뛰어난 백만장자 기업가이자 과학자로 세상을 구원하는 ‘아이언맨’같은 영웅의 출현을 한국 사회와 한국 영화에선 기대하기 어렵다.
문화평론가 김헌식씨는 “뛰어난 자가 경쟁에서 성공하는 것이 정의라는 믿음이 아메리칸 드림이라면, 한국사회에선 ‘반칙하지 않으면 성공할 수 없다, 정당한 노력이 보상을 받을 수 없다’는 좌절감과 패배의식이 보편적”이라며 “이것이 결국 억울하게 희생된 사람들의 눈물겨운 패배담으로 나타나 많은 이들의 공감을 자아내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형석 기자/su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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