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음력설 때 이야기 입니다. 오랜만에 만난 고향 친구와 언쟁이 있었습니다. 술자리에서 하지 말아야 하는 ‘삼금(三禁)’ 가운데 하나인 ‘정치 이야기’를 했기 때문입니다.
“이완구 총리 임명이 제대로 된 것이냐”는 친구의 말이 발단이 됐습니다. 30년 넘게 만나온 친구라 스스럼없이 이야기가 오갔습니다. 저는 “그렇지 않으면 어떻게 해야 한다는 말인가”라는 말로 맞섰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돌이켜보면 제 스스로도 이 총리의 임명과 관련해 명확한 결론을 내리기 어려웠습니다. 제기된 의혹과 부족한 해명을 감안할 때 인준에 부족한 부분이 분명 있었으니깐요. 모든 언론인을 화나게 만든 잘못된 언론관을 제외하고도 말입니다.
하지만 저는 그보다 이번에 낙마할 경우 파급에 대한 걱정이 더 컸습니다. 박근혜 정부의 조기 레임덕이 시작되면, 현재 권력과 미래 권력의 마찰로 더욱 심해질 것이고, 올해를 권력다툼으로 보낼 수 있다는 우려를 지울 수 없었습니다.
25일은 2년전인 박 대통령이 취임한 날이군요. 그날 새벽 0시 보신각 종은 박 대통령의 취임을 알리면서 울려퍼졌습니다.
언쟁으로 시작된 술자리도 새벽을 향해 달리고 있었습니다.
친구를 상대로 펼친 논리는 이랬습니다. ‘이 총리가 낙마했다면 어떻게 됐겠나. 조기 레임덕이 왔을 것이다. 앞으로 대통령 임기가 3년이나 남았는데, 레임덕이 오면 누가 가장 피해를 볼까. 바로 국민이다. 점점 살기 힘들어지는 데 권력다툼으로 3년을 허송세월해야겠나.”
정말 그랬습니다. 저로서는 그 부분이 가장 두려웠습니다. 때문에 이 총리의 낙마는 장기적으로 국민에게 비극일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물론 반대로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무능한 정권과 함께 3년을 보내기보다 빨리 권력을 가져와야 피해를 줄일 수 있다는 생각도 분명히 있습니다. 또 이를 명분으로 조기 레임덕이 나타나면, 여의도 정치권에서는 화장실에서 미소지을 인물도 분명히 있을 것입니다.
새벽 3시까지 술자리가 이어지고 나서야 친구도 어느정도 수긍을 했습니다. 대안 없이 흔들기보다는 성과를 낼 수 있게끔 지원하는 것이 적어도 올해까지는 필요하다는 주장에 대한 동의였습니다.
집권 3년차가 시작됐습니다. 때마침 임기를 시작한 이 총리에 대한 기대감도 큽니다. 이 총리는 새누리당 원내대표 시절 여의도에서 가끔씩 뵐 기회가 있었습니다. 박 대통령에 대한 이야기도 나누곤 했습니다. 여성 대통령이기 때문에 집무 시간 외에 연락하기 힘든 부분 등에 대한 얘기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국민 생각 뿐인 대통령과 국민 생각을 나누는 데 밤낮을 가릴 필요가 있을까요. 밤이든 낮이든, 총리는 물론 국무위원들과 소통하고 국민과 함께 하는 모습을 집권 3년차에는 좀 더 자주 보고 싶습니다. 내년에 친구에게 술을 사야 할지, 얻어 먹을 수 있을 지는 여기에 달려 있다고 생각합니다.
pdj24@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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