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극장가에는 ‘아이언맨3’만 있는 것이 아니다. ‘아이언맨3’가 지난 25일 개봉해 거센 흥행 돌풍을 일으키고 있지만, 5월 극장가에는 대중성과 작품성을 갖춘 세계적인 거장들의 다양한 수작들도 대거 개봉일이 몰려 있다. 한국영화로는 ‘전국노래자랑’을 제외하고는 경쟁할만한 화제작들이 ‘아이언맨3’를 피해 간 ‘틈새’를 공략하는 작품들이지만, 영화팬들이라면 놓칠 수 없는 영화들이다.

오는 5월 2일엔 칸, 베를린 등 국제영화제 초청작과 수상작 3편이 한꺼번에 개봉한다.

먼저 지난해에 열린 제 62회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최고상인 황금곰상을 받은 이탈리아 파올로-비토리오 타피아니 형제 감독의 영화 ‘시저는 죽어야 한다’가 관객을 만난다. 17년형을 받은 마약밀매범, 종신형으로 복역중인 살인범, 14년 8개월 수형 생활 중 사면으로 출소한 장기수 등 실제 죄수(출신)들이 주연을 맡은 영화다. 로마 레비비아 교도소에서 수감자 교화 프로그램으로 셰익스피어 연극 ‘줄리어스 시저’를 공연하게 된 죄수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시저 암살을 공모하는 상황을 연기하면서 죄수인 배우들이 과거 자신의 범죄를 떠올리게 되고, 극과 실제 인생 간의 혼돈 속에서 마주하는 예기치 못한 상황을 그렸다. 아버지의 권력과 폭압 속에 마침내 제 삶을 살아가게 된 한 소년의 성장담을 그린 ‘빠드레 빠드로네’로 지난 1977년 칸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타피아니 형제 감독은 권력과 폭력, 이상의 문제를 다뤄온 이탈리아의 거장이다.

또다른 이탈리아의 거장 난니 모레티 감독의 ‘우리에겐 교황이 있다’도 같은날 개봉한다. 이 영화는 제 64회 칸국제영화제 경쟁부문 초청작이다. 특히 영화가 제작ㆍ공개된 이후에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자진사임하는 사건이 일어나 현실을 ‘예언’한 작품이 됐다. 교황이 서거하고 새로운 바티칸의 지도자를 선출하는 콘클라베(교황을 선출하는 추기경단의 비공개 선거)가 열리면서 영화가 시작된다. 거듭되는 회의 끝에 마침내 바티칸 교황청의 굴뚝에 흰 연기(교황 선출이 완료됐다는 표식)가 피어오른다. 하지만 새 교황은 바티칸에 몰려든 신도들 앞에 나서기를 꺼리고, “교황직을 수행할 수 없다”며 두문불출하다 마침내 어디론가 잠적한다. 신임 교황이 직무를 맡기를 거부하면서 벌어지는 해프닝을 유쾌하게 그린 작품이다.

‘러스트 앤 본’은 프랑스 출신 감독 자크 오디아르 감독의 작품으로 지난해 칸국제영화제에서 ‘아무르’와 함께 가장 화제를 끌었던 영화다. 5살 아들과 함께 밑바닥 삶을 전전하는 남자와 사고로 다리를 잃은 여성 고래 조련사의 사랑을 강렬한 드라마로 그려냈다. 해고와 실직이 흔한 경제 위기의 어둔 현실에서 서로에게 희망이 된 두 남녀의 이야기를 통절한 정서로 그려냈다. 감독의 뛰어난 연출 뿐 아니라 여주인공을 연기한 마리옹 코틸라르, 남우 주연 마티아스 쇼에나에츠의 매력적인 연기가 돋보인다.

‘라자르 선생님’(5월 9일 개봉ㆍ감독 필리프 팔라도)은 캐나다 몬트리얼의 한 초등학교를 배경으로 한 영화로 귀여움과 다정함, 세심함과 묵직함이 공존하는 작품이다. 아카데미 최우수영화상 후보에 오르고, 선댄스, 로카르노, 토론토, 전주 등 국제영화제에서 관객들의 박수를 받았다. 사고로 선생님을 잃은 초등학교의 한 학급에 알제리 출신의 캐나다 이민자인 한 남자가 담임교사로 부임하면서 벌어지는 일을 담았다. 프랑스의 한 고교를 배경으로 교사와 학생간의 관계를 그렸던 로랑 캉테 감독 ‘클래스’를 초등학교 무대로 옮긴 듯한 전개 속에 아이들이 죽음의 상처 및 죄책감을 극복해가는 과정을 감동적으로 그려냈다.

이형석 기자/suk@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