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윤정희(부산) 기자] 부산항을 세계적 수준의 미항(美港)으로 리노베이션 하는 계획이 진행되면서 추진 방식을 두고 정부와 지역 여론이 갈등을 빚고 있다.

관심이 집중된 곳은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부산항 미항 만들기’ 사업. 국토해양부가 3월중으로 타당성검토 용역에 착수하고, 부산시와 관련업계, 지역 주민 등을 상대로 한 설명회 개최를 검토하는 등 본격적인 행동에 나섰기 때문이다.

이 사업은 부산항을 호주 시드니항과 맞먹는 아름다운 항구로 만들기 위한 중장기 계획이다. 북항재개발 사업과 남항 국제수산관광단지 조성사업, 영도구 중장기 마스터플랜 ‘비전2020’ 등을 고려해 종합적으로 구상하고 있는 부산항 개발계획인 셈이다.

일단 정부의 기본 구상은 영도구와 사하구 일부 지역에 집중돼 있는 ▷선박수리시설 ▷저유탱크 ▷소형선 접안시설 등을 새로 조성할 인공섬으로 이전해 집적화시킨다는 것이다.

부산항과 접해 있는 선박수리업체는 모두 614개로, 178만 1000㎡의 면적을 차지하고 있으며 이중 59.6%가 영도구에 집중돼 있다. 또 부산항 북항 내 저유탱크기지는 모두 129기로 27만 3644㎡에 이르며, 영도구 봉래동 물양장 등 항만 내 무질서하게 접안돼 있는 소형어선이 1700척이 넘는다. 이들 시설은 부산의 해양환경은 물론 도심의 주거환경을 저해하고 있다는 지적을 꾸준히 받아왔다.

국토부는 이와 관련 지난해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을 통해 ‘부산항 임항지역 청정화 방안 수립 연구’ 용역을 실시했다. 이 과정에서 구체적인 이전 후보지로 영도 서측 인공섬을 비롯해 11곳이 검토됐다. KMI는 보고서를 통해 “영도 서측, 남항 아래쪽 일부를 육지와 간격을 띄워 매립하면 경관 저해 시설을 한군데로 모아 이전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부산지역 여론은 인공섬 개발에 부정적이다. 또한 부산신항에 개발이 논의되고 있는 수리조선단지와 해상유류중계기지 등과도 중복된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우선 부산시민들은 과거 인공섬 개발 논란으로 한차례 홍역을 겪은 경험이 있다. 안상영 전 부산시장 시절에 부산의 핵심 도심기능을 집적할 초대형 인공섬을 부산 앞바다에 개발하려고 했지만 환경파괴 논란 끝에 무산되기도 했다.

부산지역 환경단체들은 환경파괴를 우려해 반대하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부산환경운동연합 최수영 사무처장은 “바다를 메워 인공섬을 만드는 공사를 추진하려는 것은 시대착오적인 발상이다”며 “부산 남항은 국토의 관문이자 천혜의 자연경관을 지닌 곳이므로 그런 남항 앞바다를 매립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생태계 변화와 그에 따른 어업 환경 훼손이 자명하며 연쇄적인 환경 훼손이 불가피하다”고 반대입장을 밝혔다.

부산시의 입장도 분명하다. 부산시 한 관계자는 “인공섬은 아직 설익은 정책으로 현실적인 대안이 아니다”며 “현재 부산신항 인근에 개발논의가 진행중인 수리조선단지ㆍ유류중계기지와도 중첩될 것이 분명하다”고 밝혔다.

반대여론이 비등하자 국토부측은 인공섬 조성은 아직 대안 검토 단계일 뿐이라며, 결론은 용역결과가 나오는 올 연말에야 나올 것이라며 한발 물러섰다. 또 이전 시설 중복 논란에 대해서 국토부 관계자는 “부산항 내에 난립한 영세 선박수리시설을 이전하기 위한 것으로 부산신항 수리조선단지와는 대상 자체가 다른 것이다”며 “충분한 지역의 의견수렴 과정을 거쳐 신중하게 이전을 추진할 계획이다”고 강조했다.

이외에도 유해시설이 이전하고 남은 기존 부지에는 역사공원, 수산관광 및 체험단지 등을 조성해 부산항의 브랜드를 제고한다는 복안도 내놨다. 국토부 관계자는 “부산항 미항 조성 사업이 완료되면 기업경쟁력 강화는 물론 기존 항만과 배후도심에 문화공간 및 항만친수공간이 조성돼 부산에 새로운 활력을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