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도 질보다 마케팅 중시 시대 멜로디 아닌 비트 중심 디지털곡 홍수 차별성 없는 아이돌 음악에 대중 싫증
예능지존 ‘무한도전’ 높은 인기 편승 ‘개가수’ 특유 깨알 재미·허세 신선감 완성도 부족불구 색다른 위안에 대리만족
‘무한도전’의 ‘박명수의 어떤가요’에서 정형돈이 부른 ‘강북멋쟁이’가 10일째 음원차트 정상을 달리고 있다. 정형돈과 박명수는 지난 11일 MBC ‘쇼 음악중심’에 출연해 ‘강북멋쟁이’ 무대를 선보이기도 했다.
음원차트에서는 소녀시대의 ‘I got a boy’가 2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 같은 현상에 대해 가요계는 씁쓸함을 보이고 있다. 공들여 제작한 음악들이 재미와 유머형 노래들에 밀려나는 현실을 안타깝게 바라보는 시선이다. 하지만 정형돈이 소녀시대를 제친 게 뭐가 잘못된 일인가라는 정반대의 시각도 존재한다.
음원차트에서 ‘강북멋쟁이’가 ‘I got a boy’를 누른 건 별로 이상한 일은 아니다. 이는 음악 소비 트렌드로 봐야 한다.
이미 ‘용감한 녀석들’ 등 개그맨 가수(‘개가수’)들이 이런 노래들을 발표해 재미를 봐왔다. 기승전결을 갖춘 노래들이 일렉트로닉 사운드를 장착한 후크송에 밀리는 연장선이다. 그러니 박명수나 정형돈을 타깃으로 삼을 문제는 아니다.
‘박명수의 어떤가요’에 나온 노래들은 서해안고속도로 가요제 등 ‘무한도전’의 기존 가요제에서 소개된 노래들과는 조금 다르다.
이전에는 윤종신 이적 정재형 바다 등 전문 뮤지션이 참가해 노래를 만들고 ‘무도’ 멤버들과 함께 불렀다. 이번에는 박명수가 짧은 시간에 작곡을 익히고 노래를 만들어 멤버들에게 부르게 하다 보니 다양성과 완성도가 약간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박명수의 어떤가요’는 진지해지지 말고 철저하게 예능적인 재미를 추구했으면 하는 아쉬움은 있다.
하지만 완성도가 떨어진다고 1등을 하지 말라는 법은 없다. 대중이 좋아하면 그만이다. 오히려 차별성이 별로 없는 아이돌 음악에 대한 싫증과 피로감이 반영된 현상이다.
멜로디 위주가 아닌 비트 중심의 음악이 나오는 건 디지털 시대의 어쩔 수 없는 현상이다. 컴퓨터와 모바일의 힘을 빌린 음악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악보도 보지 못한다는 ‘용감한 형제’와 ‘신사동 호랭이’ 등이 히트곡을 내고 있는 시대다.
물론 비트 중심의 음악들이 멜로디 중심의 음악에 비해 소소한 감정과 감성을 교류하고 교감한다는 음악의 본질에 접근하기 어렵다고도 할 수 있다.
하지만 대중의 귀에 빨리 꽂히는 등 감각적이고 빨리빨리 소비되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 이는 아날로그 문화와 디지털 문화의 차이와도 같다.
웬만한 것들은 기계가 대체해버리는 디지털 문화는 편리한 대신 삭막하고 공허하다. 우리가 왜 불편한 시골에 가고 싶은가? 그곳에는 불편하지만 느긋하고 푸근한 할머니의 품과 인심이 있기 때문이다.
‘박명수의 어떤가요’도 대중들의 욕망 사이클에서 소비되고 있음을 말할 뿐이다. 이런 노래도 많이 들으면 지루해질 수 있다. 하지만 ‘강북멋쟁이’의 돌풍은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미숙해도 재미와 매력에 약간의 허세까지도 자기 것으로 만든 노래들을 좋아해준다는 사실을 알 필요가 있다. 이런 것이 ‘아티스트’다.
‘박명수의 어떤가요’의 돌풍은 음악의 질보다 마케팅이 더 중요해지고 있는 현실을 반영한다. 이 노래들은 ‘무한도전’이라는 강력하고 인기 높은 콘텐츠를 통해 발표됐다는 이점이 있다. 음악이 예능의 힘을 약간 빌려야 하는 시대라는 점도 새로운 건 아니다. ‘나는 가수다’를 통해 박정현과 김범수, 국카스텐이 재발견된 것과 같은 이치다.
중요한 것은 마케팅에 의해 질 높은 음악들이 고사되지 않게 하는 것이다. 마케팅 혜택을 받는 가수는 한정적이다. 그러니 기회의 균등 문제를 생각해야 한다.
인디신의 노래에도 기회를 주어야 한다. ‘불후의 명곡’에서 간절하고 벅찬 감정을 전해준 유미처럼 괜찮은 가수인데도 잘 알려지지 않은 음악인에게 마케팅 기회를 주어야 함은 물론이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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