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서지혜 기자] 정부와 대기업이 IT업계의 ’갑’이라면, 이들의 하청을 받는 하청업체 대표들은 ’을’이다. IT업계에는 이 같은 ’하청->재하청’ 구조가 많게는 7차~8차까지 반복되기 때문에 정작 핵심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중소SW업체의 개발자들은 ‘을ㆍ병’도 아닌 ‘정’이라는 농담까지 나온다.
이처럼 먹이사슬의 최하위에 있던 개발자들이 권리찾기에 나섰다.
29일 IT 업계관계자에 따르면 최근 소프트웨어(SW)와 게임 개발에 종사하는 프로그래머들이 온라인을 통해 협회와 노조를 꾸리며 구조적 모순을 해결해고자 자발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이와 함께 정치권도 실태 조사에 착수해 주목된다.
국내 IT 소프트웨어(SW)개발자 커뮤니티 중 하나인 OKJSP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최근 ‘한국 소프트웨어 프로그래머 사업자 협동조합’을 설립한다는 공고가 게재됐다. 커뮤니티 운영자는 “향후 ▷계약시 고객사로부터 받는 금액을 프리랜서에게 공개 ▷일정 수수료 공제 후 24시간 이내 지급 ▷경력 과장 금지 ▷표준계약서 사용 ▷필요시 프리랜서들에게 법무, 세무 노무 지원 등의 요구를 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으며, 현재 회원들과 관련 논의를 진행 중이다.
게임업계 개발자들도 자신들을 직접 대변할 ‘게임개발자연대’를 꾸리고 있다. 이들은 최근 게임산업협회가 협회명칭을 ’한국인터넷디지털엔터테인먼트협회‘로 변경하면서 개발자들의 입장을 대변하기에 적절치 않다고 판단, 페이스북을 통해 일종의 ‘노동조합’을 만들고 있다. 현재 페이스북에는 300여 명의 개발자들이 모여 향후 해결할 문제를 대해 토론하고 있다.
실제로 IT업계의 노동착취는 심각한 수준이다. 대기업 고객사가 중소업체에 하청을 주면 이 업체가 또 다시 더 작은 업체에 하청을 주는 다단계 하도급이 많으면 8차까지 횡행한다. 야근을 밥먹듯이 해도 수당은 커녕 귀가를 위한 택시비조차 받지 못하고, 업주가 계약서에 ‘이직금지’ 조항을 삽입하는 노동법 위반 행위를 해도 입을 다물 수밖에 없다. 대부분의 개발자들이 프리랜서라서 단일한 목소리를 내기 어려웠지만 최근 SNS를 통해 부당한 처우를 공유하면서 이 같은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불합리한 노동구조가 화두가 되면서 정치권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장하나 민주통합당 의원실은 최근 IT산업노동조합과 함께 IT노동실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의원실은 “조사 결과는 지난 2010년 조사와 유사한 수준”이라며 “다음 달 6일 설문조사 결과를 공개하고 이를 반영한 법안을 6월 국회에서 발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또 “다단계 하청 시 공정거래위원회의 승인을 받도록 하는 등 현행법에서 부족한 부분을 법안 발의 시 포함하겠다”고 덧붙였다.
서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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