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한석희 기자]중소ㆍ중견기업의 면세점을 늘리겠다며 개정된 관세법이 역차별 논란을 낳고 있다.
롯데와 신세계 등 국내 대기업의 면세점이 출점을 제한받는 동안 외국계 기업과 외국자본을 앞세운 면세점들이 그 빈자리를 채워 나가고 있다. 개정 관세법의 역습이 면세점 업계를 강타하고 있는 것이다.
29일 면세점 업계에 따르면 평택시는 최근 평택항 출국장 면세점 매장과 사무실 사용수익허가 입찰에서 (주)교홍을 최종 낙찰자로 선정했다. 모두 10개 업체가 참여한 이번 입찰에서 (주)교홍은 최저 낙찰가 2683만원의 75배에 달하는 20억1000만원을 써내 평택항 면세점을 낙찰 받았다.
문제는 평택항 면세점 운영권을 확보한 교홍이 화교가 대주주 및 대표로 있는 기업으로 사실상 중소ㆍ중견기업과는 거리가 멀다는 데에 있다. 교홍은 한국과 대만 이중국적의 화교 사업가가 세운 기업으로, 7개의 관계사를 두고 있으며 주로 부동산임대업과 식품 유통등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한 면세점 업계 관계자는 “평택항 면세점 낙찰자는 자본금 10억원으로 외형상 중소ㆍ중견기업에 속하지만 막강한 자금력을 가진 화교가 세운 법인”이라며 “이는 중소ㆍ중견기업에 기회를 주자는 정책 취지에 반하는 결과”라고 비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상호출자제한기업과 달리 외국계 굴지의 면세점이나 외국의 막강한 자본을 가진 기업들은 한국 자회사 설립 등의 우회로를 통해 국내 면세점 업계를 잠식해나가고 있다”며 “이것이야말로 정부에서 말하는 대표적인 역차별이 아니고 뭐겠냐“고 하소연했다.
실제 지난해 실시된 김해공항 면세점의 DF2(434㎡) 구역 입찰에서도 세계 2위의 면세점인 듀프리의 국내 자회사인 ‘듀프리 토마스줄리코리아’가 운영자로 선정돼 논란을 빚기도 했다. 듀프리는 당시 자본금 1000만원의 국내 합작법인을 세워 대기업의 출점을 제한한 관세법에서 비껴나갈 수 있었다.
이 관계자는 또 “면세점은 업태 특성상 브랜드 바잉 등 대규모 자금이 필요하다”며 “중소ㆍ중견 기업 면세점을 늘리겠다는 애초의 취지와는 달리 오히려 국내 면세점업계의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함께 업계에선 이번 평택항 입찰에서처럼 낙찰가가 최저 입찰가의 80배 가까이 뛰어 오르는 등 면세점 운영 경험이 전혀 없는 업체들이 대거 참여, 과도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당초 정책의 취지대로 자금력이 약한 중소ㆍ중견 사업자들이 실질적인 혜택을 보려면 현재의 최고가 입찰방식과 입찰 참여자 자격 등을 손질해야 할 것”이라며 “규정을 손보지 않는다면 향후 면세점 운영권 입찰 과정에서도 이같은 상황이 반복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해 11월 발효된 관세법 시행령에 따르면 대기업은 면세점 특허(점포) 수 기준으로 전체 시장의 60% 미만, 중소ㆍ중견기업은 20% 이상을 유지해야 한다.
hanimom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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