꽁꽁 언 호수에서 얼음낚시 즐기다 너무 추워지면 텐트 속으로…아들과 바짝 붙어 앉아 이야기꽃을 피우다

추위가 제 아무리 강해도 뛰어놀고 싶은 아이의 욕망까지 얼려버릴 수는 없다. 펄펄 내리는 눈에서 포근함을 찾고 꽁꽁 언 강물에서 활기를 발견하는 게 아이들이다. 겨울에도 펄떡이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얼음 낚시에 아이 손에 이끌린 가족단위 나들이객이 몰리는 이유다.

얼음 낚시를 떠나려면 여느 외출준비보다 곱절은 더 바빠야 한다. 두꺼운 옷과 모자, 장갑은 기본이다. 오랜 시간 얼음판에 있어야 하므로 발을 따뜻하게 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겨울용 등산화나 방한용 신발이 없다면 최대한 두꺼운 운동화를 챙겨야 한다. 또 발에 땀이 난 뒤 얼면 동창에 걸릴 수 있으므로 갈아신을 양말도 준비해야 한다.

그럼에도 어머니들은 시퍼렇게 날이 선 칼바람이 행여 아이 얼굴에 상처라도 긋지 않을까 걱정이다. 그렇다면 안락한 텐트에서 여유롭게 얼음 낚시를 즐길 수 있는 ‘글램 피싱’(Glam-Fishing)이 좋은 선택이 될 수 있다. 경기도 가평에 있는 아난티클럽서울이 이번 겨울 처음으로 선보인 글램 피싱은 고급스러운 캠핑을 뜻하는 ‘글램핑’(Glamorous Camping)의 얼음낚시 버전이다. 1600㎡에 달하는 호수에 10동의 텐트가 사이좋게 늘어섰다. 캠핑용 테이블에 짐을 내려놓고 의자에 앉아 준비된 낚싯대를 얼음 구멍에 넣기만 하면 본격적인 낚시 준비 끝. 이번 글램 피싱을 위해 아난티 측은 송어 1000여 마리를 풀었다. 일찌감치 자리를 잡은 옆 텐트에서 송어 낚는 환호성이 들린다. 마음이 바빠진다.

그러나 송어는 예민한 물고기라 신나는 기분만 앞세워 낚싯대를 요란하게 흔들면 오히려 송어를 쫓아내는 꼴이 된다. 일단 낚시 바늘이 바닥에 닿을 정도로 충분히 낚싯줄을 푼 뒤에 아주 천천히 살랑살랑 움직여준다.

그다음은 오로지 기다림의 시간이다. 물 반 고기 반인 호수라도 절로 잡혀 올라오는 눈먼 송어를 기대할 순 없다. 수온이 낮은 겨울엔 송어가 좀처럼 움직이지 않는다. 게다가 얼음판 위에 여럿이 쿵쿵 대고 다니는 소리는 송어를 더욱 조심스럽게 만든다. 송어는 주로 아침 일찍 혹은 오후 늦게 얕은 수심에 머물고 한낮에는 더 깊은 곳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그날의 수온 등 개별 상황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무엇보다 대부분의 얼음 낚시터에 있는 송어는 양식장에서 태어날 때부터 자란 물고기라 야생 상태의 송어가 갖고 있는 습성이 무용지물일 때가 많다. 때문에 송어가 움직이는 수심을 알려면 틈틈이 낚싯줄의 길이를 달리해 입질이 오는지 확인하는 수밖에 없다.

처음엔 호기심 어린 눈으로 낚싯대를 차지했던 아이들은 차츰 지루함을 느낀다. 쭈그리고 앉아 얼음 구멍을 들여다보는 아버지의 뒤통수에 대체 언제 송어가 잡히냐는 아이의 투덜거림이 꽂힌다.

얼음판이 다시 거대한 놀이터로 변신할 시간이다. 아난티 측은 팽이치기와 눈썰매, 연날리기를 준비했다. 얼음판 위에서 팽이를 세차게 돌리고 씽씽 아이를 태운 썰매를 끌다 보면 아버지 체면이 살아난다. 모진 겨울바람도 연날리기를 할 때면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다. 준비된 재료를 이용해 아이가 직접 만든 연은 집에 가지고 갈 수 있어 소중한 추억을 오래 남길 수 있다. 또 재료비(1만5000원)를 내면 직접 목공예를 체험할 수 있는 ‘크라프트 월드’도 즐길 수 있다.

혹여나 끝내 송어 낚시에 실패했다고 해도 싱싱한 송어맛까지 놓칠 순 없다. 출출해질 시간에 맞춰 김이 모락모락 나는 송어 구이가 고소한 냄새를 앞세워 등장한다. 얼음판 아래 꽁꽁 숨은 송어가 얄미워 단숨에 먹어 치운다. 그 맛이 담백하고 부드러워 그릇을 물리고 나면 다시 낚시에 열중하게 된다. 어느새 일상의 스트레스와 잡음은 모두 얼음 구멍 속으로 쓸려내려가고 남은 것은 가족의 훈훈한 정이다. 그 온기에 세상 모든 것을 얼려버릴 듯한 강추위도 머쓱해하며 물러난다.

김우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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