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방하면 비품 사라지고 불결 비밀번호 거는 커피점 등 늘어 “불청객 취급…”일부시민 불만
회사원 이상경(34ㆍ가명) 씨는 지난해 여름 유럽여행 당시 화장실을 찾지 못해 곤란했던 기억이 또렷하다. 당시 이 씨는 개방된 화장실이 많은 우리나라의 넉넉한 ‘화장실 인심’의 고마움을 실감했다.
하지만 이 씨의 이런 인식은 바뀌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 화장실 역시 유럽 등을 닮아가기 때문이다. 특히 기존에 요긴하게 활용했던 개방된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 화장실에 비밀번호를 걸어 놓은 사례가 최근 많이 생겨 이 같은 생각이 더 확고해진다.
실제 최근 들어 음료를 구입한 사람들만 화장실을 이용할 수 있게 하는 커피전문점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음료를 구입하면 주는 영수증 밑에 화장실 비밀번호를 적어놓아 외부인은 화장실을 쓸 수 없게 하는 것이다.
이 같은 변화에 대해 화장실 인심이 너무 야박해진 것 아니냐는 불만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김영혜(26ㆍ여) 씨는 “화장실을 이용하는 방문객도 어쨌든 잠재적 고객인데, 야박한 화장실 인심에 해당 커피숍 이미지만 나빠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강욱(33) 씨는 “사람들을 마치 불청객이나 잡상인 취급하는 것 같아 불쾌하다”고 했다. 커피전문점 손님들조차 “비밀번호를 눌러야 해서 귀찮다”며 불평하고, 영수증의 비밀번호를 모르고 아르바이트생에게 비번을 묻는 경우도 다반사다.
하지만 사연은 다 있는 법. 화장실을 잠근 커피전문점에도 나름의 고충은 있다고 토로한다.
서울 서대문구 모 여대 앞 커피전문점 점장은 “지하철 역 앞에 있어 유동인구가 많고 화장실을 개방했을 당시 화장지 같은 비품이 수시로 사라졌다”며 “고객들에게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불가피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용산구 한 커피전문점 직원(23ㆍ여) 역시 “아파트 단지 앞 상가에 입점해 있는 터라 화장실을 무단으로 사용하는 외부 유입객을 감당할 수 없었다”며 “화장실 청결을 위해서라도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야박해졌다지만 화장실을 잠근 곳은 여전히 소수에 그치는 것이 사실이다.
엄연히 영업점인데, 화장실 개방을 요구할 명분은 적다는 의견도 있다. 서대문구의 한 커피전문점에서 일했던 김모(26ㆍ여) 씨는 “아르바이트 당시 개방된 화장실에 취객이 들어와 구토를 하는 경우가 잦았기 때문에 일부 커피점이 도어록을 설치한 것에 공감한다”고 했다. 커피전문점 일을 했던 이유리(29ㆍ여) 씨 역시 “영업을 하는 입장에서 1시간마다 주기적으로 화장실을 체크해야 하는데 매장 손님 외 사람들이 사용하는 것까지 관리하는 게 부당하다는 생각도 했었다”고 했다.
이지웅ㆍ권재희 인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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