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전설의 주먹’으로 돌아온 흥행감독 강우석

강우석 감독(53·사진)은 언제나 ‘대중과 함께’였다. 1990년대부터 20여년간, 복마전이 되다시피한 영화계 자본의 이합집산 속에 ‘충무로 토종’으로서 홀로이다시피한 고투를 벌여온 그이지만, 강우석의 최근 고민은 단 하나였다. 연륜과 예술을 명분으로 자기만족적인 ‘깊이’ 속으로 침잠하는 것이 아닐까. “안된다”고 하면서 그는 스스로를 대중영화의 최전선 속으로 끊임없이 내몰았다.

이제까지 임권택 감독을 제외하곤 현역으로선 가장 많은, 그리고 가장 많은 관객을 동원한 18편의 전작 목록은 댱대의 한국사회와 결연하게 대면하고 동시대 대중의 정서와 뜨겁게 조우한 결과였다.

오는 4월 10일 개봉하는 19번째 영화 ‘전설의 주먹’에서 강우석은 2013년 한국 사회의 음울하고 안타까우며 때로는 우스꽝스럽고 감동적인 ‘희비극’의 풍경을 모두 링 위로 불러 올린다. 먹여 살릴 처자식도, 자꾸 엇나가는 딸아이도, 생계와 뒤바꾼 직장 상사의 모욕도, 잊어버린 청년의 꿈도 그 링 위에 있었다. 술집에서 말썽부린 자식의 미래를 돈과 권력으로 사는 재벌도, 아무 죄책감 없이 희생양을 만들어 죽음으로 내모는 괴물같은 아이들도, 청년의 꿈을 먹이사슬의 서열 속에 짓이겨넣어야만 유지되는 비정한 사회도, 다 링을 닮은 사각의 스크린 위에 있었다. 자영업자도, 샐러리맨도 맨몸으로 나서 싸워야 하는, 그래야 다음 승부 때까지 생존이 연장되는 무대. 그 위에서 엎어지고 뒹구르며 모욕당하면서도 오기로 버티고 역전의 펀치를 장전하는 주인공들은 2013년의 한국을 살아가는 이름없는 대중들의 존재증명이자, 한국 영화를 이끌어온 대중영화 거장이 보내는 위안이었다.

영화감독 강우석 인터뷰./안훈기자 rosedale@ 2013.02.25
영화감독 강우석 인터뷰./안훈기자 rosedale@ 2013.02.25
영화감독 강우석 인터뷰./안훈기자 rosedale@ 2013.02.25
영화감독 강우석 인터뷰./안훈기자 rosedale@ 2013.02.25 영화감독 강우석 인터뷰./안훈기자 rosedale@ 2013.02.25 영화감독 강우석 인터뷰./안훈기자 rosedale@ 2013.02.25

“일반인들, 평범한 우리들의 이야기입니다. 누구는 주먹으로, 누구는 공부로, 누구는 예술적 재능으로, 못할 것 없는 것 같았던 아이 적의 꿈이 사회에 의해 처참하게 무너지면서 처참하리만큼 힘들게 살아가는 사람들 말입니다. 그들이 행복을 찾아가고 가족을 회복하는 이야기입니다. ”

강우석 감독의 말이다. 황정민 윤제문 유준상 정웅인이 출연한 ‘전설의 주먹’은 전국 각 지역에 ‘전설’처럼 내려오는 학창시절의 ‘주먹’들을 다시 불러내 격투기의 링 위에 세우는 TV 격투 리얼리티쇼를 무대로 과거의 우정과 서열, 배신으로 얽힌 40대 동갑내기 네 남자의 싸움과 인생을 그린 작품이다. 27일 서울의 한 극장에서 열린 시사회 후 만난 강 감독은 “나 영화 더 찍어도 될까”물었다. 영화를 표현하는 가장 쉽고 단순한 언어. 그의 믿음이 되다시피한 말로 되돌려줄만한 질문이다. 강우석 영화는 여전히 재미있고, 여전히 최근작이 가장 재미있다. ‘전설의 주먹’은 그 명쾌한 증명이다.

이형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